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정석만 집합과 함수에 집중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짐 실려온 물려받은 아이 물건들 중에 책들을 보니 플립북들은 죄다 첫장과 둘째장이 제일 너덜너덜하고 뒷장으로 갈 수록 깨-끗. 어릴적 부터 그런 것이 사람인데, 일기장의 뒷 페이지들과 문제집의 뒷 페이지들의 깨끗하고 온전한 보존 상태쯤이야 기본이 아닐까. 용두사미와 작심삼일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질 정도면 다들 그러고 사는 거지 뭐. - 라고 아이디어스 판매 페이지를 (이제 곧 일년을 채워) 재 개장 못하고 있는 사람이 여기 하나. 한시적이지만 둘 다 재택 근무 중이니 시간이야 내면 가끔 들어오는 주문쯤이야 별 것 아니겠지만 주문과 일이 한꺼번에 몰려올때가 겁이 나 아직도 미룬다. 정해진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일이 언제 얼마나 몰..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생각날 때 마다 사진이나 한장씩 올리려고 인스타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원래 있던 계정들까지 계정만 다섯개라서 이건 뭔가 싶기도 하고. 암향까지 다시 글을 쌓고 있는 게 생각이 나니 마치 온라인 다람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곰야곰 볼이 터져라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 오프라인 다람쥐는 묻어 둔 도토리 잊어버리고 나무를 만들기라도 하지, 온라인 다람쥐는 뭘 할 수 있나. 그저 오늘도 나무와 지구에게 미안해 하는 수 밖에. 아주 예전 사진들은 망가진 하드에 있으니 없는 거나 다름없고, 근 십년정도의 사진만 남아있는데 그 예전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그때그때 좋아했던 사진 스타일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때 좋아한 사진들은 여전히 좋기도 하다. 아마 똑같은 장소에서..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소리에 품안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요란스럽게 내려진 택배 소리가 문앞을 채우고, 뒤척이는 아이를 도로 달래며 잡힌 팔에 핸드폰을 내려두고 나도 살짝 눈을 붙인다. 온 집안이 조용히 잠이 드는 오후. 윗집에 이사 온 청년을 우리집에선 쿵쾅이 삼촌이라고 부른다. 이사 둘째날 밤 10시가 넘어 드릴 소리를 냈지만 올라가 말하니 바로 그쳤고, 퇴근을 하면 시간과는 상관없이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기를 돌리고, 발망치를 울리며 걷지만 많이 움직이는 편은 아닌지 한두시간만에 조용해지고,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간에는 항상 같은 노래를 듣더라. 방음 처리 제대로 안되어있을 건물의 한계이기도 하고, 내 귀가 유난히 예민해 그 모든게 다 들리기도 하고. 다만 악의도 고집도 길이도 없..
새로 산 리더기는 육아 중엔 무용지물이라 아이가 밤잠이 들었을때야 겨우 핸드폰으로 책을 한 권 연다. 책이라는 게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밤이 늦기 쉽상이라, 해가 길어진 덕분인지 겨우내 늦던 기상 시간이 점점 당겨지는 덕분에 다음 날을 위해서 알람도 맞춰둔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양보하지는 말자- 가 인생의 목표이건만 모자란 체력과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아이의 몸무게는 목표에서 벗어나 내일을 위하게 한달까. 현재만을 살고 싶던 사람이 미래를 생각하는 게 하나 둘 씩 늘어난다니 이것이 새로운 인생인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 새로운 인생에도 다시 뜨개질이 들어오고 느긋한 산책 시간도 들어오겠지. 그때까지는 조금만 읽고, 조금만 놀고, 조금만 쉬면서 지내볼까. 카르타 방전 그림은 너무 배고파 보인..
밀린 피드들을 채워넣으려고 여러개의 빈 글을 만들어뒀다. 성격대로라면 그걸 다 채워넣고 나서 이 글을 쓰고 공개하겠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시작도 끝도 없을 것 같아 빈 글들은 천천히 채워야지- 라고 불과 며칠전에야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지고 나니 짧은 글이 습관이 되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종종 그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중간한 긴 글을 남기곤 했다. 더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이 곳이지만 나에겐 내 곳이니 아직 끝내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시 시작해보려고. 얼마 전엔 좋아하던 밴드의 드러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이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좋아한다며 어두워서 별로 나올 것 같지도 않은, 공연 멘트 중에 사진을 남겨두던 알밤같은 얼굴이 생각났다. 그 곳에는 댓글로 명복의 기원들이 쌓..
하루종일 일을 했는데 정작 일을 한 시간은 몇시간도 안 된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집에서 일을 하는 건 장단점이 많다. 일단 시간을 내 맘대로 조절해서 할 수 있단 것이 장점이고 그래봐야 시간에 허덕일 수 밖에 없단 것이 단점이다. 혼자 있을때야 그 자유가 달았지만 아이와 함께 있으니 그 자유 덕분에 아이 케어도 전적으로 하려니 쓰고 떫다. 아이는 엄마바라기고, 역시 재택근무를 하는 아빠가 같이 케어를 해도 주양육자의 몫은 너무 크다. 나는 하루종일 나만의 시간을 단 십분도 가지지 못하고 육아를 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었는데도 잠을 줄여야하고 허리와 무릎의 통증을 고스란히 받는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만큼 클 때 까지 일을 쉬는 방법도 있겠지만 (물론 말귀를 알아들어도 아이는 엄마의 일을 싫어하..
딱히 한 것도 별로 없는 듯 한데 일 조금 했다고 자정이 지난다. 요 며칠은 머리가 아프고 위가 아파 골골대느라 날이 지나는지도 몰랐는데 어느새 2월이네. 얼마전에는 위나잇이 카스 광고를 찍는 꿈을 꿨다. 공연을 못가니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던 건가. 남들 다 본 동백이도 후루룩 다 봤고, 남들 다 보고 있다는 미스터트롯도 좀 봤다. 이게 다 넷플릭스 때문이지. 덕분인지 때문인지. 엊그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착하지도 않은 둘이 만나서 서로에겐 착하게 굴려고 애쓰니 참 고생이 많다했다. 하나는 누구든 이겨야하고 하나는 온갖것에 무심한데 너에겐 지고 너만큼은 신경쓰려니 그게 쉽나. 아마도 우린 내내 서로에게 애쓰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애써야지. 1월에 읽은 책들을 봤더니 책 제목의 절반 이상이 '나는'으..
흔히들 말하는 내리사랑이란 건 어쩌면, 아이에게 받은 처음 몇 년의 사랑을 평생 동안 도로 돌려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맹목적이고 집중적인 - 다른 것 하나 끼어들 틈 없는 아이의 사랑이 엄마에게 쏟아지다가 둘 말고도 다른 것이 네게 늘어나고 끼어들 때쯤부턴 기울기가 맞고, 점점 더 다시 아이 쪽으로 기울어지는 건 아닐까. 나는 지금의 아이만큼, 아이처럼 오직 아이만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아이에게 받은 것을 양분 삼아 더 키워가며 점점 더 많이 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 팔을 베고 잠든 아이가 깊게 잠들 때까지 팔이 저려도 가만히 있는 것부터 시작되는 나의 사랑이 네게 오늘 밤도 곤히 가닿기를. 차가웠던 발이 따끈하게 데워진 것처럼 오늘 밤치의 평온도 네 온몸을 슬며시 덮기를. 너의 그 커다란 사..
밤샘 공부를 하면 시험 중에 잠들어버리고, 신나게 놀던 어릴적에도 잠은 챙겨 자야했던 - 밥은 굶어도 잠은 자야하는 (사실 굶는 것도 잘 못하는) 사람이 여기 하나. 덕분에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몸이 아픈 것 보다 잠을 못 자는 것에 힘들어 좀비같던 시간들이었다. 다들 하는 육아라지만, 하는 모두가 힘들고 고될거라 생각 되던 순간들. 그래도 백일도 전에 통잠을 자는 아이 덕분에 이제 좀 할만 하다- 고 말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나는 나의 시간과 마음을 아이와 나눠 써야 겠지만, 홀로 즐거웠던 예전은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도 같다고 생각하는 요즘. 그렇지만 아이가 있는 삶이 없는 삶보다 훌륭하고 행복하냐면 그건 아니다. 아이가 있고 없고는 케이크와 떡볶이 같아서 장르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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