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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_e 2014. 12. 17. 15:07

폭신폭신 핫케이크가 먹고 싶다. 요새는 배는 자주 고픈데 밥 생각은 별로 안 나고 배가 고프던 안 고프던 하루종일 간식 생각.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던가, 저녁을 먹으면서 간식 이야기를 한다던가 하고 있는데 정작 힘은 나야하니까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간식을 먹을수가 없다는 것이 언제나 실패의 요인. j씨의 약속이 기다리고 있는 목요일을 노리고 있다. 저녁으로 핫케이크를 잔뜩 구워서 요거트랑 먹어야지. 주말에는 새콤달콤한 요거트 말고, 시큼-한 플레인 요거트가 먹고 싶어서 만들어볼까 싶기도 한데 주말 일은 주말에 생각하고.

패브릭과 고양이털은 너무 친하고, 그 절친한 관계가 마땅치 않은 덕분에 그 흔한 커튼 조차 집에 없었는데 겨울이 거듭될 수록 더 추워지는 느낌이라 일단 안방에 하나 만들어 달았다. 셔링도 레이스도 무늬도 다 싫으니까 전에 사서 어디에 쓸까 고민했던, 자르지 않아도 딱 맞는 사이즈의 얇은 코튼을 두겹으로 드르륵 박았더랬다. 커튼레일도 커튼봉도 달기가 애매해서 압정으로 박아놨는데 너무 튼튼하게 꽝꽝 박혀있어서 조만간 밸크로로 교체하려고 주문해두었다. 고양이놈들의 화장실이 있는 베란다의 문도 항상 열려있어야 하니 종아리 높이 정도가 남는 캘린더 원단을 달아두고, 작은 방과 주방만 새로 주문한 흰 원단으로 쉽고 빠르게 박아 달면 겨울 준비 완료.

라텍스 매트가 다 좋은데 전기요를 쓸 수가 없어 극세사 담요도 하나 더 위에 덮어두고, 집에서 입는 홈웨어로 얇지않은 다이마루를 두겹으로 치마도 만들어두고, 지나가다 싼 맛에 사온 패딩 조끼까지 집에서도 내내 입고 있자니 너무 추위를 심하게 타는가 싶긴한데 추운건 추운거니 어쩔 수 없지. 어제는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을 입고 나갔다 퇴근해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무릎만 차가운게 왠지 웃기더라.

그래서인지 그것과 상관없지만인지 - 2년만에 다시 시작된 동남아 타령은 좀 더 업그레이드 되서 사치스럽게도, 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돌아오고 싶다. 뜨거운 해를 잠깐 쐬다, 시원한 에어컨 있는 곳에 들어가 책이나 읽고 낮잠을 자다 오후쯤이면 시장을 어슬렁 다녀오고 근처에 몸 담글 곳 있으면 바다든 강이든 겸사겸사 다녀오고. 하지만 난 여름에나 갈 수 있겠지. 더운 곳에서 더운 곳으로. 

연하장으로 보낸 달력을 잘 받았다는 답이 오고, 새해 안부를 전하면서 자주 하고 있는 말은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와 '너무 힘내지 말고 적당히 힘내자'다. 있는 힘껏 다 써서 힘낼 만큼 인생에 커다란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을테니까 절대 무리 하지 말고, 적당히, 잠잠하게, 담담하게. 그렇지만 그러한 자신이나 남을 탓하는 마음이 눈꼽만큼도 생기지 않도록 단단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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