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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_e 2014. 11. 6. 15:32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안다. 누군가 내게 '결혼하니 좋으냐'고 물으면 '별 것 없더라'고 답하게 되는 것과 같겠지. '매일 같이 출근해서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면 '별 다른 것 없다'고 답하게 되는 것과 같겠지. 그렇지만 결혼 기념일이라는 말에 '일년 중 제일 끔찍한 날이네요'라고 하는 농담에는 '아직은 아닌가봐요'라는 것 말고는 뭐라 답해야할까. 그렇게 답했는데도 굳이 몇 번을 더 [결혼을 기념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라고 거듭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무슨 답을 해야 할까. 안다, 그렇게 말하지만 자신의 결혼 기념일에는 나아내를 위해 식당을 예약하거나, 선물을 준비하거나, 케이크 초에 불을 붙이겠지. 안다, 다른 사람에게는 '결혼은 안 하는게 좋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다시 결혼을 택해야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또 다시 결혼을 하겠지. 나는 한번도 나의 결혼 생활에 대해 불행하다 생각한 적도, 자랑하고 싶다 생각한 적도 없어서 부정적인 말도 자랑섞인 말도 한번을 내어놓지 않는 편인데, 그렇게 쉽게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는 말이 [농담삼아]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나오는 것이 신기- 까지 쓰다가, 덕후는 계를 못 탄다거나, 감정있는 ATM기라던가, 한 마리의 새우젓이라던가 하는 말들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지 않을까 싶어서 신기한 건 아닐수도 있다고 급하게 정정.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대답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두어번 더 이야기 하는 것이 별로 인 건 변하지 않는다. 비록 회식 날이지만 내가 나의 결혼 기념일이 썩 괜찮은 날이라잖아, 특별하고 뭔가 엄청난 걸 해야하는 날은 아니지만, 다른 날처럼 평범하지만 그래도 네번째인 일년에 한번 오는 날이라잖아. 흥.

꽉 채운 4년. 우리는 별 일 없이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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