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김크림이 보고 싶어졌다. 수학의 정석이 떠오르던, 첫번째 장만 요란하게 보수되어 있는 플립북. 바람이 요란하게도 불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두통이 잦아지고 심해져서 카페인 탓인가 피로 탓인가 한다. 둘 다겠지 뭐. 욕실 디스펜서를 바꾸고 싶어서 새로 구입하면서 마음에 드는 라벨이 없어 대충 만들어 스티커를 주문했다. 겸사겸사 서랍과 세제 스티커들도 교체. 아, 개운하다. 아침 냉장고 - 편의점인 줄 알았네. 백곰님은 문자 그대로 날 먹여 살리기 바쁘다. 덤덤피자가 배달되는 지역이라면 꼭 먹길. 멕시칸시티 피자 꼭 먹길. 의자에도 새 양말. 다른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그런가, 이런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면서 지낸다.
봄비와 딸기. 비가 그치면 꽃이 피려나. 올 봄은 봄인 줄 모르고 지나갈 듯 하다. 아빠가 안 일어날때는 두루마리 휴지를 신나게 뽑는 게 제맛. 청주에서도 천안에서도 꼬까옷들이 온다. 아이 옷은 정말 한철이라 물려입히는 것 만으로도 매우 충분한데 그 와중에 외출을 못 하고 있으니 그 한철조차 못 입히고 넘어가는 옷들이 그저 아까울 뿐. 까치발. 요근래 사진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모양새. 아이 간식으로는 단호박을 찌고 브로콜리를 데쳐놓고, 어른 밥으로는 고기를 굽고 베이컨김치 김밥을 싼다. 한동안 김밥에 꽂혀서 재료도 없는데 있는 걸로 열심히 싸먹은 듯.
수학의 정석만 집합과 함수에 집중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짐 실려온 물려받은 아이 물건들 중에 책들을 보니 플립북들은 죄다 첫장과 둘째장이 제일 너덜너덜하고 뒷장으로 갈 수록 깨-끗. 어릴적 부터 그런 것이 사람인데, 일기장의 뒷 페이지들과 문제집의 뒷 페이지들의 깨끗하고 온전한 보존 상태쯤이야 기본이 아닐까. 용두사미와 작심삼일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질 정도면 다들 그러고 사는 거지 뭐. - 라고 아이디어스 판매 페이지를 (이제 곧 일년을 채워) 재 개장 못하고 있는 사람이 여기 하나. 한시적이지만 둘 다 재택 근무 중이니 시간이야 내면 가끔 들어오는 주문쯤이야 별 것 아니겠지만 주문과 일이 한꺼번에 몰려올때가 겁이 나 아직도 미룬다. 정해진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일이 언제 얼마나 몰..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생각날 때 마다 사진이나 한장씩 올리려고 인스타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원래 있던 계정들까지 계정만 다섯개라서 이건 뭔가 싶기도 하고. 암향까지 다시 글을 쌓고 있는 게 생각이 나니 마치 온라인 다람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곰야곰 볼이 터져라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 오프라인 다람쥐는 묻어 둔 도토리 잊어버리고 나무를 만들기라도 하지, 온라인 다람쥐는 뭘 할 수 있나. 그저 오늘도 나무와 지구에게 미안해 하는 수 밖에. 아주 예전 사진들은 망가진 하드에 있으니 없는 거나 다름없고, 근 십년정도의 사진만 남아있는데 그 예전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그때그때 좋아했던 사진 스타일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때 좋아한 사진들은 여전히 좋기도 하다. 아마 똑같은 장소에서..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소리에 품안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요란스럽게 내려진 택배 소리가 문앞을 채우고, 뒤척이는 아이를 도로 달래며 잡힌 팔에 핸드폰을 내려두고 나도 살짝 눈을 붙인다. 온 집안이 조용히 잠이 드는 오후. 윗집에 이사 온 청년을 우리집에선 쿵쾅이 삼촌이라고 부른다. 이사 둘째날 밤 10시가 넘어 드릴 소리를 냈지만 올라가 말하니 바로 그쳤고, 퇴근을 하면 시간과는 상관없이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기를 돌리고, 발망치를 울리며 걷지만 많이 움직이는 편은 아닌지 한두시간만에 조용해지고,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간에는 항상 같은 노래를 듣더라. 방음 처리 제대로 안되어있을 건물의 한계이기도 하고, 내 귀가 유난히 예민해 그 모든게 다 들리기도 하고. 다만 악의도 고집도 길이도 없..
새로 산 리더기는 육아 중엔 무용지물이라 아이가 밤잠이 들었을때야 겨우 핸드폰으로 책을 한 권 연다. 책이라는 게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밤이 늦기 쉽상이라, 해가 길어진 덕분인지 겨우내 늦던 기상 시간이 점점 당겨지는 덕분에 다음 날을 위해서 알람도 맞춰둔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양보하지는 말자- 가 인생의 목표이건만 모자란 체력과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아이의 몸무게는 목표에서 벗어나 내일을 위하게 한달까. 현재만을 살고 싶던 사람이 미래를 생각하는 게 하나 둘 씩 늘어난다니 이것이 새로운 인생인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 새로운 인생에도 다시 뜨개질이 들어오고 느긋한 산책 시간도 들어오겠지. 그때까지는 조금만 읽고, 조금만 놀고, 조금만 쉬면서 지내볼까. 카르타 방전 그림은 너무 배고파 보인..
밀린 피드들을 채워넣으려고 여러개의 빈 글을 만들어뒀다. 성격대로라면 그걸 다 채워넣고 나서 이 글을 쓰고 공개하겠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시작도 끝도 없을 것 같아 빈 글들은 천천히 채워야지- 라고 불과 며칠전에야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지고 나니 짧은 글이 습관이 되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종종 그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중간한 긴 글을 남기곤 했다. 더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이 곳이지만 나에겐 내 곳이니 아직 끝내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시 시작해보려고. 얼마 전엔 좋아하던 밴드의 드러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이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좋아한다며 어두워서 별로 나올 것 같지도 않은, 공연 멘트 중에 사진을 남겨두던 알밤같은 얼굴이 생각났다. 그 곳에는 댓글로 명복의 기원들이 쌓..
봄 지나 이사하면 이 많은 배달 집들이 제일 아쉬울 듯 하다. 일도 몰리고 몸도 안 좋고 진상을 좀 부렸더니 그렇게 힘들면 일이랑 육아는 어쩔 수 없으니 더러워도 안 죽는다며 청소라도 덜 하면 되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미 나도 살아야겠어서 최소한만 치우고 있고, 그렇게까지 깨끗하게 하고 사는 편도 아닌데다가, 청소와 환기로 어느정도는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청소를 하지말아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싶어 청소기를 들었다. 나는 그냥 환기 못해도 죽고 더러워도 죽는 사람해야지.
하루종일 일을 했는데 정작 일을 한 시간은 몇시간도 안 된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집에서 일을 하는 건 장단점이 많다. 일단 시간을 내 맘대로 조절해서 할 수 있단 것이 장점이고 그래봐야 시간에 허덕일 수 밖에 없단 것이 단점이다. 혼자 있을때야 그 자유가 달았지만 아이와 함께 있으니 그 자유 덕분에 아이 케어도 전적으로 하려니 쓰고 떫다. 아이는 엄마바라기고, 역시 재택근무를 하는 아빠가 같이 케어를 해도 주양육자의 몫은 너무 크다. 나는 하루종일 나만의 시간을 단 십분도 가지지 못하고 육아를 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었는데도 잠을 줄여야하고 허리와 무릎의 통증을 고스란히 받는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만큼 클 때 까지 일을 쉬는 방법도 있겠지만 (물론 말귀를 알아들어도 아이는 엄마의 일을 싫어하..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예쁜 하늘색. 미세 먼지도 없고 날도 좋은데 밖을 못 나가니 별로다. 원래도 집순이지만 자발적 집순이 시절과 강제적 집순이 모드는 너무 다른 것. 낮잠 자고 일어나도 안 가라앉는 너의 뒷머리. 아직은 얇아서 티는 안 나지만 아마도 곱슬인 것 같은 네 머리카락. 요즘은 점심으로 볶음밥을 자주 해먹는다. 밥보다 재료를 많이 넣으면 뭘 넣든 맛있지. 재택근무 덕분에 밥을 자주 해먹지는 않지만 조리를 시작하자면 대체로 빠르게 끝내는 메뉴들을 선택하는 편이다. 안디의 그림 실력이 갑자기 늘어서 깜짝. 그동안의 그 곰돌이들과 햇님들은 무엇이었니. 올해가 지나면 졸업인가. 그리고 슈가맨에 김오빠 소환. 나는 그래도 몇년전까지 꾸준히 보던 오빤데 여기에 나오니 이런 저런 이런 여러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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