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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사월.

_e 2010. 4. 1. 12:05

봄이 영영 안 올듯 눈을 퍼부어대던 삼월이 어느샌가 끝났다. 삼월의 마지막 날에는 염증에 부은 눈두덩을 껌뻑이며 조퇴를 해 병원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은 슬쩍 들여다보더니 처치실에 눕혀두고는 마취 점안액으로는 안 아플리 없게 찔러대고 짜내고 약을 발라 거즈를 올려 반창고로 고정시켜주었다. 일년에 두어번은 하는 짓이지만 끙끙대며 짜내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안경도 못써 잘 안보이는 눈으로 비척비척 집으로 들어가 배위에 얌전히 손을 얹고 누워있었더랬다. 아플때면 꼭 몰아 아픈 몸은 열이 났고, 속이 쓰리고, 목이 부어있기도 했으니 봄 맞이 한번 제대로 한다 싶지. 주섬주섬 일어나 지혈이 다 된 눈에서 거즈를 떼어내고, 진통제가 들어있다는 약을 꿀꺽 넘겨 삼키고는 다시 비척비척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랬다. 아파도 병원에는 가기 귀찮고, 약을 먹기에도 영 귀찮아 쌓아두다 꼭 한번씩 미련하게 앓아 누워도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선글라스를 끼신, 흰머리 히끗한 아저씨가 운전하는 아침의 택시에서는 CD도 아닌 테잎으로 퀸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내릴 무렵쯤에는 We Will Rock You를 따라 불렀다. 장국영이 죽은 날인데 기억하는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는걸 보니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들 투성이더라. 사월 첫날은 만우절이지 않냐며 준비한건 있냐고 묻는 몇몇 지인들에게는 슬몃 웃어보인다. 바쁜것도 없고 쫓기는 것도 없는데 요새는 유난히 여유가 없다. 분명 여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부쩍 신경이 날카로운 것은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니까. 찬찬히 지나고 싶은 스물일곱의 사월이다.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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