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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겨울. 어제는 니트티에 모직자켓, 살짝 기모가 들어간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비가 오던 이틀 보단 해도 나오고 해서 등은 따끈하지만 바람이 차서 스카프를 안하고 온 걸 살짝 후회했지만, 가방 안에 핫팩은 언제나 든든한 존재니 돌아가는 길에 출동시키면 되니까. 오늘은 니트티에 기모바지, 스카프에 올 굵은 롱 가디건. 바람이 서늘해지면 찬 손발보다 먼저 티가 나는게 건조한 피부라서 에센스랑 크림도 때를 맞춰 바꾼것 역시 가을 맞이 혹은 겨울 맞이. 온 몸이 근질근질 한 게 바디로션도 슬 바꿀때가 되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모기 발견. 왜죠, 이 추운날.
고맙습니다가 갑자기 마구 보고 싶어졌다. 한국 드라마 잘 안보는 내가 벌써 두세번은 봤던 드라마. 미스터 리랑 영신이랑 봄이가 보고 싶다. 핸드폰에 넣어서 밖에서 보자니 버스랑 지하철에서 울고 싶지는 않으니, 다음주 토요일에는 약속 하나 안 잡고 하루종일 봐야겠다. 괜사도 마저 봐야하는데 도로 티비 앞에 앉지를 않는 까닭에 - 라고 쓰고 나니 이것이 다 심즈와 페르소나 때문이구나. 언제나 모든 것은 한 때, 한 순간.
누군가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 와중에도 전혀 부담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몇 있는걸 보면 맞는 사람이 있기는 하구나 싶다. 그런 사람들을 떠올려보자면 다들 비슷비슷한 것도 같다. 굳이 서로 연락에 연연하지 않는다거나, 정작 필요할때는 미안하고 폐 끼치는 기분에 오히려 잘 찾지 않는다거나,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처럼 별 다른 말 없이 시간을 보내도 편안하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중심은 아니라고 당연히 알고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것 보다는 상대방에게 큰 존재라거나. 이런 사람들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야 가끔 들지만, 지금 있는 몇몇만으로도 복 받았지 싶다. 각자의 방법과 각자의 이치에 맞는 인연이 얼마나 많이 있겠나 싶어서.
아침에 엄청 춥다길래 한겹 더 껴입고 나왔더니 손 끝에 찬 기운은 없어지지 않지만 어제보다 딱히 많이 춥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 내가 너무 따뜻하게 입은건지 사실 날이 별로 안 추운건지. 토요일에 소풍가기로 했는데 좀 덜 추우면 좋겠다.
나의 평온과 안위를 위해 다른 이의 행복을 비는 것이 옳은가를 잠깐 생각했지만, 그렇게라도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쪽도 행복할테고 나도 행복할테니 그걸로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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