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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부탁한 물건을 가져다 주러 온 ck가 티켓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10년이 뭐야, 이제 조금만 있으면 15년도 되어가는 2003년의 이적 콘서트 티켓. 희미해져가는 잉크와 앞 번호 019에 새삼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콘서트 티켓 하나만으로도 이야기는 길다. 예전에도 유명했지만 지금보다는 덜 슈퍼스타였던 적아저씨의 단콘은 신나고 즐거웠더랬다. 게스트로 와서 객석을 뛰어 다녔지만 우리쪽으로는 와주지 않았던 진표 아저씨, 적 아저씨가 입고 있던 등에 반짝이는 날개티가 가지고 싶었지만 굿즈로 파는 티는 반짝이지 않아서 사지 못했던 이야기, 공연 전에 갔던 하령회와, 마지막엔 결국 스탠딩이 되었던 공연과, 끝나자마자 출발했는데도 천안에서 차가 끊겨 없는 돈을 모아모아 탔던 택시 이야기까지. 그리고는 산속에 있는 우리 학교에 놀러와 대 유행이었던 할리스를 타다 넘어져 대 참사를 당했던 이야기라던가, 낙산 공원 올라가는 길에서 사진을 신나게 찍어댔던 이야기까지 넘어간다. 둘이 워낙 자잘하게 같이 한 것이 많은 덕분에 끊이지 않는 이야기들. 이러니 TV 드라마로 추억을 떠올 일 필요가 뭐 있나.
물론 덕선이는 귀엽고 택이는 어여쁘다. 그리고 택이보다는 현이가 더 예쁘다는 너를 기억해 덕후가 여기 하나...
점심시간, 옆 테이블의 남자 셋이 흔한 경제에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 그 중 한 명이 일년에 한번은 해외 여행도 가야 사람 답게 사는 것인데 쉽지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그 옆 사람이 마음이 중요한 거라며 배낭 매고 국내라도 돌아다니면 된다고 답했다. 음 그렇지, 라며 속으로 동의를 하고 있었더니 해외 여행을 갈망만 하던 사람이 그런 사람들이 산속에 네명이 들어가 두명이 조난을 당한다고 답해 이것은 무엇인가 내가 당황했다. 아, 그래서 일년에 한번은 해외 여행을 가야하는데 하는데 하는데만 하고 있는 것인가 싶고, 해외여행을 1년에 한번씩 다니게 되면 또 무슨 걱정과 부러움으로 세상을 살게 될까 싶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의 모습이 이것은 왠 오지랖인가 싶고 - 하는 도중에 밥이 나와서 생각 중단. 다들 각자 깜냥대로 사는 거지 하고 만다. 나는 배낭이라도 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야지 하는 다짐은 강조형으로 마지막에 덧붙이는걸로.
새로 산 핫팩은 전에 있던 것보다 훨씬 뜨겁고 오래가지만 손에 쥐고 있으면 철가루가 새어나오는지 손톱 아래가 까맣게 물들어 손 안 씻는 사람 같아진다. 사실 며칠동안 어째서 손을 한시간에 한번씩은 씻는데 나의 손톱은 까만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아! 하고 어제 깨달았다. 현이와 이야기하다 핫팩 주머니를 만들어야겠다 했더니 '뭐든 만들어 쓰니까 좋다'라고 해서 또 아! 하고 깨달았다. 지금은 당연한 것이 몇 년 전만 해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생각을 하니 언제 또 당연들이 바뀔지 살짝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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