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도 사줘. " " 그럴까, 들어가서 둘만 살까. " 내가 말하는 모든걸 들어주겠다는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H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온갖 파란색 물건들로 방바닥을 가득 채우고 잠에서 깨어난 나를 끌어안고 호들갑을 떨테지. 우리의 침대가 섬인양, 바닥의 파란색이 바다인양. 우리는 고립되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그러니 사랑을 나누자고. 시끄럽다고 치우라고 말하는 내 팔을 붙들고 지금 바다에는 상어가 돌아다닌다고 가리키는 그 손 끝에는 잘 신지 않아 신발장에 쳐박혀 있던 검은 구두 한쪽이 놓여져 있겠지. 저 위풍 당당한 상어 지느러미 좀 보라며 우린 아무곳도 갈 수가 없다며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겠지. " 헤어지자. " " 응, 삼분만 헤어져. 화장실 다녀와야겠다. " 조금 이따 보자며 춥다는..
차가운 결명자차를 홀짝거리며 감자탕을 기다리면서 잠깐의 대화를 나눴다. '예전도 지금 성격이었다면 친구가 없었겠지?' 라는 -과거에 지금 현재의 성향을 대입하는- 물음에, '필요를 못 느꼈을테니까' 라고 답하다 바로 정정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했을테니까' 로 바꿔 말했다. 이 둘의 차이가, 꽤 큰거다. 요즈음, 혹은 몇년전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시들해진 이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없어서'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대인관계가 꼭 필요로 해서 이루어진건 아니었으니까 그때도 필요를 느껴서 그랬던건 아니고, 지금에 와서는 '왜' 라는 물음이 앞선달까. 그러고보니 내 애니어그램을 들고 엄마는 좀 더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라고 했었더랬지. 오늘도 차가운 도시여자 코스프레는 여념이..
1회부터 100회까지 이어 봤다. CSI 시즌 4개를 한달도 안되는 시간동안 해치우고 나서는 다시는 몰아보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던지라 조금은 천천히, 몇일쯤은 쉬어가면서 남은 시즌을 마저 끝냈다. 그 빼곡한 시간 속에서 리드가 자라는걸 보고, JJ가 엄마가 되는걸 보았다. 가르시아는 애인이 생겼고, 하치는 하치는 ... 백회기념 파티까지 해놓고는, 부제도 심플하게 '100' 이라며 백회의 위엄을 양껏 드러내고는. 아아. 세상에 이런 백회 기념편이 어디 있나. 스포해두면 j씨한테 혼날테니 헤일리의 대사로 대체한다. " 당신이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말해줘야해.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날 웃게했는지도. 잭은 당신이 항상 심각하진 않다는걸 알아야해, 애런. 난 그애가 사랑을 믿었으면 해. 그게 가장 중요한거잖아..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한탄한다. 어째서 이 작은 머리로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들어 이어 나가고 있는걸까. 심플한게 최고라고 말하면서 무엇 하나도 심플하게 못 지낸다. 미련하기도 하지. 쯧쯧. 후회는 짧고 깨달음은 길게 살아야 한다고 백번 말하고 한번 실천한다. 한번이라도 실천하는게 어디야 - 라고 말하는 쓰잘데 하나 없는 낙천주의. 할 수 없는걸 붙들고 질질 끌고 있는게 싫다. 안된다, 못한다 이 말하는 게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부당한 변명은 늘어가고, 지나온 시간들을 탓한다. 자기불신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 탓인지는 알지도 못하겠고, 알려는 의지도 없다. 그것을 알게되면 끊임없는 원망으로 내 시간을 점철하게 될것이다. 그것은 옳지 못하다. 원망으로 무언가 해결된다면 나는 어느 누구라도 붙들고 탓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을 거다. 남에게 소비되어지는 것은 싫지만, 남을 소비하는 것도 싫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하고도 얽히지 않고 혼자 우뚝 서야하는것이 아닌가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소비되어지고 남을 소비하고 있다. 이 무슨 말도 안되고 더러운 상황인거지. 서로 제 살 깎아먹기 인게 눈에 보이는데도 질질 끌어가며 놓지 않는건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시간은 더디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몇날이 지난다. 손을 ..
봄이 영영 안 올듯 눈을 퍼부어대던 삼월이 어느샌가 끝났다. 삼월의 마지막 날에는 염증에 부은 눈두덩을 껌뻑이며 조퇴를 해 병원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은 슬쩍 들여다보더니 처치실에 눕혀두고는 마취 점안액으로는 안 아플리 없게 찔러대고 짜내고 약을 발라 거즈를 올려 반창고로 고정시켜주었다. 일년에 두어번은 하는 짓이지만 끙끙대며 짜내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안경도 못써 잘 안보이는 눈으로 비척비척 집으로 들어가 배위에 얌전히 손을 얹고 누워있었더랬다. 아플때면 꼭 몰아 아픈 몸은 열이 났고, 속이 쓰리고, 목이 부어있기도 했으니 봄 맞이 한번 제대로 한다 싶지. 주섬주섬 일어나 지혈이 다 된 눈에서 거즈를 떼어내고, 진통제가 들어있다는 약을 꿀꺽 넘겨 삼키고는 다시 비척비척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랬다..
아메리카노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라고 말하자니 너무 뻔뻔하지 싶다. 내 위가 정상이 아니라는걸 자주 까먹는게 문제일 뿐. 그리고 가던 병원 안간게 두번째. 왜 속이 아픈걸 말하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내가 속이 아픈걸 까먹고 다닌다는 첫번째 이유가 다시 튀어나와 99.9% 정도를 차지하고 눌러앉는다. 당장 아픈것만 해결되면 병원이고 약이고 까맣게 잊는데, 다른데 아파 간 병원에서 내 속이 생각날리가. 평소같으면 이쯤됐을때 약먹기를 그만두는데, 이번에는 목도 만만찮게 아파서 (아픔의 기준은 실생활이 불가능하려고 할 무렵) 약을 먹을때마다 손에 들고 고민한다. 에잉.
지희네 작은방 책장에서 낯익은 노트 두권을 발견했다. 원래의 제 굵기의 딱 두배가 되어있는 노트는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던 교환 일기였다. 서로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한쪽면에 붙이고는, 나머지 한페이지에는 글을 빼곡하게 적어 꼬박꼬박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금 읽어보려다 손발이 오그라들까봐 읽지 못한 이야기들은 그때에는 심각했지만 지금은 읽자면 우스울 것 같아서 반가워만 하고 노트를 덮었다.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자잘한 것에도 함께 웃던 우리는 뭐 그리 할말이 많았던지. 지나고 나니 참 별거 아니었던 시간들을 지내며 우리는 어쩜 그렇게 반짝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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