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지만 골목길 사이 사이로 한적한 대학로에서 근 사년 반 정도를 지냈다. 반년이 조금 안되는 날 동안 지내던 종암동 이모네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르는 대학로의 작은 골목길 작은 월세방에서 서울에서 맞는 첫번째 생일을 지냈더랬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이면 노래가 들렸다. 동아리 사람들로 추정되는 한무리의 사람들은 골목길에 있는 술집 중 하나에 모여 있는 듯 했다. 어느 날에는 이문세 아저씨의 노래를 들었고, 어느 날에는 화음을 넣은 피구왕 통키와 아기공룡 둘리를 들었다. 작은 방에 비해 크던 창문 밖으로는 가로등 불빛에서 살짝 벗어나 구석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모여있던 적이 많았다. 아이들이 없는 날들 중에는 헤어짐을 고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두번..
열 중에 아홉을 버렸건만 너는 왜 너의 것을 끝까지 고집하냐는 이야기를 듣고 기운이 빠졌다. 온전히 열을 버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는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 '우리의 것'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가 버린 아홉은 왜 생각해주지 않냐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말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꺼내도 꺼내지 않아도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바에야 한 사람 몫의 상한 마음이 낫다.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너는 왜 이렇게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에게 반박하는 것은 도무지 소용이 없다. 저 사람은 내가 하고 있는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그 사람이 눈을 뜨기전에는 보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설명하는 것을 포기한다. 단지 저쪽과 내가 다..
해가 들어차는 베란다 문 앞쪽에 앉아, 서늘한 유리벽에 등을 기대고 얼마전에 사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첫장에는 눈으로 가득찬 작은 마을이 있었다. 선선하게 틀어 둔 에어컨 덕분에 신이 난 고양이 두 마리가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다리를 스치는 보드라운 털에 간지러워 슬며시 밀어내려고 뻗은 손끝에 닿는 체온이 좋아 마음을 바꿔 쓰다듬으면서 책을 마저 읽는다. 밝은 공기들 사이로 떠다니는 먼지 따위는 상관이 없다는 듯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서늘했던 등은 어느새 데워져있었고, 적당히 페이지를 넘긴 책을 덮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무덥고 습한 날들중에 간간히 소나기가 들어찬다. 두통약이 속을 다 갉아먹었다며 구멍이나고 피가 난 위 안쪽을 보여주면서 의사는 한달간 우유와 커피와 두통약을 금지시켰다. 편두통은 장마철이면 더 심해져 곤란할 지경인데, 하필이면 지금이라니.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먹었을 두통약이건만, 확실히 더 아픈쪽에 기우는 것 같다. 조금 더 아파지면 결국 먹어치우기는 하겠지만. 스콜처럼 쏟아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비는 꼭 열대우림의 우기에 앉아있는 것 같아 물기를 머금고 눅눅하다. 그렇다고 우울하다는건 아니다. 오히려 드라이한 감성과 건조하고 단순한, 하지만 평온하기 그지없는 일상이다. 신기하게도, 울증이 가라앉고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부터 글쓰기가 멈췄다. 역시 글의 원천은 불행이고 우울이었던가. 가끔 글..
약을 입안에 털어넣는데 순간 끼쳐오는 냄새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괜찮다 생각하고 방심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쥐어잡고 흔드는 속에 정신이 하나 없었다. 날은 8월이라며 덥기만 한데, 이놈의 회사는 대기업이라면 대기업인 주제에 정부 제한 방침이 내려왔다며 26도 이상을 유지한단다. 움직이지 않으면 시원한 온도다. 꼼짝말고 앉아서 일이나 하란건가. 회사는 퇴직 처리가 되었지만, 곧이어 시작된 프로젝트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별반 다를바 없어 내가 그만 둔건지 안 그만 둔건지도 모르겠다. 돈 받아보면 그 액수의 차이에 실감이 나긴 나려나, 아니면 퇴직금 받고 이제 좀 그만뒀다 싶으려나. 하지만 곧 빠져나갈 통장의 돈 따위 그냥 0 몇개 더 붙어있는 숫자에 불과하다. 꽃을 한다발 사가지고 들어가야겠다. 꽃 산지..
지난밤에는 꿈을 꿨다. 새로 이사를 했는데 섬에 있는 집이었다. 왠일인지 집안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 나는 요란한 소리에 밖을 내다보고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걸 깨달았다. J씨는 폭풍때문에 배도 비행기도 뜨지 않아 퇴근은 했지만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전화를 했다. 아, 이게 무슨 꿈이야 대체. 한달 동안 시간이 되는대로 틈틈히 서울일주를 하며 집을 보러 다녔다. 평소에는 생각도 못했던 동네까지 가서 언덕(이라고 쓰고 체감경사 45도의 산이라고 읽는다)을 오르기도 했고, 의외로 헤매지도 않고 척척 잘도 찾아가기도 했다. 아마 그 덕분일거다. 오늘, 아니 이제 시간이 지났으니 어제는 회사 창립기념일 행사도 빼먹고 드디어 집 계약을 했다. 이제는 서울 일주도 끝. 준비도 절반 넘게 끝. 전광석화로 진행 된..
이리저리 쾅쾅 잘도 부딪힌다. 버스안에서는 머리를, 책상에서는 무릎을 부딪혔다. 긁지도 않았는데 피부병마냥 버얼겋게 부어오른 모기물린 자욱과 더불어 시퍼런 멍이 다리에 자리잡는다. 속이 아팠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등도 곧게 펴지 못하고 병원에 다녀왔는데, 약을 먹어도 새우등처럼 굽은 등이 한동안 펴질줄을 몰랐다. 장마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쨍한 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날에는 두통이 하루종일 함께 한다. 신경 쓸 줄을 모르고 마구 움직여대는 몸이 다치고, 신경을 잔뜩 쏟아 허덕이던 마음이 다쳐도 속만 아플 줄 알지 나머지는 그냥저냥 참을만 했다. 그래도 스물 일곱이 개중 가장 낫다. 스물 하나보다는 스물 둘이 나았고, 스물 둘보다는 스물 셋이 나았다. 스물 여덟이 스물 일곱보다 낫고 스물 아홉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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