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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MOMILE U

_e 2015. 11. 15. 09:54

꿈을 꿨다. 전쟁이 났고, 결국은 살아남았다. 처음은 잠이 오지 않지만 꼭 잠을 잤어야하는 소년을 재우기 위해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시작되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전쟁이 시작되었다며 많은 사람 속에 휘말렸다. 결국 잠들지 못한 소년은 제 할 일을 하러 간 뒤였으니 나와 헤어졌고, 혼란스러운 곳에서 의외로 많이 아는 사람을 만나고 순식간에 헤어졌다. 누군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는 피난을 갈 사람이 있다면 돈을 입금 하라고 했고 누군가 나의 몫을 내줘 일행에 합류할 수 있었다. 꽤 많은 돈을 지불 했던 것 같은데도 떠나는 길은 쉽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나가는 와중에 한두번은 정신을 잃은 듯하지만 깨어 결국 어딘가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이 파라다이스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그 소년도 저 멀리 보여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야 비슷하지만 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구나 라고 이해하며 꿈에서 깨었다. 꿈에서조차 열린 결말이라니. 너무 많은 일들이 꿈속에서 일어나서인지 몇 번이고 깨고 금새 잠이 드는것을 반복했다. 전쟁이 났고 사지를 넘나들고 있는 도중이니 잠에서 깰때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점점 붙었고, 결국 옆으로 가달라는 부탁을 들은 것도 같다. 그 와중에 공연 취소표를 노리는 덕질도 감행 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는데, 당연히 잠결에 했으니 결제까지 넘어가지 못하고 잠이 들었고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게 꿈인지 실제인지도 가물가물하긴하다. 모두가 잠결에 일어난 일이라 정작 현실에서 한 것들은 가물가물하지만, 꿈에서 한 것들은 사소한 것 까지 다 기억이 나는데 한 장면 한 장면 적자니 한편의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 시나리오 같아 왠지 나의 정신세계가 모두 들통나는 것 같아 부끄러워 죄다 적지는 않는다. 아마 파리 테러니, 광화문 시위니, 그동안 읽었던 만화책이나 소설, 짧은 글들과 기타 등등의 인풋들이 머릿속에서 섞여 만든 아웃풋일거다. 일어나 건조한 눈을 껌뻑거리다보니 그저 살아남았다는 문장만이 강렬했다.

연남동 먹방을 시전했던 어제의 문장은 'I CAMOMILE U'. 향이 강한것을 견디지 못하는 여자 둘의 이야기 중에 어디서든 숙면을 불러오는 듯한 카모마일의 이야기가 나왔고, 듣고 있던 나는 그렇다면 아이 캐모마일 유 라며 '당신의 숙면을 내가 기원하겠다'는 마치 꽃말과 같은 문장을 구사했다. 오전에 비가 그친다길래 밥을 먹고 한적하게 기찻길이나 걸어볼까 했지만 하루종일 분무기 뿌리듯 내리는 비에 카페에 앉아 두번째 주문을 추가하는 것으로 산책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먹고 이야기 하고 또 먹으며, 발이 아픈 여자와 힐을 신은 여자, 신발이 작은 여자 셋이서 은근 많이 걷고 집으로 돌아갔으니 어제 밤의 인사는 아이 캐모마일 유. 그러고 보니 나는 저 인사를 주고 받고서도 숙면 대신 그리고 험난한 꿈을 꾼 것인가.

밥을 세 숟가락 정도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며 신호를 보내는 위를 가지고 있는데, 위가 원하는 만큼만 먹으면 기운이 없어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차 경고를 보내기 직전까지 먹고는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맛있는 것에 향한 식탐이 장난이 아니라 드문드문 과식을 하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위의 탄력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평소보다 2-3배는 먹어도 들어가지는 위라니. (끄떡없는 위 - 라고 쓰다 과식 후엔 어김없이 위장병이 심해지니 끄떡없지는 않다며 수정한다.) 소화 능력이 좋지 않아 그 많은 것들을 소화시키는데 한 오백년일테니 그런 날에는 욕실 청소를 하고는 한다. 하루종일 경고를 외치던 위를 달래가며 이것저것 넣어두었으니 어제도 역시 욕실 청소의 날. 두피에 맞지 않아 쓰지 못하는 샴푸로 거품을 잔뜩 내어 문지르고 닦아내고 나니 말끔해진 욕실안에 향기가 가득하다. 그러고보니 어젠 많은 것들을 했구나. 기운도 좋지.

오늘 밤은 부디 I CAMOMIL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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