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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열심히 달리기 시작할 때쯤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제일 가지고 싶었던 디자인의 그것은 구하지 못하고 차선책이지만 - 회사에 운동화를 신고 온 것에서부터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 스스로 느껴진달까. 이곳에서 3번째 겨울을 맞이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위를 이기는 것과 넘어지지 않는것. 어여쁜 구두도 고운 코트도 죄다 벗어던졌다. 덕분에 올해는 겨울 시작 전의 요란한 넘어짐 외에는 별다르게 넘어지지 않을 모양이다. 새해에 들어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니 박수를 치자.
한 문장의 문자, 두어 마디의 통화만으로 울고 싶어졌다. 울음 대신 짜증을 내뱉었지만 속이 시원하지는 않았다. 상대방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간에 죄책감 인질극의 결말은 언제나 그렇다. 황급히 수습하고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기분이 도통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의무적인 애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손을 뻗어 입을 막고 싶다. 홀로 생겨나 피드백 없이도 무럭무럭 자라는 애정이 세상에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으며, 그런 짝사랑을 하기에 나는 사막 같은 사람일 뿐이다. 차라리 직접 나서 사랑을 갈구하면 모를까, 다른 이가 나서 이 사람에게 사랑을 주어라 하면 나는 절대 줄 수가 없는데, 거듭되는 시도에 서로 지치는 것은 나만 느끼는 모양인가 한다. 자주 가는 내과에서는 속이 쓰리다는 이야기에 제산제와 소화제, 안정제를 내어주는데, 매번 약을 먹을 때마다 안정제를 빼고 먹어야 하나를 생각하고는 하는데 오늘만큼은 같이 털어넣기를 잘했다 싶다.
그렇지만 걷고 밥 먹고 또 걷고 나니 극복. 역시 감정의 정리에는 먹을 것과 움직임이 최고다.
비슷한 연유로 암향에 글을 쓰는 것이 줄었다. 여유가 없을 때 글을 쓰고 싶고, 무언가 만들고 싶은 욕망이 최고조에 달하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요즘 매우 한가하다는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감정이 올라갈 때 무언가를 적기 시작해 글과 함께 감정의 마무리를 시작했던 것 같다. 감정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들이란. 요즘에는 언어영역이 퇴화(...) 하는지 감정에 관한 문장을 적는 게 어려워져 한 템포 쉬고나면, 화르르 타오르던 감정이 사그라들며 더더욱 무언가 적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미 과거의 것을 적어야 하는 것인데, 암향은 나에게 일기지 자서전은 아니라서. 거창하게 말하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잔잔하고 평온한 도중이며, 여유가 많아 감정의 다스림이 좀 더 용이한 상황이라 무언가 기록하는 것에 게으른 상태인 것 정도. 게다가 요새 잠이 쉽게 들지 않아 밤은 늦어지고, 일어나는 시간은 항상 같아 머리가 멍한 것도 한 몫 한다. 겨울이 얼른 지나가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이것 봐, 지금도 내가 무슨 말을 쓰는지 도통 모르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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