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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담, 난초.

_e 2015. 12. 22. 16:13

리뷰글이랄까, 책 소개 모음 집 비슷한 것을 몇 페이지 다 읽지 못하고 그만두고나서 확실히 깨달았다. 이 얼마나 남이 권하는 것을 싫어하는 습성인가. 악스트도 덕분에 앞단의 리뷰는 읽지 못하고 뒤쪽의 소설들만 읽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나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나에게 맞춤으로 권한다면 그것은 참 좋은 것이다 라며 열렬히 호응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의 것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좋다는 이유로 권유 당하는 것에 반응하는 것은 항상 쉽지가 않다. 그것이야 말로 고양이가 물어온 쥐랄까. 결국 전자책 기기 서재에 담겨 있던 리뷰 책들을 몇 권 지운다.

습관이라면 습관이랄까 - 인터넷이나 미디어같은 매체에서 권유하는 것은 스트레스 없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는게 가능한데, 양식과 일정 분량을 갖춘것은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투자하는 기분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간이 아까워 강하게 거부하는 편이다. 그것과 같은 맥락으로 지인 한정 추천 역시 흘려보내면 그만인 것을, 추천을 해주는 기대에 부응을 해 긍적적인 피드백을 줘야한다는 의무감을 스스로에게 지우니 괴롭기 그지 없다. 예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으로 그것을 버티고 듣고 받아내며 지내왔건만, 이제와서는 다행스럽게도 피하고 거절하며 그저 가볍게 지내고 있다.

선先의 장점은 몇 년이고 무난하게 이어지는 관계의 유지이며 단점은 감자에 싹이 나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싹 트는 아주 작은 미움의 얼룩이다. 후後의 장점은 스트레스 요인을 타인에게서 받는 것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이며 단점은 얼마 되지 않는 지인들이 좀 더 줄었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비우는 삶을 살고 있건만, 비움의 좋은 점을 알기에 단점을 단점이라 여기지 않으련다. 

난초는 손을 너무 많이 타면 죽어버리니까 정성은 들이더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면에서 야트막한 담과 같다. 서로가 다 보이는 거리에 놓여있지만 허락을 받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가는 선. 타오르진 않지만 식지 않을 미지근함, 사랑을 주고 받지만 모든 것을 주고 받지는 않는 담백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어지지 않는 견고함.

그래, 꽃이 얼마나 어여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난초같은 이가 여기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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