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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종종 막내의 '하고 싶은 것 없음'에 대해 걱정하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물었다. 몇 번은 저 나이 때는 다 그렇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애들이 드물다-고 답했고, 한 번은 대체 왜 내가(혹은 나만)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며 짜증을 냈고, 제일 최근에는 하고 싶은 게 없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하고 싶은 것이 없어도 해야 할 일은 하고 살아갈 테고, 그러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안 생겨도 그럭저럭 살만하고, 생기면 좋은 거라고 (사실, 생겼지만 이루어지지도 않고 이루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자가 불행 머신 가동의 동력으로만 사용할 갖고 싶지만 내게 없고 영영 가질 수 없는 '하고 싶은 것'이라면 생겨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답했다. 흔히들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노력, 비전, 희망 기타 등등의 긍정적인 것들은 말 그대로 '있으면 좋은 것'일 뿐인데 어느샌가 꼭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변질이 되어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노력하지 않으면 나쁜 것처럼, 꿈꾸지 않으면 시든 것 처럼, 비전이 없으면 인생이 망할 것처럼. 그런 것이 없이도 일상은 흘러가고 사소하게 즐거우며 내가 할 것들은 이리도 많건만 '남들 보다 더' 혹은 '남들만큼' '잘 살아야 한다'의 강박과 걱정에 둘러싸여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의 행복이 뭐 그리 소용 있나 싶다. 그러니 나는 현재를 즐기겠노라, 남들보다 앞설 필요도 없고, 많이 가질 필요도 없으며 더 행복하지 않아도 상관없이. 흘러가듯 작고 더 작게.
항공권도 끊었으니 이제 자랑해도 취소될 일은 없겠지. 하노이도 갈 거다. 예이! 엄마랑 이리저리 동네 구경이나 하고, 카페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해야지.
그리고 이천은 다 끝난 게 아니었다. 두둥. 이럴 줄 알았으면 3년 전에 이천에 집이라도 하나 사둘 걸 그랬나보다. 일단 3월에 한 달 놀고 두어 달 정도 다시 들어올 것 같은데, 지겹다는 마음보다는 노는 동안 마음 가볍게 실컷 놀 수 있겠다며 좋아하고 있다. 아, 이 어떻게 해도 없어지지 않는 일개미의 근성. 덕분에 봄이 오면 하려던 수많은 것들을 나눠 이쪽은 봄에 두고 저쪽은 여름으로 미뤄야 할 듯. 봄에도 놀고 여름에도 노니까 좋지 뭐.
며칠째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을 과감히 포기하고 (내 인생에 읽다 마는 책이 생길 줄이야!!!) 다른 책을 시작했더니 반나절도 안돼 끝낼 수 있었다. 안되는 건 버린다고 생각해 왔건만 아직도 버리기까지가 오래 걸린다. 어차피 버릴 것들에는 좀 더 차가운 여자가 되어야 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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