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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자아성찰

_e 2014. 11. 5. 11:36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오른쪽 눈부터 주륵주륵 눈물이 나기 시작해서 심하면 양쪽 눈으로 줄줄 울고 다닌다. 덕분에 눈꼬리 아랫쪽에 항상 라이너가 번져서 함께 갈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삐아 아이라이너가 그렇게 안 번진다는 소리에 올해는 좀 덜 하길 바라면서 주문 완료. 

바쁘다. 야근하고 철야를 해야 할 정도로 커다란 돌이 굴러오는 건 아닌데 자잘한 조약돌들이 쉴새 없이 날아와서 근무시간 동안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자잘한 것들이란 하나 맞을 때는 아무렇지 않지만 여러개를 연달아, 혹은 한꺼번에 맞으면 아무렇기도 하거든. 어젠 오랫만에 밀려오는 것들에 울고 싶었고, 표정이 하루종일 굳어 있었지만 퇴근하면서 극복했다. 일 할때의 감정은 일터에 두고 오는게 맞다. 그것을 계속 안고 있어 봐야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오지 않는 내 손해.

하루종일 감기에 고생하면서도 맞은편에 앉아 하루종일 있다보니 내 표정이 굳어있는 것에 내내 신경을 쓰는 j씨에게는 미안했더랬다. 같은 사무실에서 마주보고 일하는 것에 대한 감상은 '딱히 다를 것은 없다'이긴 한데 이 부분은 약간의 단점인 것 같다. 집에서의 모습과 일하는 모습은 당연히 다르고, 남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가족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다른데 그것들을 모두 보여 주는 느낌이라 민망하다고 해야하나, 필요 없는 것까지 죄다 끌어다 안겨주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위에 있는 것에 살짝 덧붙이자면 - 둘 다 상태가 좋지 않던 어제의 깨달음은 위기 상황에서의 둘의 대처 방식이 열심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 어느 한쪽이 상태가 안 좋아서 평소면 내지 않을 짜증을 내면 그걸 받는 사람은 감정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간단한 답만 하고 그 대화를 끝내거나 답을 하지 않는 일종의 무시를 하고 넘어가는데, 짜증을 내던 사람은 자신이 무시 당했다고 분노하기 보다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계기로 삼는다. 짜증을 받아야 했던 사람이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덕분에 싸움으로 넘어가지 않아서 피곤한 일을 줄이게 된달까. 어제도 역시 서로의 공격이 겹치지 않도록 시간차 공격을 했고, 적당한 방어로 신속하게 게임을 끝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는 것을 먹었다.

내일은 벌써 4번째 결혼기념일이고, 맛있는 한우를 먹기로 했다. 회식으로. 와 신난다.

폴스카 접시와 이딸라 타이카 라인이 가지고 싶다. 집에 있는 것들을 정리해보겠다는 전 글이 민망하도록 언제나 새로운 물욕은 반짝반짝 빛을 낸다. 다행인 것은 찬장에 자리가 없어 달려가는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

아, 오늘의 플레이 리스트는 데미안 라이스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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