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서로에게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어서 그냥 인사나 나누는 정도였던, 십년도 더 된 그 때의 우린 상상도 못했겠지. 우리가 서로에게 큰 의미가 되고, 평생을 함께 할거라 약속을 하고, 뜬금없는 단어를 내뱉어도 무슨 말을 할지 알아 듣고, 아무 말 없었는데도 같은 저녁 메뉴를 떠올리고, 가끔은 손 잡고 마냥 걷고, 가끔은 한 없이 침대에 누워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들을. 나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 평생의 우리를 만들기를 항상 기도하고 있어. 5년+a 의 시간동안 사이좋게 지내느라 수고했어요. 앞으로도 수고를 아끼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봅시다.
모과는 아직 못샀다. 이러다 못살까 싶어서, 많아도 인터넷으로 사고 청을 많이 담던가 남겨서 방향제로 쓰던가 해야겠다고 생각만. 언제나 생각만으로는 수 많은 것들을 만들고 쓰고 그린다. 심지어는 매일 운동도 엄청 열심히 한다. 현실은 그냥 얼마전부터 보일러를 돌리기 시작한 따끈한 거실 바닥. 그래도 미싱만큼은 종종 돌려서, 나는 공장 노릇을 할테니 네가 사장을 하라며 k를 부추겼다. 이것도 딱히 실현 가능성은 없겠지. 얼마전에 깨달았는데 나는 하고싶다 해야겠다 말을 하는 것들을 하는 일은 정작 적고, 결국 하고 마는 것은 입밖으로 잘 내지 않더라. 적당한 무게와 모양이 될때까지 속으로만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가 지금이다 하고 던질 타이밍을 노리는 거지. 입밖으로 내는 것들은 허공을 떠돌다 그저 없어지는 것..
그러니 추워도 춥지 않다고 소심한 오빠들이 노래하였지만, 추운 건 추운 것. 아침에는 덜덜 떨며 일정 많고 약속 많은 올해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미세먼지니 뭐니 목도 코도 눈도 아프고 나니 맑아진 공기에 바로 비가 쏟아졌다. 당장 오늘 밤부터 매우 추울 테니 내일은 아마 겨울 자켓을 입고 나오게 되겠지. 올겨울에는 뜨개질을 하고 싶지만, 전에 장갑 하나 보고 산 책에 있는 것 중에 무어라도 하나 만들고 싶지만, 미싱을 돌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장갑이 가지고 싶은 거라 미싱을 돌려봐야 주방장갑 밖에 나오질 않건만. 눈꽃씨에게 거하게 무언가를 먹이고 일일 클래스를 받아야 하나. 한동안은 h의 주문으로 가방 공장 모드였다가 모두 끝냈고. j씨의 부탁으로 앞치마도 만들고, 막내의 부탁으로 일..
기쁜 일이 있을 때 말해주지 않는 것도, 힘든 일이 있을 때 말해주지 않는 것도 서운 하지만- 매일의 불행을 공유 당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상대의 불행에 잠식되는 기분. 그래서 한발자국 물러나면 기쁜 것도 힘든 것도 같이 오지 않아 그 거리가 매번 어렵다. 나는 다만 내가 다치지 않고 상대방을 해치지 않는 안전 거리를 유지하는 것 뿐인데, 그 거리가 유난히 다른 사람보다 먼 모양이지. 우린 사이가 참 좋아- 라고 하는 j씨에게 같이 사는데 사이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냐며 웃었다. 퇴근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더니 친하지 않은 사람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연애를 길거나 뜨겁게 해야하는 것이다. 결혼하면 친하거나 안 친한 사람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니까, 이왕이면 ..
이른 아침 출근을 하다보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거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의 하늘이 가장 어여쁘다. 컴컴한 밤 하늘에서 아침 하늘이 되기 직전의 남색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 부산스럽게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눈을 감을때 쯤에는 마알가니 흰 하늘이 되었다. 서늘한 밤 공기와 차가운 아침 공기에 얇은 자켓은 몇 번 입지도 못하고 도로 들어갈 준비 중이다. 아직도 올해의 나이가 입에 붙지 않아 누가 물어볼때면 가끔 헷갈리는데도, 어느새 올 해가 거의 다 지나갔구나 싶다. 올해는 j씨랑 단풍길을 걸어 볼까 싶고, 겨울 바다도 걸어 볼까 싶고. 슬슬 잠이 많아지는 시즌이 다가오는지, 평소처럼 자고 일어나 출근을 하니 낮에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너무 졸려 커피를 먹은 날엔 불덩이..
다른 집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집 고양이놈들은 유독 아픈 티를 낼 줄을 모르더라. 평소에도 꽥꽥 소리를 지르고 제 허락 없이 몸에 손대는 걸 싫어하던 김치즈라 그러려니 했더니 한밤중에 피를 뚝뚝 떨어뜨리는 걸 보고 놀라 방에 있던 j씨를 불렀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허겁지겁 캐리어에 담아 병원에 가니 아침이나 돼야 수술을 할 수 있다길래 집으로 도로 데려오니 밥부터 찾는 걸 보고서야 겨우, 그래 살 만은 하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더랬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움직이는 소리와 우는소리에 귀 기울이며 밤을 지새니 긴 밤이 지났다. 겁이 많아 낯선 곳 낯선 사람에겐 기겁을 하는 치즈를 어르고 달래 힘을 줘 진료를 보고 수술을 시키고 입원을 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김크림이 자긴 혼자 ..
봄 여름 내내 셀프 젤 네일을 했더니 손톱이 말이 아니라 쉬어야지 쉬어야지 했었다. 다만, 대마도 여행을 앞두고 짐 들고 어쩌고 하다보면 얇은 손톱이 찢어질까 그 위에 젤을 또 얹어버린것이 문제. 여행 내내 무사했지만 돌아와서는 너덜너덜해진 손톱에서 조심스럽게 젤을 떼어내고 새로 사온 영양제를 덧 바르기를 2주, 조금만 힘을 줘도 꺾일만큼 얇아지고 상한 손톱은 절반 정도까지 올라왔다. 아마 상한 손톱을 죄다 잘라내고 온전한 손톱으로 다 채우고 나면 다시 색을 칠하고 한동안 혹사 시키겠지만 - 꾸준히 네일을 해오던 손톱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면서 매일 영양제를 바르는 행위가 쉽지만은 않다. 공을 들여 기다리는 기분. 그동안 내가 너무 험하게 다뤄 미안하다며,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그 무언가. 기다림의 끝이 ..
j씨는 쇼파에 누워 뒹굴거리다 뜬금없이 나의 오동통 지수를 선언했다. 오동통지수가 300쯤 되는 것 같으니 오동통 장수를 조심하라며, 개 장수는 개를 잡아가지만 오동통 장수는 오동통 지수가 높은 사람을 노린다고 했다. 나를 납치해다 어디에 쓰냐 물으니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을 위한 신약 개발에 쓰인다고 했다. 지난 밤 저녁 약속을 마치고 동네에 돌아와 빙수를 사 들고 집에 가는 길에 전화를 하니 받질 않아 '전화를 안 받아서 돌아갈 수 없어' 라고 장난을 쳤던 기억이 났다. 늦은 밤은 특히 오동통 장수를 조심해야 하는 모양이다. 오동통 지수가 300이라니. 평균치가 얼마인지 궁금하다. 생김새의 변화는 왠만큼 크거나 이상하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약간만 몸이 안 좋다 싶으면 나보다 먼저 나의 아픈..
페북은 이제 남이 누른 좋아요 모음이 되었다. rss feed 정도의 느낌(이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건 함정)으로 하루에 한번정도 들어가 훑어보기만 하는데 [은총은 값없는 것이지 값싼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보았다. 은총 뿐만 아니라 사랑이, 남에게 베푸는 것들이 그런 것이라 여겨왔고, 그래서 점점 더 내게 사랑을 베풀수 있는 것이 모자라다 생각했건만 - 다시 한번 다짐 했다. 값 없이 주는 것이라고. 미움이 늘어가는 것이 버겁다. 그렇지만 늘어난다. 차라리 무심으로 살고 싶은데 되지 않는다. 미싱, 미싱을 돌려야겠다. 만들 것들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여름내내 까칠거리던 발 뒤꿈치를 여름이 다 끝나고 나서야 관리하기 시작했다. 방치해두었다가 손을 대니 얼마 한 것도 없는데 맨질맨질하다. 이제 슬 날..
커튼을 새로 만들려고 사이즈를 재고 한참을 계산해 원단을 주문했다. 주말에 오라는 택배는 결국 오지를 않고, 천장 석고 보드에 무언가를 달아본 것이 처음이라 앙카가 필요한 줄 몰랐던지라 결국 나사를 돌려 박고 다시 빼서 메꾸는 작업을 한참 했다. 앙카를 따로 주문하고 일단 재봉을 시작할까 하면서 재단을 끝마쳤다. 큼지막하게 천을 자르고 있자면 좀 더 넓은 방과 잘 드는 가위가 가지고 싶지만, 그런 것이 있다고 내가 재단에 공을 들일 일은 없으니 됐다. 작년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데 도움이 되었던 먼젓번의 커튼들은 떼내어 빨고 얌전히 개어 두었다. 주방 커튼은 조각이 나 쿠션 커버가 되었고, 안방과 작은방의 것은 무엇을 만들까 고민 중이다. 쏠씨와 만나 내가 겪은 또라이와 지인들이 겪은 또라이, 쏠씨가 만난..
- Huawei P9
- 치즈[루]
- SELP1650
- singer9960
- galaxy note4
- camera360
- 싱거9960
- sewing swing
- daily pic
- a5100
- 고양이
- NEX-5N
- 크림치즈
- 크림
- e.el /
- e.oday /
- springsong.pp /
- mayry /
- Amil /
- YUA /
- hadaly /
- hadaly_t /
- bluetang /
- kyungssss /
- hutjae /
- cherrymoa /
- kagonekoshiro /
- 9oosy /
- oamul /
- tatsuya tanaka /
- sunlightproject /
- dearphotograph /
- tadis12 /
- musicovery /
- Zooma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