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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도 사줘. "
" 그럴까, 들어가서 둘만 살까. "
내가 말하는 모든걸 들어주겠다는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H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온갖 파란색 물건들로 방바닥을 가득 채우고 잠에서 깨어난 나를 끌어안고 호들갑을 떨테지. 우리의 침대가 섬인양, 바닥의 파란색이 바다인양. 우리는 고립되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그러니 사랑을 나누자고. 시끄럽다고 치우라고 말하는 내 팔을 붙들고 지금 바다에는 상어가 돌아다닌다고 가리키는 그 손 끝에는 잘 신지 않아 신발장에 쳐박혀 있던 검은 구두 한쪽이 놓여져 있겠지. 저 위풍 당당한 상어 지느러미 좀 보라며 우린 아무곳도 갈 수가 없다며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겠지.
" 헤어지자. "
" 응, 삼분만 헤어져. 화장실 다녀와야겠다. "
조금 이따 보자며 춥다는 듯 몸을 떨며 화장실로 등을 돌린다. 얼룩진 티셔츠가 속삭였다. 괜찮아. 네가 뭘 알아, 건방지긴. 내 중얼거리는 말에 H가 무슨 말이냐고 묻는걸 무시하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아.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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