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전에 쓰려다 잊어버린 꼭지가 있어서. 이번에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두 달을 꽉 채워 쉬었는데, 쉬는 동안 마지막주를 빼놓고는 일주일에 4번은 외출을 한 것 같다. (그런데도 만나려던 사람들은 다 못 만났다는 것에 나의 협소한 인간 관계를 생각해보면 가장 큰 미스테리!!) 그리고 그 날들 중에 나의 것은 아니지만 위기 상황이 두 어번 정도가 있었고 사람이 위기 상황에 놓이면 어떤 대응이 나올지는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한 대처법들이 나왔는데 실질적으로는 그 상황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것들이어서 아니 이것은 무엇인가 싶었고,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개입을 했는데 나 혼자만 태연하고 차가워 공감도 못해주고 일만 척척 해결하는 사람이 ..
사월의 마지막 주는 휴일의 마지막 주이기도 하다. 두달내내 빼곡하게 있었던 약속들을 떠올리며 조금의 유혹들을 떨쳐버리고 약속 없이 한 주를 보낸다. 새벽 출근에 한동안 하지 못할 늦잠을 자고, 작은 방 한쪽에 쌓여있던 짐들을 정리하고 가림막을 만들어 가려두고, 욕실 선반에 빼곡한 샴푸와 바디 워시들도 정리해 디스펜서에 담아뒀다. 주문 받은 꼬꼬마 옷을 재단하고 재봉하고, 만들어 두고 묵혀 두었던 신혼집 선물에 조금 더 담아 보낼까 룸슈즈와 발매트를 만들어서 우체국에도 다녀왔다. 화장품 가게에 쌓인 공병을 반납하고, 그때 그때 필요한 야채를 사러 시장에도 들른다. 어제의 저녁 메뉴는 소고기 콩나물밥, 오늘의 저녁 메뉴는 소갈비찜과 콩나물 국, 내일은 감자를 볶고 오랫만에 햄을 부치고 얼려놓은 냉이를 꺼내 ..
최대한 정제해서 꺼낸 문장이지만, 그 타이밍에 하지 않아도 됐을 말을 하고 나면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후회를 한다. 그 말을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었는데, 혼자서 삼키면 몇 시간 정도면 사라질 이야기인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과연 혼자서 삼키고 마는 것이 옳은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 희석된 마음을 담은 말을 전하자면 지금만큼 전달이 됐을까 하고 생각이 이어진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와 나도 싫었다 사이에서 뱅뱅 맴돈다. 이 화를 전해주지 않으려는 마음과 굳이 나눠 갖으려는 마음이 서로를 이기려고 투닥거린다. 오늘은 이기심이 이겼다. 종종 그렇고, 종종 후회한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흔히들 말하는 '짤방'들의 재구성이 점점 더 심해지는 기분이다. 분명 어제 본 사진 밑에는 '오빠'라고 써있었다면, 오늘 본 사진 밑에는 '남자친구'로 바뀌어 있다던가, 처음에는 분명 '착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쁜 일'이라던가, 출처도 원본도 없이 돌아다니는 그 사진들 밑에는 자신들의 느낌에 충성스러운 설명들이 써 있다. 굳이 짤 뿐은 아니겠지. 나의 의도나 처음의 표현은 한두사람 건너 곡해되어 전혀 다른 일이 되고는 한다. 덕분에 넘쳐나는 정보들을 구분하고 골라내고, 판단해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해졌다. 무턱대고 믿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되는 시기라니. 어른이라서 일까, 지금이라서 일까. 이런저런 사정으로 하노이는 취소됐다. 엄마랑 같이 다니려던 일정들과 항공권 수수료는 아깝..
엄마는 종종 막내의 '하고 싶은 것 없음'에 대해 걱정하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물었다. 몇 번은 저 나이 때는 다 그렇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애들이 드물다-고 답했고, 한 번은 대체 왜 내가(혹은 나만)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며 짜증을 냈고, 제일 최근에는 하고 싶은 게 없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하고 싶은 것이 없어도 해야 할 일은 하고 살아갈 테고, 그러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안 생겨도 그럭저럭 살만하고, 생기면 좋은 거라고 (사실, 생겼지만 이루어지지도 않고 이루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자가 불행 머신 가동의 동력으로만 사용할 갖고 싶지만 내게 없고 영영 가질 수 없는 '하고 싶은 것'이라면 생겨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답했다. 흔히들 있으면 좋다고 생각..
비가 오는데도 서늘한 기운만 남고 추위가 하나 없다. 부스스한 머리를 하나로 묶고 가디건도 걸치지 않았는데도 무릎담요 한장으로 사무실에 떨지 않고 앉아있을 수 있다. 설만 해도 눈이 잔뜩 쌓인 산들을 옆에 두고 달렸건만 이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모양이다. 아마도 방심할때 쯤에 매섭게 추위가 한두번 더 오겠지만, 일단은 올 겨울도 무사히 보낸 기념으로 흥얼거리는 봄이 오면. 올 봄에는 한가한 동물원을 걸을 수 있겠구나. 흔한 '여행계획덕후'의 여행 경로짜기. 오키나와 가기 전 주에 또 다른 곳도 놀러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확정은 아니니 말을 아껴야지. 얼마 전 쇼파르쇼때도 그렇고, 내게 결정권이 있어 틀어질 염려가 없는 일이 아니면 - 급한 성격에 말을 먼저 내뱉고 나서 작게든 크게든 일이 ..
지금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곳은 큰 기업인데, 화장실 문에 붙어 있는 직원 교육용 팜플렛이 매 주마다 새로운 것으로 교체가 된다. 이번주의 타이틀은 XXX 전쟁에 대비하는 패기- 인가 뭐 그렇다. (기억 용량의 한계는 나에게 쓸모없는 것을 잘 담지 못한다) 패기라고하니 패왕색이나 떠올리는 덕후인 나는 내용으로 적혀있는 것들을 보며 큰 기업에는 도무지 속할 자신이 없구나 하고 고개를 저었다. 죽기 살기로 공부만 하던 시절을 보내고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 죽기 살기로 면접을 보고 대기업에 입사했더니 죽기 살기로 일을 하라고 당당히 써 있는 그 문장이라니. 죽기 살기로 공부 해본적도 없고, 죽기 살기로 일을 구해 본적도 없으며, 죽기 살기로 뭔가를 해 본 경험이 없는 나라서 죽기 살기로 일을 하라는 말에..
밖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부탁한 물건을 가져다 주러 온 ck가 티켓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10년이 뭐야, 이제 조금만 있으면 15년도 되어가는 2003년의 이적 콘서트 티켓. 희미해져가는 잉크와 앞 번호 019에 새삼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콘서트 티켓 하나만으로도 이야기는 길다. 예전에도 유명했지만 지금보다는 덜 슈퍼스타였던 적아저씨의 단콘은 신나고 즐거웠더랬다. 게스트로 와서 객석을 뛰어 다녔지만 우리쪽으로는 와주지 않았던 진표 아저씨, 적 아저씨가 입고 있던 등에 반짝이는 날개티가 가지고 싶었지만 굿즈로 파는 티는 반짝이지 않아서 사지 못했던 이야기, 공연 전에 갔던 하령회와, 마지막엔 결국 스탠딩이 되었던 공연과, 끝나자마자 출발했는데도 천안에서 차가 끊겨 없는 돈을 모아모아..
스트레스는 접어두고 즐거운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4월에 오키나와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어딘가 놀러가고 싶다는 켄의 이야기에 4월에 가자며 즉석으로 이루어진 여행 계획은 오사카로 가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갈 것인가 오키니와에서 자연을 즐길 것인가를 고민하다 오키나와로 결정되었다. 이야기가 나온 것이 12월, 항공사별 가격과 시간을 비교해보고 달이 바뀌자 마자 결제를 했다. 봄이 오면 칸사이로 가서 교토를 걸어볼까 했는데 갑작스레 오키나와라니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지. 여행 계획 덕후인 나는 보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오키나와의 지리를 익혔으며 대충의 지도를 덩어리 모양으로 그려 관광 포인트의 대략적인 위치를 찍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언제나 여행을 두번 가는 느낌. 숙소가 무료 취소 및 ..
동물들이 제 영역이 엄청 소중한 것처럼, 나에게도 영역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올겨울에 특히 깨닫고 있다. 겨울에는 점점 두꺼워지는 겉 옷 덕분에 버스나 지하철이 여름보다 빼곡해지는데, 시내버스나 지하철이야 서서 가면 그만이지만 통근 버스는 꼭 앉아 다녀야 하는 시스템이라 매번 남들과는 다른 포인트 출퇴근에 지치고는 한다. 어째서 덩치 큰 사람들은 꼭 내 옆을 노리는 것이며, 나를 밀어내거나 덮어버리는 데에 한점의 거리낌이 없는 것일까. 너무 껴입고 다닌 덕분인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을 많이 못 자는 덕분인지 (항상 왼쪽 창가에 앉는 습관도 한 몫해) 한 시간 반의 어깨 싸움을 끝내고 나면 오른팔이 온통 저리고 삐그덕거리는 상태로 버스에서 내리게 되지만 내 자리에서 굳이 몸을 웅크려 피할 생각은 추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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