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무 생각 없이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한탄한다. 어째서 이 작은 머리로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들어 이어 나가고 있는걸까. 심플한게 최고라고 말하면서 무엇 하나도 심플하게 못 지낸다. 미련하기도 하지. 쯧쯧. 후회는 짧고 깨달음은 길게 살아야 한다고 백번 말하고 한번 실천한다. 한번이라도 실천하는게 어디야 - 라고 말하는 쓰잘데 하나 없는 낙천주의. 할 수 없는걸 붙들고 질질 끌고 있는게 싫다. 안된다, 못한다 이 말하는 게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부당한 변명은 늘어가고, 지나온 시간들을 탓한다. 자기불신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 탓인지는 알지도 못하겠고, 알려는 의지도 없다. 그것을 알게되면 끊임없는 원망으로 내 시간을 점철하게 될것이다. 그것은 옳지 못하다. 원망으로 무언가 해결된다면 나는 어느 누구라도 붙들고 탓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을 거다. 남에게 소비되어지는 것은 싫지만, 남을 소비하는 것도 싫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하고도 얽히지 않고 혼자 우뚝 서야하는것이 아닌가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소비되어지고 남을 소비하고 있다. 이 무슨 말도 안되고 더러운 상황인거지. 서로 제 살 깎아먹기 인게 눈에 보이는데도 질질 끌어가며 놓지 않는건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시간은 더디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몇날이 지난다. 손을 ..
봄이 영영 안 올듯 눈을 퍼부어대던 삼월이 어느샌가 끝났다. 삼월의 마지막 날에는 염증에 부은 눈두덩을 껌뻑이며 조퇴를 해 병원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은 슬쩍 들여다보더니 처치실에 눕혀두고는 마취 점안액으로는 안 아플리 없게 찔러대고 짜내고 약을 발라 거즈를 올려 반창고로 고정시켜주었다. 일년에 두어번은 하는 짓이지만 끙끙대며 짜내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안경도 못써 잘 안보이는 눈으로 비척비척 집으로 들어가 배위에 얌전히 손을 얹고 누워있었더랬다. 아플때면 꼭 몰아 아픈 몸은 열이 났고, 속이 쓰리고, 목이 부어있기도 했으니 봄 맞이 한번 제대로 한다 싶지. 주섬주섬 일어나 지혈이 다 된 눈에서 거즈를 떼어내고, 진통제가 들어있다는 약을 꿀꺽 넘겨 삼키고는 다시 비척비척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랬다..
지희네 작은방 책장에서 낯익은 노트 두권을 발견했다. 원래의 제 굵기의 딱 두배가 되어있는 노트는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던 교환 일기였다. 서로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한쪽면에 붙이고는, 나머지 한페이지에는 글을 빼곡하게 적어 꼬박꼬박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금 읽어보려다 손발이 오그라들까봐 읽지 못한 이야기들은 그때에는 심각했지만 지금은 읽자면 우스울 것 같아서 반가워만 하고 노트를 덮었다.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자잘한 것에도 함께 웃던 우리는 뭐 그리 할말이 많았던지. 지나고 나니 참 별거 아니었던 시간들을 지내며 우리는 어쩜 그렇게 반짝였던지.
별로 다정치 못한, 무뚝뚝한 본성을 양껏 내보이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 그래 이런 사람만 주위에 있다면 사는게 엄청 편하고 유쾌할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애써 노력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고 있으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줄 수 있고, 그쪽이 무슨 말을 해도 내가 받아줄 수 있는. 자주 만나지 않아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만났을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며, 몇년만에 보더라도 어제 만난것 처럼 별거 아닌 지난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만큼은 이해하는.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오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어서 구구절절하게 어르고 달래지 않아도 되는 관계로만 이루어진 세상이라니. ..
춥다. 다음주면 사월인데도 눈이 내리다 비로 변했다. 춘삼월이 아니고 추운삼월이지 싶다. 2012년에 종말이 오는게 맞다며 농담을 나눴다. 우습다고 후후 웃으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는 내리는 눈에 묻혔다. 집에 오는길에는 Bolero를 들었다. mp3의 노래들을 정리하고 새로 넣어도 빼지 않는 곡이 몇곡있다. 리틀 윌리스의 앨범, Canonball과 Delicate, Hallelujah와 Desire, Bolero와 TAXI, 그리고 몇개 더. 버스에는 사람이 많았고, 자리가 안나다 신사역쯔음 지나니까 나더라. 시간이 참 천천히 지난다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참 빠르다.
업무용 다이어리를 정리하면서 살가도의 사진을 프린터해 앞면에 붙였다. 얼룩말은 언젠가 꼭 초원에서 직접 보고 싶은 것 중 하나. 딱풀을 슥슥 발라 붙여놓고 꾸욱 하고 무거운 책들로 눌러두었다 떼었다. 4월부터는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될 것 같다. 월요일 화요일엔 광교 옆 14층에 앉아 일을 했다. 아마도 고 근처에서, 아마도 여름까지. 욕심을 가득 품고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도 이것하고 저것하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몸이 편해진다. 아둥바둥 껴안고 살아봐야 좋을 것 하나 없는거 알면서도, 다 놓았다 - 이야기 하고는 꼭 끌어 안고 살더라. 올 한해는 욕심 없이, 시간이 지나는대로 평온하면서도 조금만 바쁘게 지내려고 준비중. 눈이 온다길래, 지난주의 눈보라를 생각하고 겁을 먹어서 장..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좋다'를 몇번이고 말하던 j씨가 갑자기 심각하게 물어왔다. 이 좋은게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고, j씨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이 시간이 좋게 느껴지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 묻는거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몸을 돌려 j씨를 꼭 안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담백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주었다. 같이 해서 좋은 걸 찾으면 되지. 우리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딱히 가진게 없고, 보통의 연애하는 사람들처럼 매일매일 만나 데이트를 하는것도 아니고, 통화로 몇시간씩을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서도, j씨와의 시간이 벌써 꽤 많은 년수를 더해가는 동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j씨와 감성적이고 꿈을 꾸던 내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다른이들이 보기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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