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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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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이런 저런 이런

_e 2015. 12. 16. 17:30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들어가 창문을 다 열어 환기를 하고, 방을 쓸고 널어놓은 빨래들을 갠다. 주말에 비워 닦아놓은 마른 반찬 그릇에 김치를 달라 담는다. 새로 산 외투를 세탁해서 탁탁 털어 널고, 고양이들 물 그릇의 물을 갈고 화장실을 비운다. 창문을 도로 닫고 차가워진 집을 데우려 보일러를 틀고나면 소소한 집안 일들이 끝난다. 머리를 질끈 묶고 머리띠로 잔머리를 넘기고 뽀독뽀독 씻고 나서는 따끈해진 거실 바닥에 자리 잡고 앉는다. 며칠전부터 수를 놓고있다. 이것저것 하다 바늘을 잡으면 남은 시간이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아 잎사귀 두개로 하루를 끝낸다. 틀어둔 TV에는 요즘 보고 있는 스트라이크 백이 나오고 있어 총을 쏘고 때리고 맞고 요란하다. 주말 공연의 여파인지 이번주 내내 괜찮아랑 열기구를 번갈아가면서 흥얼거리고 있다. 두 노래는 엄청 안 어울리지만 나름 이어도 부른다. 옛날 가수들 노래를 어레인지해서 불러준다던 모 프로그램에서는 김현성의 헤븐이 나왔다고 한다. 헤븐보다 소원이나 유죄가 더 유명하지 않나. 다들 열심히 옛날것들을 찾는다. 하긴, 그때의 치열함과 숨 가쁨은 이제 잊혀졌을때 쯤 됐지. 그런것들이 없어지고 나면 좋은 것들만 아주 조금 남으니 그리울밖에. 이동 시간 틈틈히는 책을 읽는다. 핸드폰을 손에 쥐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날은 드디어 진짜 겨울이라는 듯 다시 추워진다. 또 넘어지기 전에 운동화를 사야지. 몇 주째 선잠을 잔다. 하루도 안 거르고 자고 있는데다 아침에 출근을 위해 어떻게든 일어나니 무시하고 지내고 있다. 피로도가 쌓이면 하루쯤은 죽은 듯이 오래 잘 수 있겠지. 양배추 브로콜리 액기스는 그것들을 삶은 물 맛이 났다. 난초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런 저런 이런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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