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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넘버 원

_e 2016. 5. 2. 11:21

그러고보니, 전에 쓰려다 잊어버린 꼭지가 있어서. 이번에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두 달을 꽉 채워 쉬었는데, 쉬는 동안 마지막주를 빼놓고는 일주일에 4번은 외출을 한 것 같다. (그런데도 만나려던 사람들은 다 못 만났다는 것에 나의 협소한 인간 관계를 생각해보면 가장 큰 미스테리!!) 그리고 그 날들 중에 나의 것은 아니지만 위기 상황이 두 어번 정도가 있었고 사람이 위기 상황에 놓이면 어떤 대응이 나올지는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한 대처법들이 나왔는데 실질적으로는 그 상황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것들이어서 아니 이것은 무엇인가 싶었고,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개입을 했는데 나 혼자만 태연하고 차가워 공감도 못해주고 일만 척척 해결하는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낄수도 있었달까. 예를 들자면 사과를 주지 않으면 널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칼 든 강도에게 사과를 가지러 간다며 사과가 쌓여있는 곳과 반대로 마구 뛰어 간다던가, 사과를 가지고 있는게 빤히 보이는데도 배를 준다던가 뭐 이런 식. 심지어는 그 나름의 이유가 확실히 있어 그렇게 한 거여서 더 놀랐고, 그래도 문제 해결이 되니까 살아온 것인가 싶었고, 이래서 사람들은 다양하고 다 다르게 사는구나 싶었달까.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컬쳐쇼크 같은 느낌이었으니 적어두려고.

파란 하늘에 초록색 나무, 주황색 시트지가 붙여져 있는 지하도 입구의 천창까지. 지하도에서 올라가며 보인 풍경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어두고 싶었는데, 다시 시작 된 출근에 핸드폰 카메라는 봉인이니 모두를 먼저 보내고, 스티커를 떼어내고 찍는 과정이 번거로워 눈에만 새기고 말았다. 지하도 밖으로 나와 그 쨍한 풍경 속에 있자니 사정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엉킬까 묶은 머리가 내 얼굴을 때려대긴 했지만, 부는 바람이 날 밀어대 휘청거리긴 했지만.

밤에는 또 쉽게 잠이 안 든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도 하고 잘 준비 가득하게 누워 가물가물하지만, 밑으로 푹 꺼지는 듯한 잠듦새가 도무지 오질 않는다. 덕분에 반은 깨어 소리를 다 들어가며 그래도 잠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꼼짝을 안하고 있자면 눌린 팔이 저리다. 그래도 아침엔 5시 딱 맞춰 잘 일어나니 나쁠 건 없고, 피곤이 쌓이면 머리만 닿으면 급히 잠들겠지라며 넘어가고 있다.

여름에 대해서는 좋다 싫다의 감정이 없지만, 콩국수를 어디서나 파는 건 즐겁다. 슬슬 식당들에 콩국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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