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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

_e 2016. 4. 26. 17:42

사월의 마지막 주는 휴일의 마지막 주이기도 하다. 두달내내 빼곡하게 있었던 약속들을 떠올리며 조금의 유혹들을 떨쳐버리고 약속 없이 한 주를 보낸다. 새벽 출근에 한동안 하지 못할 늦잠을 자고, 작은 방 한쪽에 쌓여있던 짐들을 정리하고 가림막을 만들어 가려두고, 욕실 선반에 빼곡한 샴푸와 바디 워시들도 정리해 디스펜서에 담아뒀다. 주문 받은 꼬꼬마 옷을 재단하고 재봉하고, 만들어 두고 묵혀 두었던 신혼집 선물에 조금 더 담아 보낼까 룸슈즈와 발매트를 만들어서 우체국에도 다녀왔다. 화장품 가게에 쌓인 공병을 반납하고, 그때 그때 필요한 야채를 사러 시장에도 들른다. 어제의 저녁 메뉴는 소고기 콩나물밥, 오늘의 저녁 메뉴는 소갈비찜과 콩나물 국, 내일은 감자를 볶고 오랫만에 햄을 부치고 얼려놓은 냉이를 꺼내 된장찌개를 끓여볼까. 미세 먼지 예보를 수시로 들여다보다 잠깐 초록색일때 얼른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방을 쓸고는 목을 큼큼대며 창문을 닫고 공기 청정기도 돌리고 나면 하루가 금새 지나가 이래서 살림하는 사람들이 쉴 새가 없지 한다. 넷플릭스는 쉬는 동안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들을 챙겨보고, 닥터후를 보고, 덱스터를 보는 중이고, 더 보지 않게 된 iptv를 끊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제주도 사진과 오키나와 사진들은 1차 정리를 끝냈지만, 아직도 수백장이 남아 그 중에 골라 올릴 생각하니 절로 귀찮아져 뒤로 미루고 있다.

얼마 전 부터 운동도 시작했다. 몸을 이루기 위한 기초 근육 외에는 근육이 하나도 없는 몸이라 근육 만들기에 힘써 보려고 코어 근육 운동만 하고 있다. 평생을 안 하던 운동이니 몸에 무리가 갈까 싶어 천천히 횟수를 늘리고 있는 중. 처음 3-4일 동안은 계단을 다닐 때 다리가 후들거리고, 일주일 정도는 하루종일 잠이 쏟아지더니 지금은 좀 낫다. 며칠 뒤 합류한 j씨와 한 밤 중에 마주보고 끙끙거리면서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삼십년이 넘게 운동없이 살아왔는가를 이야기하며 웃는다. 오래 살 생각은 없지만 함께 건강히 살아보자 다짐한다.

실수 였는지 좋아요를 눌렀다가 황급히 취소한 그녀는 아마 취소가 됐으니 내가 모를거라 생각했겠지만 - 나의 인스타그램은 좋아요의 숫자가 적고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에 그 후로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없어 상단 표시줄에만 남아 들켜버렸다. 십년은 된 듯한 악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이어짐은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이제와서는 옛 일은 모두 잊은 것인가 싶은 의아함만 남았고, 미움도 뭣도 없으니 좀 더 당당하게 좋아요를 눌러도 기분 나빠 하진 않겠노라 여기에 써본다.

구글 포토에 날아간 하드 이후에 쌓인 5-6년치의 사진들을 올리면서 한동안 추억 여행을 했다. 어릴 적의 크림치즈도 있고, 이리저리 다닌 여행 사진들도 있고,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하루에도 수십장 수백장씩 찍어댄 사진들도 있고, 일년에 한번씩 꼬박꼬박 찍은 j씨와의 사진들도 있더라. 이천에 다니면서 핸드폰 카메라가 봉인 된 덕분에 자잘하게 찍은 매일의 사진들이 적어진 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소소하게 잘 돌아다니고 잘 살았구나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입고 있는 옷은 별 반 다를 것이 없는 건 조금 웃겼다.

이제 마저 잘 쉬고 출근을 시작해야지. 시간이 빠르다. 남은 올해의 작은 목표 몇 개가 생겼는데, 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 여기엔 따로 적지 말아야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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