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이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는 전날 인사동에서 우리는 만났다. 사과 나무에서 밥을 먹고, 진한 초코드링크를 마시고 싶다는 윤경씨의 말에 할리스를 찾다가 포기하고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배가 부르니 두잔만 시켜 홀짝 거리다 나가자며 한잔은 시그니처 초콜릿 드링크, 한잔은 차이티라떼. 내게 차이티라떼는 슬플때면 울음을 참느라 꼭 사먹었던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헌이가 떠나는건 아쉽지만 그래도 만난건 기쁘니 맛을 보여주고 싶었단 말이지. 그리고 깜짝 놀랐다. 아니, 차이티라떼를 못먹는 사람이 있었단 말야?
내 성격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지 않는 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보통 그 결정은 '짧은 시간'이지만 어마어마하게 공을 들인 생각들로 이루어진다. 평상시에는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을 거의 피할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커서 집중한 상태에서 생각이 길어지면 힘들어지니까 되도록이면 짧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애써 집중도를 흩어놓으면서 오래도 생각을 버텨왔다. 빠르게 결정하면 후회할거라는 생각을 했다. 결정에 있어 후회를 만들면 안됐다. 이제 다 끝.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더는 생각을 할 기력도 이유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곧 결단의 시간.
올해의 말씀치곤 조금 늦었지만.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는 평생의 말씀. 핸드폰 바탕화면에 걸어놨다. & 예전에 훈이랑 나눴던 대화 _ 아무튼, 이봐 _ 응 ? _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는게 뭔지 알고 있어? _ 어떤 의미에서 ? _ 어떤 의미에서라.. 내 삶이랄까? 아니 말그대로 전부라고 해야하나 _ 음 그러니까, 그게 그거야. 네가 다섯살짜리 꼬마야,그리고 주님이 아빠고. 아빠는 다섯살짜리 아들한테 모든걸 다 해주겠다고 하지는 않아 그치? 그 다섯살짜리 아들도 아빠한테 밥먹는거서부터 하나하나 다 해달라고 하지도 않고 하지만 자기가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때라던가 아니면, 자기가 하지 못하는일이 생기면 아빠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해주세요 하거나 아빠 아빠 _ 하면서 아빠를 불러 그럼 그 아빠는 아들을..
사람마다 경중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것은 아니지만 이따금 나는 무서워진다. 그리고 그 무서움은 강박증으로 변한다. 내가 중요한것과 상대방이 중요한것은 분명 다를텐데도 나는 나의 중요를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내가 강요받는 상대방의 중함보다 상대방에게 강요되어질 내 중함이 나는 더 싫다. 떼쓰기는 집에가서 엄마한테나 하라고 말하는 순간에 내가 떼를 쓰고 있는건 아닐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내가 받기 싫은 것들에 대한 정도가 커질수록 그것만큼은 남에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에 다짐을 한다. 예전의 예민함들이 많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다른쪽으로 날을 세우고 있던건 아닐까. 살아가는데는 옳거나 옳지 않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옳지 않기 때문에 적용하지 않으려는 건 아닐까. 마음이..
새로운 사진이 도착했다. 처음 사진은 어릴 때 찍은 모양이다. 후원자가 생겼다고 새 사진을 찍었겠지. 어릴적의 사진에서는 마냥 작았는데, 새로 온 사진은 키가 커서 놀랐다. 잘생겼네 하고 웃으니 J씨는 얼굴보고 골랐냐며 우스개 소리를 했다. 생일 감사 헌금봉투를 챙기면서 안디 것도 하나 더 챙겼다. 내가 옆에서 지켜줄 수는 없으니 주님께 보살펴 달라고 기도했다. 남을 위해 하는 기도는 아직 낯설지만 앞으로 계속 가지고 갈 기도 제목중에 하나니까 슬슬 익숙해지겠지. 그러고보니 써놓은 편지는 아직도 못 붙였다. 누나 노릇하기에는 정말 꽝이야. 조만간 다시 편지 써서 얼른 보내야지 흑흑. I Love You, Andy. 라고 쓰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워 안디, 이런 감정 맛볼 수 있게 해줘서. 건강하게 ..
H와는 한동안 연락을 아니하고 지냈다. 나의 잠수 및 H의 잠수는 잘 어우러졌고 몇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연락이 닿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여전했고, 예전보다는 어른의 가까운 모양새였지만 모든 허세 다 접어두고 우스개 소리 던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제는 학적 정보가 필요해 학교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려는데 학번이 기억나지 않아서 H에게 묻고, 서로 있는 기억 없는 기억을 짜내 겨우 로그인을 했었다. 학적 정보에는 입학때 제출했던 사진이 자리잡고 있었고 나는 H에게 뭐 이렇게 사납게 생겼냐며 깜짝 놀랐음을 전했다. 스무살의 나는 그때의 예민함과 모남을 그대로 얼굴에 담고 있더라. H는 뭘 새삼스럽게 그러냐며 제작년인가, 다시 연락이 되어 오랜만에 만난 나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는..
사랑하는 나의 J, 당신. 기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러 걷는 그 잠깐의 시간동안 나는 많은 생각을 했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인지, 타고난 건조증 때문인지 한쪽 눈에서는 쉴새없이 눈물이 나왔고 그걸 손등으로 부벼 닦아내면서 내내. 마음이 슬픈건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요새는 눈이 계속 시려워서. '나'는 없고 '당신을 사랑하는 나'만 있는 것 같더라. 그게 나는 덜컥 무서워졌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가 나의 전부인양 여겨지는것 같았다. 그건 아닌데도. 그러면 안되는데도. 불안하고 어쩔줄을 몰라하며 걸음을 걸었다. 웃고 떠드는 시간들 속에 잠시 생각을 잊었지만 모두가 지워진 건 아니었다. 온전하지 못한 나는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 덕분에 견딜수가 없다. 머릿속에는 지나가는 온갖 생각들로 가득 넘쳐 도로 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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