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최종 북부 목적지까지 다 올라왔다. 섬은 여기서 끝이 아니고 더 올라갈 수야 있지만 우리의 꼭대기. 비세자키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근처에서 미동도 없이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안녕. 골목길 한 곳에 있는 집은 대문 앞의 길 귀퉁이부터 골목의 꽃들까지 공들여 매만져놓은 듯 했다. 역시나 집을 지키고 있는 시샤와 함께 아기자기한 노란색의 벽, 길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고동 껍질들. 파랗고 푸른 길을 걷는다. 나무들이 늘어선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다고 했다. 해가 뜨겁게 비쳐도 시원한 숲 한가운데서 땀도 잠깐 식히고, 지나가는 자전거가 있으면 먼저 보내주면서 천천히 걷다보면 숲 내음과 바다 내음이 섞여 이제 곧이구나 생각이 들때 쯤 바다가 보인다. 해가 지기 직전의 비세자키 해변. 하루의 마무..
셋째날은 북부를 움직인다. 이제 일정도 반이 지났다. 일찍 움직여 잔파곶을 보고 푸른동굴 스노클링을 하고는 만좌모를 찍고 위쪽까지 올라가려던 일정이었는데 ck가 허리가 안 좋기도 하고 우린 게으른걸 좋아하니 겸사겸사 아침 잠을 좀 더 자는걸로 하고 스노클링은 취소했다. 난 보라카이에서 해봤고 켄은 괌 여행계획이 또 있었기 때문에 ck가 제일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지. 덕분에 늦으막-하니 나와 잔파곶. 날은 여전히 흐리고, 풍광은 살짝 제주도 같지만 멋있다.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면서 등대 옆 쪽으로 올라가자면 너른 들판이 펼쳐져있는데 잔디나 일반 풀은 아니고 키가 낮고 단단해서 바람에 강하게 생긴 식물들. 어딜가나 그곳에 알맞게 자라는 것들이 곳곳에 있다. 키를 키우지 않아도 괜찮다며 안녕이 더 우선이..
다시 둘째 날로 돌아와서. 흐리고 비가 오고 우산을 산 와중에도 블루씰을 먹는다. 파랑파랑한 블루 웨이브. 오키나와는 그냥 구멍가게 같은 매장에서도 할머니가 블루씰을 판다. 공항에서 입국한 켄과 함께 렌트카 업체 버스를 타고 이동해 차를 인도 받았다. 렌터카는 한국에서 미리 ots 홈페이지에서 예약해뒀다. ots가 도요타보다 싸기도 했고, 그 와중에 40일 전 할인도 받았고. 첫날은 앞으로 바싹 당겨 앉았던 켄이지만 마지막날쯤에는 점점 뒤로 밀리는 의자. 한글 네비도 나름 잘 되고 맵코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지도가 고정이 되어서 길을 따라 화면을 수동으로 이동했다. 왜죠?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 리부팅을 하고 나니 괜찮아진걸 보니 기계는 역시 리부팅과 리셋이 최고. 숙소는 콘도미니엄..
둘째 날 시작. 나하 시내와 슈리성, 공항은 모노레일을 이용한다. 오늘의 일정은 슈리성 왕복 + 나하 공항 편도니까 1일 승차권을 끊고 시작했다. 모노레일은 칸이 적은 대신 자주 오는 편이라 이용에 불편은 없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슈리성까지 걸어가는 길. 도시든 시골이든 별반 차이 없이 한적하고 깔끔한 주택가를 지난다. 오키나와는 시샤가 곳곳에 많은데 가정집에도 지붕에 하나 둘 씩은 얹혀있다. 덥지는 않았지만 빙수를 파는 카페 겸 식당도 발견했지만, 빙수가 참 좋은 나라도 시럽은 참 싫어하기 때문에 일본 빙수는 먹고 싶지가 않아서 패스. 일단 서둘러서 슈리성으로 마저 올라간다. 동행했던 셋의 입국 출국일이 죄다 달라 일정상 슈리성은 (나만) 두번을 갔는데, 첫 날에는 날이 매우 흐려서 결국 나올때 쯤엔 ..
항공사마다 하루에 한대씩만 출항하는 덕분에 평소와는 다르게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 공항에 도착해 이것저것 수속을 밟고 모노레일을 타고 국제거리에 도착하니 벌써 늦은 오후 시간. 하루 먼저 출국해 포켓 와이파이를 들고 있던 ck와는 공항 와이파이로 도착시간과 장소를 알려 무사히 만나 국제 거리 가운데 있는 숙소에 짐을 맡기고 거리를 걸었다. 바다는 보이지도 않는 시내 한복판에도 바닷 바람이 불어오는 듯 바람이 습하다. 긴팔을 입고 움직이자면 은근히 땀이 배어나고 반팔만 입자니 아직은 살짝 추운 것 같은 추위를 잘타는 나의 오키나와 첫날. 곳곳에 있던 블루씰. 하루 3블루씰 정도는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1개씩밖에 못 먹었다. 점심은 인천에서 비행기 타기전에 먹은 사과가 다인지라 배가 고파 저녁 먹기전에..
후시미이나리 신사 가는 길. 나는 거리를 찍으면서 다코야키를 사고 ck는 약국에 들어가 있었더랬지. 어디있나 기웃거리다 약국에 들어가니 심각하게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전 날 밤의 추위에 겁을 먹고 수면 양말 안에 핫팩을 넣은 ck는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비명을 내질렀고, 괜찮냐 물어보는 내게 발바닥을 절대 보여주지 않고 숙소에서 나와서는 기어코 교토까지 가서야 약국에 들러 진통제를 한 통 받았다. 다녀와서 말해준거지만 꽤 심각한 상태라 약사 아저씨는 해줄게 없으니 너희 나라로 돌아라고 했다고. 그렇지만 우리는 또 걷고 걸었더랬다. 대체 뭐가 그렇게 신이 났었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어떤거라고 기억은 안나지만 하루종일 재잘대며 즐거웠던 기억만. 기도하는 사람들을 지나, 영화에서 나..
snap 카테고리를 보다보니, 제작년의 오사카 여행 한번치 사진들이 부족해서 채워넣기 용. 지금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자면 빵빵 터지는 여행이었어서 사진을 찾아 헤매다보니 의도치않은 추억 여행도 되었다=] 겉은 파랗고 반질반질한데 안은 노랗고 폭신 폭신한 라피도. 숙소는 도톤보리에거 두세정거장 지나있는 도부츠엔마에역에 잡았더랬다. 나의 여행 타입은 일행에 따라서 꽤 많이 달라지는지라, 좋은데서 잘 돈으로 맛있는 걸 더 먹자는 일행을 만나면 몸만 누일 수 있는 숙소면 충분하다. 실제로 방 안에 있던 건 병상 같은 침대 두개, 찬 물만 나오던 싱크대 하나, 옷장 하나와 난방겸용 에어컨디셔너. 그 다음에 같이 간 일행들에게는 차마 권할 수 없었지만 다시 비슷한 타입의 일행을 만난다면 언제든 다시 갈 의향있음..
꽃도 덜 피고 날도 흐려 비도 간간히 떨어지는 연희숲속쉼터를 여유롭게 걸었다. 항상 5-6월쯤 들렸던 허브원은 아직 몇몇 허브들만 자리 잡고 있어서 여름이 가까워지면 다시 오기로. 다음 주말쯤이면 꽃도 많고 사람도 많겠다며 그러니 지금은 한가로움을 즐기자고 했지만 카메라에는 단렌즈, 심지어 날도 흐려서 사진이, 사진이. 결국 사진도 포기하고 그냥 손잡고 걷기. 홍제천쪽으로 내려와 징검 다리를 건너다 급 결정하고는 불광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j씨 덕분에 버스 정류장 근처 빵집에 들렀다가 노아갈릭 득템. 빵봉지 덜렁덜렁 팔목에 끼고 버스를 올라타 동네구경 조금 더 하다 불광천에 내리니 벚꽃이 가득하다. 연이은 가뭄에 물이 말라 오히려 천 가까이에는 별 것 없어서 찻길과 만나는..
욕실 앞에 놓여진 발매트는 언제나 고양이들의 차지라서, 극세사나 타올 재질의 발판은 점점 털과 친해지고, 세탁을 해도 똘똘 말려 떨어질 줄을 몰라 항복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새로 만들어 버리겠다며 지난 설 쯤 안 쓴다며 댕이 안겨준 접착솜도 쓸 겸 원단서랍을 뒤졌다. 심플하면서도 하얀 털이 잘 안 보이고, 너무 하얗지 않아서 매일매일 빨지 않아도 괜찮은건 어떤 것일까 고민하다 코튼빌 커트지를 꺼냈다. 고이 모셔둔다고 어디 쓸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아까워하지 않기로 하며 매일 쓰는거니 괜찮다고 과감하게 꺼내어 싹뚝 재단. 커트지 사이즈가 정사각형이라 옆에는 심플한 데일리라이크 원단을 덧대었다. 일반 소품이면 솜을 다리미로 접착시키고 끝이겠지만 자주 빨아 쓸 녀석이라 누빔도 해주고. 미끄럼 방지 원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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