겨울이 열심히 달리기 시작할 때쯤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제일 가지고 싶었던 디자인의 그것은 구하지 못하고 차선책이지만 - 회사에 운동화를 신고 온 것에서부터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 스스로 느껴진달까. 이곳에서 3번째 겨울을 맞이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위를 이기는 것과 넘어지지 않는것. 어여쁜 구두도 고운 코트도 죄다 벗어던졌다. 덕분에 올해는 겨울 시작 전의 요란한 넘어짐 외에는 별다르게 넘어지지 않을 모양이다. 새해에 들어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니 박수를 치자. 한 문장의 문자, 두어 마디의 통화만으로 울고 싶어졌다. 울음 대신 짜증을 내뱉었지만 속이 시원하지는 않았다. 상대방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간에 죄책감 인질극의 결말은 언제나 그렇다. 황급히 수습하고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기분이 도통..
해가 바뀌고 몇 분의 시간 차이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실감이 되지 않는 나이인가 싶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새해 첫날을 보냈다. 연휴에 앓아누운 j씨를 침대에 눕혀 이불로 꽁꽁 싸매고 환기를 하고 방을 쓸고 꺼내 녹여둔 사골국을 끓여 기름을 걷어내고 떡과 만두를 넣어 떡국을 만든다. 계란을 휘휘 풀어먹는 것이 내 취향에 가깝지만 새해 다운 일을 하나는 해보자며 지단을 부쳐 썰어 고명으로 얹었다. 올해의 예산도 세웠다. 작년의 결산을 내고, 예외적인 지출들을 체크하고 목표를 정하고 하는 과정은 길지만 지루하진 않다. 거실에서 영화를 보며 쉬는 도중에는 김크림이 새해맞이 큰일을 거하게 치뤄서 덕분에 이불도 싹 다 걷어 세탁기에 넣었다. 탁탁 털어 널고 나니 새해가 뭐 별거 있나 했..
리뷰글이랄까, 책 소개 모음 집 비슷한 것을 몇 페이지 다 읽지 못하고 그만두고나서 확실히 깨달았다. 이 얼마나 남이 권하는 것을 싫어하는 습성인가. 악스트도 덕분에 앞단의 리뷰는 읽지 못하고 뒤쪽의 소설들만 읽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나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나에게 맞춤으로 권한다면 그것은 참 좋은 것이다 라며 열렬히 호응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의 것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좋다는 이유로 권유 당하는 것에 반응하는 것은 항상 쉽지가 않다. 그것이야 말로 고양이가 물어온 쥐랄까. 결국 전자책 기기 서재에 담겨 있던 리뷰 책들을 몇 권 지운다. 습관이라면 습관이랄까 - 인터넷이나 미디어같은 매체에서 권유하는 것은 스트레스 없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는게 가능한데, 양식과 일정 분량을 갖춘것은 나의 ..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들어가 창문을 다 열어 환기를 하고, 방을 쓸고 널어놓은 빨래들을 갠다. 주말에 비워 닦아놓은 마른 반찬 그릇에 김치를 달라 담는다. 새로 산 외투를 세탁해서 탁탁 털어 널고, 고양이들 물 그릇의 물을 갈고 화장실을 비운다. 창문을 도로 닫고 차가워진 집을 데우려 보일러를 틀고나면 소소한 집안 일들이 끝난다. 머리를 질끈 묶고 머리띠로 잔머리를 넘기고 뽀독뽀독 씻고 나서는 따끈해진 거실 바닥에 자리 잡고 앉는다. 며칠전부터 수를 놓고있다. 이것저것 하다 바늘을 잡으면 남은 시간이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아 잎사귀 두개로 하루를 끝낸다. 틀어둔 TV에는 요즘 보고 있는 스트라이크 백이 나오고 있어 총을 쏘고 때리고 맞고 요란하다. 주말 공연의 여파인지 이번주 내내 괜찮아랑 열기구를 번갈아..
알고 지낸지 벌써 십수 년이 지난 ck와는 서로를 (아마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잘 알고 지내는데 - 그제부터 기운이 없어 보여 방치해뒀다가 어제쯤 살짝 찌르니 봇물 터지듯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심리적 물리적으로 손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싸움을 이길 것이 확실한 것만 하는 것이다'라는 j씨의 전언을 보태 많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나니 살짝 진정을 하며 울화 에너지 전환설을 제시하길래. 그 에너지로 쏘아올릴 로켓을 울화선이라 명명하였다. 어제도 두어 개의 울화선이 우주로 쏘아보내졌다고 한다. 저 위쪽의 '방치의 유무 기준'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잘 맞는편이라는 게 우리 사이의 미스테리. 아마도 이것이 서로에 대한 연륜인가 하노라. 평소에 내 핸드폰이 보안 스티커로 봉인되어있..
시커먼 멍이 들었다. 요란하게 넘어진 게 벌써 닷새가 지났는데 결리던 허리만 조금 나아졌지 무릎의 멍은 가실 줄 모른다. 어제 밤에는 사뿐사뿐 걷다 내 다리에 내가 걸려 또 넘어질 뻔했다. 젓가락질이 점점 서툴러지는지 식당에 가는 족족 휘어진 젓가락만 걸리는지 꽤 자주 반찬들이 날아다닌다. 비가 잦은 겨울의 시작에는 두통도 잦다. 밀리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자다 깨다 자다를 반복하다보면 막상 잠자리에 누웠을때는 잠이 잘 오지 않고, 뒤척거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기만 점점 힘들어진다. 패딩 점퍼의 지퍼가 고장이 났는지 잠궜는데도 열려있고, 도로 열리지를 않아 낑낑대며 열었다. 그이를 보고 있으면 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 복잡하고 견딜 수 없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에 어쩔 줄을 모르겠다. 말 그대로 '견딜 ..
다 지나가니 즐기라는 말을 듣는게 제일 싫다며 육아에 찌든 댕이 말했고, 나는 당연하다 답했다. 지나오고 나서는 별 것 아니지만 지나가는 도중에는 죽을 듯이 힘든 것이 아니었던가. 자기도 정작 지나는 시간에서는 힘들고 지쳤었을텐데, 지나오고 숨 돌리고 추억만 남고 나니 괜찮다고 말을 하는 건 마치 그럴싸해보이지만 정작 도움은 안되는 자기 계발서 같다. 괜찮아질테니 힘내라는 말과 그거 사실 별거 아니라는 말 중에 어떤 말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지는 도덕책에서 배웠을텐데 배운지 너무 오래된 까닭인건지, 어쩐건지. 주위에서 하는 내게 힘내라는 말조차 힘을 빼가는 느낌이라 도망치고 싶을때가 있었다. 혼자서 몇 번이고 괜찮다 괜찮다 되뇌이는 그 순간에도 옆에서 괜찮다 하면 괜찮지 않아지는 - 아주 드문 그런 때가..
한동안 뜸했던 정리벽이 또 도졌는지 평일 퇴근길에 다이소를 들러 바구니를 집기 시작했다. 나름 차곡차곡 쌓여있던 한쪽 찬장의 물건들을 죄다 꺼내 바구니에 담아 다시 넣었다. 오래된 베이킹 재료들은 쓰레기 내다 놓는 날 죄다 쏟아 버리려고 한쪽으로 치워두고, 다 쓴 캔들 용기들도 한쪽에 차곡차곡 쌓는다. 냉장고는 쌓아두는 것 없이 살려고 평소에도 노력하고 있으니 늘어져있는 식재료들만 바구니에 담아 칸을 채운다. 꼼꼼히 살펴보니 버려야 할 잼들도 한 두병 나와 냉큼 빼내고 내용물을 비우고 헹궈둔다. 이 정도면 됐다 하고는 식탁에 늘어 둔 것들은 일단 내버려 두고 컴퓨터 방으로 들어가 책상 정리도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치운다고 생각했지만 구석구석에 박혀있던 서류들과 명세서, 영수증들을 죄다 꺼내고 분류해 파일..
꿈을 꿨다. 전쟁이 났고, 결국은 살아남았다. 처음은 잠이 오지 않지만 꼭 잠을 잤어야하는 소년을 재우기 위해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시작되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전쟁이 시작되었다며 많은 사람 속에 휘말렸다. 결국 잠들지 못한 소년은 제 할 일을 하러 간 뒤였으니 나와 헤어졌고, 혼란스러운 곳에서 의외로 많이 아는 사람을 만나고 순식간에 헤어졌다. 누군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는 피난을 갈 사람이 있다면 돈을 입금 하라고 했고 누군가 나의 몫을 내줘 일행에 합류할 수 있었다. 꽤 많은 돈을 지불 했던 것 같은데도 떠나는 길은 쉽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나가는 와중에 한두번은 정신을 잃은 듯하지만 깨어 결국 어딘가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이 파라다이스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감기가 왔다. 안 그래도 추워지는 날씨에 왠일로- 라고 생각했건만, 아침에 일어나는데 콧물이 코피처럼 후두둑 쏟아졌다. 보통 감기가 1단계에서 시작해 5단계가 클라이막스라고 하면, 이번 감기는 어느날 눈을 떴더니 3단계 비상 비상 메이데이의 느낌이다. 마치 휴롬이 된 느낌으로 콧속은 가득차고, 맑은 콧물이 뚝뚝 떨어진다. 도대체 코와 눈과 입은 어디서 그 많은 액체들을 가져다 쏟아내는걸까. 부은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대며 버스에 올라타 뜨끈한 히터를 발에 쬐이며 출근을 했는데, 멍하니 책상에 앉아있으니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조퇴+휴가 찬스를 이미 위장병으로 지난 주에 써버렸으니 어찌어찌 하다보면 이번주도 지나가리라 멍하니 지내는게 답인가한다. 점심을 먹고는 병원을 가서 시럽을 잔뜩 받아왔다. 이번 시럽..
- 고양이
- 싱거9960
- SELP1650
- 크림
- singer9960
- NEX-5N
- Huawei P9
- 치즈[루]
- camera360
- galaxy note4
- a5100
- daily pic
- 크림치즈
- sewing swing
- e.el /
- e.oday /
- springsong.pp /
- mayry /
- Amil /
- YUA /
- hadaly /
- hadaly_t /
- bluetang /
- kyungssss /
- hutjae /
- cherrymoa /
- kagonekoshiro /
- 9oosy /
- oamul /
- tatsuya tanaka /
- sunlightproject /
- dearphotograph /
- tadis12 /
- musicovery /
- Zooma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