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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_e 2015. 12. 2. 16:21

시커먼 멍이 들었다. 요란하게 넘어진 게 벌써 닷새가 지났는데 결리던 허리만 조금 나아졌지 무릎의 멍은 가실 줄 모른다. 어제 밤에는 사뿐사뿐 걷다 내 다리에 내가 걸려 또 넘어질 뻔했다. 젓가락질이 점점 서툴러지는지 식당에 가는 족족 휘어진 젓가락만 걸리는지 꽤 자주 반찬들이 날아다닌다. 비가 잦은 겨울의 시작에는 두통도 잦다. 밀리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자다 깨다 자다를 반복하다보면 막상 잠자리에 누웠을때는 잠이 잘 오지 않고, 뒤척거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기만 점점 힘들어진다. 패딩 점퍼의 지퍼가 고장이 났는지 잠궜는데도 열려있고, 도로 열리지를 않아 낑낑대며 열었다. 그이를 보고 있으면 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 복잡하고 견딜 수 없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에 어쩔 줄을 모르겠다. 말 그대로 '견딜 수 없는 마음'이라서.

주말 내 결리던 허리는 이제 멀쩡해졌다. 내 다리에 걸렸지만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 휜 젓가락만 아니면 아직까진 콩도 잡을 수 있더라. 커피를 끊고 생겼던 한동안의 두통을 버틴 전적 덕분인지 진통제를 마구 집어먹지 않아도 왠만한 두통은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쉬는 중이라면야 매일을 늦잠을 자며 게으른 일상을 보내게 되겠지만 출근은 꼭 해야하니 어떻게든 일어나 규칙적으로 지내게 된다. 어제보다 그리고 아마 내일보다 높은 온도에 지퍼를 여미지 않아도 덜덜 떨지는 않을 것 같다. 한 발자국 떨어져 지내는 시간들이 매우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다.

몸도 마음도 건강-까지는 아니지만 병들지 않게 그럭저럭하다. 책도 읽고, 미싱도 돌리고, 별 일 없이 출 퇴근을 하고, 내년 달력 작업도 끝내 인쇄소에 맡겼고, 점점 줄어들어 쇼파보다 한참 작아진 쇼파 패드를 재활용하려고 동그랗게 오려 두기도 했다. 아마 올 겨울에는 뜨개질을 해볼 것 같고, 몇 년을 미룬지 기억도 안나는 자격증 공부도 시작 할 예정이고, 아마 안되겠지만 시간이 된다면 자수도 시작해볼까 한다.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는 진작 포기했으니 나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고 싶다. 진득하게 눌러붙은 두통처럼 모자라 보이는 부분부분이 떠나지 않더라도. 오늘은 오랫만에 커피를 한잔 마셔야겠다.

벌써 12월. 올해도 다 지나갔구나. 아직도 올해의 나이가 입에 배지 않는다. 내년도 후년도 마찬가지겠지. 내년에는 부디 올해보다 더 평온하고 덜 전투적이길. 욕심도 향상심도 없으면서 강박만큼은 가시지 않는 것이 문제겠지만. 시간이 잘 도 지난다.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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