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온 양 따뜻하다가 도로 추워져 목 안쪽 깊숙한데를 간지럽히는 날씨에 봄이 아닌 가을을 지나온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도로 겨울인가 싶어지지만, 흐린 날씨에 눈이 아닌 비를 쏟아내는 날씨에는 아직도 가을인가 싶기도 하고. 내일부터는 꽃샘 추위라고 아침 방송에서 하던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럼 한동안 추웠던건 대체 뭐였지. 추운거에 좀 더 약한 나는 남들 봄옷 입고 다녀도 꿋꿋하게 모자에 털이 수북한 후드 점퍼를 입고 다녔었더랬다. 그다지 해를 볼일이 없던 요 몇일의 흐린 날들 속에서는 쇼팽을 들었다. 가끔은 바흐가, 가끔은 쇼팽이, 가끔은 피아졸라라던가가 번갈아가면서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스스로의 기호에 대해 살짝 고민하지만 답은 없으니 접어두고. 아침의 모닝커피로 이천원에 판다던..
쉬던 자전거 타기를 도로 시작하고는, 쉬던 바디 로션을 도로 잘 보이는 곳으로 당겨놓는다. 아침에는 꼭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아야 한다. 덕분에 샤워를 하루에 꼬박 두번씩 챙겨하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겨울이면 건조해 어쩔줄 모르는 피부를, 생각날때 오일이나 바르며 방치해두고 있었다. 자기전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나이트용 바디 로션을 바르고, 베개에는 라벤더 오일을 두어방울 떨구고 얼굴을 묻어 잠이 들었다. 마시는 커피의 농도와 양이 늘어나고, 평균치 두통이 가실 줄을 모르던 몇 주 중 모처럼의 숙면이었다. 이도저도 다 귀찮아 운동도 그만 두던 지난 겨울엔 나도 빈둥빈둥 놀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더랬다. 시작은 그렇게나 어렵더니, 하고 나니 별 거 아니었다. 그리고는 그만 해..
못해도 석달에 한번은 시간을 내고 기운을 내서 정리를 한다. 오늘의 정리는 주방쪽. 얼마전에는 타일까지 비누칠 해 닦아내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면서 즐거워하던 - 제일 좋아하는 - 욕실 청소를 했었더랬다. 찬장을 열어 빼곡히 쌓여있는 것들을 다 꺼낸다. 방마다 차곡차곡 식량 쟁여놓는 개미나 다람쥐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던 엄마의 습성을 어느정도는 닮은 덕분인지 마트만 가면 사다 놔야할게 보인다. 잔뜩 사다놓은 것들은 찬장과 냉장고에 들어찬다. 야채칸은 박스 포장 되어있던 과자들이 낱개로 가득하고, 냉동실은 고기라던가 떡이라던가 파, 마늘, 고추 같은것들이 들었다. 아, 쥐포도. 사다놓고 쟁여놓고 이걸 다 먹어치우면 문제가 없는데, 그게 아니라서 문제가 되는거지. 혼자 살면서도 냉장고와 찬장만은 가득 채워놓고..
1. 생각이 많다. 생각하던걸 포기해버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시작하니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이 결론을 향해 가는 절차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무언가에게 내가 소비되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질머리는 이런데에 안 좋은 방향으로 쓰인다. 절차에서 소모 될 감정들이 생각만으로도 벌써 지친다. 그래서 사실 아무하고도 상관하지 않고 사는 삶을 바랬다. 모든 것의 끝은 아무리 좋게 오던 나쁘게 오던 서로를 갉아먹는 절차를 꼭 밟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상관하지 않는 삶을 바라려면 전부 버리고 상자 안에만 들어있어야하기 때문에, 그 상자에 들어갈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 혹은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온전히 혼자일때가 편했다, 내가 무슨 결정을 하던지 그건 나만의 ..
내 봄은 항상 푸른 빛이었다. 다들 그리 말하는 봄이라는 것이 차다가도 달달한 변덕스럽지만 기다려지는 봄바람이라면 내 봄은 그냥 푸른 봄. 청춘이라는 한자가 푸를 청에 봄 춘 인 것 처럼. 벚꽃같은거 말고 그냥 푸른색인데 봄. 겨울이 지나면 봄은 꼭 오더라. 그런데 그 봄이 어떤 봄인지는 봄이 되어 봐야 하는 거고. 살아오면서 매해 같은 봄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니 괜찮다. 내 청록이야 어떠한 빛을 띄던 결국은 이게 다 내 청춘이니까. - 간 밤 늦게까지 홀로 아무것도 안하고 어두운 방안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더니 충전이 되었다는 별 거 아닌 이야기.
울고 싶어졌다. 이유도 없이. 잔뜩 신경질이 나서는 제발 나 좀 내버려두라고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도 채어서 소리를 질러야할 것 같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친목 도모를 위해 소비되는 시간들이 견디기 힘든 상태이기도 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과, 일어나지 못하는 아침의 악순환속에서, 회사에 도착할때쯔음 잠이 다 깨면 두통이 넘실거리면서 넘친다. 복불복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숨고 웅크려서 좀 울어야지. 구석에 쳐박혀서 아무도 상관없이 혼자서 숨 좀 쉬면 나을 거 같다. 주기적으로 혼자서 울어줘야 하는 사람인 걸 나이 먹으면서 자꾸만 잊어버린다. 사람하고의 관계가 지치는건 네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닐거다. 충전 정도로 생각하고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도 가끔 있다고만 생각해두자. 온전하게 홀..
귀가 얇다거나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나는 요새 꽤 날이 서 예민해져 있으니까 - 무심함을 적절히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끔은 온통 둘러싸고 내리치면 그 소리가 시끄러워 견디지 못할 것 같을 때가 있다. 걷지 못하는게 아니라 걷고 싶은 생각이 없어 웅크리고 있는건데도 일어나 걸으라는 소리가 많다. 때가 되면 알아서 일어나 걷겠지 뭐 그리 다들 걱정이 많을까. 나 혼자만 걱정이 없는 것 같아 이내 또 의아해지는거지. 당신들이 나쁘다는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 성향상 내 흐름상 거기에 동조를 못해주겠다는 것 뿐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지냈었는데, 그렇게 지내지 않는 요즘이 더 편하니까. 치열해서 안락한 삶보다는 적당히 평온한 삶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도 있는..
무려 스마트폰을 쓰는 여자친구라니 - 라는 J씨의 한탄을 뒤로 하고 당일 출고 여부까지 따져서 주문해버렸다. 핀란드산 NOKIA 5800 XpressMusic. 구입 의도는 '핸드폰을 바꾸고 싶지만 캔유를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아이폰의 약정 노예가 될수는 없다' 였으므로 적당한(이라고 쓰고 지금까지 구입한 휴대폰 중 가장 싼 값을 주고 샀다고 읽는) 가격에, 적절한 스마트 폰. 왜 나는 이제까지 스마트 폰을 써오지 않은거지, 이렇게 즐거운걸, 뭐가 어려울 거 같아서 쓰지 않았던거지 - 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떠오른것. 아, 나는 기덕(기계덕후)이었지. 어려울거라고 걱정하면 안되는 거였어. 인증 기다리느라 좀 걸렸지만서도, 어플 설치하는거 재밌고 mp3님은 잠시 넣어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벨소리 mp3로 빼..
저는 시간이 지나 W에게 다른 사람이 오기를 바랬어요. 시간은 더하고 더해 분명 다른 사람을 W에게 보내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C의 표정이 눈앞에 보이는거예요. 저는 눈가가 붉어진 C의 눈을 보았어요. 차라리 그 둘에게 기나긴 인생을 다 보낼 필요가 없는 안식의 끝이 필요할 것만 같아졌어요. 대체 사랑은 어디에 있죠, 대체 구원은 어디에 있나요. 이 경이로운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요. 한꺼번에 쏟아지듯 읽고 난지 몇일이 지나도 먹먹함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다 이제 겨우 빠져 나가고 있어요. 안녕, W. 안녕, C.
사계절 중에 제일 좋은 계절을 꼽으라면 역시 겨울이겠지만, 겨울이 오면 꼭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봄이 온다면이라며 주문 걸듯 중얼거리던 때의 기억 때문일까. 날이 따뜻해지면 입을 수 있는 살랑거리는 치마들 때문일까. 친해진 (이라고 내 맘대로 써도 되는걸까 과연) 언니와 함께 devoted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하거나, 오만하고 뻔뻔해 진다는 언니가 제시하던 두가지의 반응에 내가 하나 더 덧붙였다. 믿지 않거나. 주는 사랑이 오히려 쉬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받는 사랑은 무한대로 받을 수가 없는거지.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처음부터 불편해하거나, 익숙해져 뻔뻔해지거나, 받으면서도 믿지 않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니까. 그 경우의 수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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