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분명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나오니 갑작스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긍정적인 생각은 펑 하고 폭죽을 터뜨리듯 순간 커졌다가 금새 끝이 나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언제나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라 가느다랗고 얇고 길게도 이어지고는 한다. 종류와 상관없이 부정당하는 것이야 살면서 어느곳에나 크고 작게 있는 것이라, 어떠한 부정에도 흔들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무관심을 가장한 이해심의 영역을 넓혀왔는데도 가끔은 잘 안되는 것이 있더라. 싫은 생각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동안 점점 깊어져 골을 만들고 컴컴한 어두움을 만들어냈다. 괜한 날선 말을 내 뱉을까 입을 다물고, 아침 큐티를 시작하니 성탄 맞이 큐티의 끝에는 거룩하라고 되어있어 거룩하라 거룩하라 거룩하라 속으로 몇번을 되뇌었다...
폭신폭신 핫케이크가 먹고 싶다. 요새는 배는 자주 고픈데 밥 생각은 별로 안 나고 배가 고프던 안 고프던 하루종일 간식 생각.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던가, 저녁을 먹으면서 간식 이야기를 한다던가 하고 있는데 정작 힘은 나야하니까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간식을 먹을수가 없다는 것이 언제나 실패의 요인. j씨의 약속이 기다리고 있는 목요일을 노리고 있다. 저녁으로 핫케이크를 잔뜩 구워서 요거트랑 먹어야지. 주말에는 새콤달콤한 요거트 말고, 시큼-한 플레인 요거트가 먹고 싶어서 만들어볼까 싶기도 한데 주말 일은 주말에 생각하고. 패브릭과 고양이털은 너무 친하고, 그 절친한 관계가 마땅치 않은 덕분에 그 흔한 커튼 조차 집에 없었는데 겨울이 거듭될 수록 더 추워지는 느낌이라 일단 안방에 하나..
항상 내 나이먹는 것만 생각하지 고양이들의 나이는 생각을 안하고 살아서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대충 대여섯살 정도 라고 이야기하고는 했는데, 눈이 온다는 이야기에 아침이면 끄던 보일러를 끄지 않고 나오면서 문득 사진첩을 찾아보니 2007년 1월이 우리가 만난 첫날이더라. 처음 만났을 때 아깽이는 아니었고 어린이 정도였으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벌써 8년은 가득 채운 김치즈. 그리고 김치즈보다 1년인가 2년인가 어리다던 김크림. 그래봐야 고만고만 비슷하지 뭐. 매일을 애기야 애기야 하고 지내는데 사료를 주문하려고 들어간 사이트에서 갑자기 시니어 사료를 먹여야하나 어째야 하나 마우스 커서로 방황하다 일단 원래 먹던 사료를 주문했다. 나이를 먹고 응석이 점점 더 늘어가는 고양이 두마리는 거실에 앉아 무언가를 할..
쓰다 닫아둔 임시저장 글이 벌써 3개. 모두다 타인의 몰염치에 대한 분노와 체념, 불평의 글이다. 결국은 올리지 못하고 아마도 삭제되겠지. 웹에 일종의 일기를 십년이 넘게 올리다보면 (중간 중간 꽤 많은 것들이 삭제 되어 왔다고 해도) 기록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간혹 있더라. 너무 뜨거운 사랑, 그때의 감정에 100% 충실한 불평, 별로 비싸지도 않은 나의 신상 명세와 생김새, 그리고 또 자잘한 몇몇들. 그래서 차마 글들을 공개로 돌리지 못했다. 다시 보니 많이도 투덜거려 두었고, 소음과 냄새에 예민한 덕분에 사람이 많은 곳이나 시끄러운 곳에 적응을 못하는 내 잘못도 있다 싶고, 불평글을 써내려가고 나니 결론이 체념이 되어버리는 탓도 있고,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별 수 없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안다. 누군가 내게 '결혼하니 좋으냐'고 물으면 '별 것 없더라'고 답하게 되는 것과 같겠지. '매일 같이 출근해서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면 '별 다른 것 없다'고 답하게 되는 것과 같겠지. 그렇지만 결혼 기념일이라는 말에 '일년 중 제일 끔찍한 날이네요'라고 하는 농담에는 '아직은 아닌가봐요'라는 것 말고는 뭐라 답해야할까. 그렇게 답했는데도 굳이 몇 번을 더 [결혼을 기념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라고 거듭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무슨 답을 해야 할까. 안다, 그렇게 말하지만 자신의 결혼 기념일에는 나아내를 위해 식당을 예약하거나, 선물을 준비하거나, 케이크 초에 불을 붙이겠지. 안다, 다른 사람에게는 '결혼은 안 하는게 좋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다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오른쪽 눈부터 주륵주륵 눈물이 나기 시작해서 심하면 양쪽 눈으로 줄줄 울고 다닌다. 덕분에 눈꼬리 아랫쪽에 항상 라이너가 번져서 함께 갈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삐아 아이라이너가 그렇게 안 번진다는 소리에 올해는 좀 덜 하길 바라면서 주문 완료. 바쁘다. 야근하고 철야를 해야 할 정도로 커다란 돌이 굴러오는 건 아닌데 자잘한 조약돌들이 쉴새 없이 날아와서 근무시간 동안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자잘한 것들이란 하나 맞을 때는 아무렇지 않지만 여러개를 연달아, 혹은 한꺼번에 맞으면 아무렇기도 하거든. 어젠 오랫만에 밀려오는 것들에 울고 싶었고, 표정이 하루종일 굳어 있었지만 퇴근하면서 극복했다. 일 할때의 감정은 일터에 두고 오는게 맞다. 그것을 계속 안고 있어 봐야 밥도 안 ..
가정용 플라네타리움을 갖고 싶다. 홈스타 엑스트라가 가지고 싶지만 가격을 보고 깨끗하게 포기. 그나마 좀 더 실현 가능성 있는 홈스타 클래식이나 아스트로시어터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너로 정했다. 사실 찾다가 일본 잡지인 대인의 과학을 판매하는 곳을 발견해서 부록으로 딸려오는 조립을 할 수 있는 저렴이 버전도 발견했지만 이미 홈스타를 봐버린 나의 성에는 차지 않는다. - 까지 쓰고 결국 일본 아마존을 뒤져서 가격 확인 후 본체는 미안해서 절대 못 시키고, 추가 소프트만 주문해둘테니 수령만해서 들고 와 달라고 ck한테 부탁까지 해버렸다. 갖고 싶은거 바로 사려고 돈 벌러 다니는 기분이 좀 들긴 하는데 (...) 하지만 변명은 말아야지. 이런저런 이유없이 그냥 가지고 싶으니까. 김거지 신보. '밤 새운 이야..
어느새 가겨울. 어제는 니트티에 모직자켓, 살짝 기모가 들어간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비가 오던 이틀 보단 해도 나오고 해서 등은 따끈하지만 바람이 차서 스카프를 안하고 온 걸 살짝 후회했지만, 가방 안에 핫팩은 언제나 든든한 존재니 돌아가는 길에 출동시키면 되니까. 오늘은 니트티에 기모바지, 스카프에 올 굵은 롱 가디건. 바람이 서늘해지면 찬 손발보다 먼저 티가 나는게 건조한 피부라서 에센스랑 크림도 때를 맞춰 바꾼것 역시 가을 맞이 혹은 겨울 맞이. 온 몸이 근질근질 한 게 바디로션도 슬 바꿀때가 되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모기 발견. 왜죠, 이 추운날. 고맙습니다가 갑자기 마구 보고 싶어졌다. 한국 드라마 잘 안보는 내가 벌써 두세번은 봤던 드라마. 미스터 리랑 영신이랑 봄이가 보고 싶다. 핸드폰에 넣..
잘 쉬었다. 한동안 남기는 글이 뜸했던 것은 마음이 괜찮을때는 딱히 남길 글이 떠오르지 않았고, 마음이 가물때면 글을 남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밀린 사진 정리도 좀 하고 일기도 써야지 싶게 여유가 생겼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멀리 산책도 했고, 거실에서 괜사 틀어두고 하릴없이 바느질도 했고, 심즈4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날아오는 메시지에 마음의 부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답을 한다. 저쪽에서 가볍게 넣는 서브에 강스파이크도, 무응답도 필요없겠지. 어깨의 힘을 빼고 그저 약간의 스냅으로도 충분한데 이따금 내 상황에 갇혀 나를 공격하니 되갚아 주겠다는 심보를 가지게 된다. 마음이 편할때는 공격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자잘한 것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지. 일단 미움은 차곡..
제일 싫어하는것 중 하나가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서 남의 말이 들리지 않는 사람인데, 오랫만에 연락이 닿은 선배가 딱 그 모양새다. 오랫만에 연락와서 A를 아냐고 묻길래 예전에 알았고 연락 안한지 오래라는 답을 서너번은 더 한듯. 연락 안한지 오래라는데 왜 자꾸 A의 성격을 묻고, A의 동생을 묻고 연락처를 묻냐는거다. 게다가 내가 연락처를 알고 있더라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 연락처를 알려주겠냐는 것. 한 3일에 걸쳐 띄엄띄엄 모르겠다는데도 거듭 물음을 던져서 욕을 하려다 그만 뒀다. 답을 안하고 몇 번 씹어버리니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 질문만 해서 미안하다는데 별로 미안해 할거라고 생각도 안하고, 이제라도 그게 큰 실례라는걸 이해한 걸 축하해줘야 싶기도 하고. 안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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