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광고로 (언제나 광고가 문제!) 레고 폭스바겐 캠퍼 밴을 보고 마음이 혹해서 검색을 해보고, 가격을 보고 다시 창을 닫고, 갖고 싶다고 말했지만 정작 사준다는거에 됐다고 답을 했다. 그러다 가계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레고로도 폭스바겐은 못 갖는 서민'이라고 답했더니 대화창에 ㅋ이 가득찼다. 결혼 안 한 늦총각 차장님은 점심먹고 들어오는 길에 '왜요 그 정도면 사도 되지'라고는 했지만, 그게 안되는 게 결혼 생활이지요. 사실 그렇게까지 가난한 건 아니지만, 올해는 카메라랑 핸드폰을 좀 바꿔볼까 싶은데다 8월에 여행도 다녀야 하니 다른 건 좀 참아야지 싶어서. 하하하. 안검염이 또 도진 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각막에 상처가 났다고 안약을 잔뜩 받아왔다. 나는 기억도 없는데 ..
무슨 연유로 시작됐는지, 아침부터 서로 '너는 귀엽다'고 카톡으로 칭찬을 주고 받는 와중에 오고가는 '귀엽 귀엽'이 정말 꽤 귀여워서 앞자리 빼고 두 살배기들이라고 칭했다. 앞자리를 빼버리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늙었다고도 덧붙였지만 우리는 두 살배기들. 서른을 전 후로 시작됐지만 절정이 시작된 것 마냥 - 주위의 두 살배기들은 급변하는 서로의 환경들에 간혹 멀어지고, 반동으로 가까워지기도 하고, 바라보는 곳이 달라지고, 갖고 살아가는 마음들이 달라지고 있더라. 생각해보면 각자의 성향이나 가치관, 생활 방식들이 정립되지 않았던 어릴 적의 만남이니 나이를 먹고 자신의 것을 갖게 되면서 점점 다른 길을 가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는 노릇일거다. 그렇지만 그동안 쌓아온 정이 있으니 자신과는 다른 '너'를 보면..
풀톤 우산을 알게 되었다. 영국 여왕님이 쓰는 영국 브랜드라는데 영국 사이트보다 일본 사이트가 더 디자인이 많아, 게다가 전국 무료배송이래. 일단 눈에 보이는 걸 하나 클릭해보니 5천엔정도라서 우산 하나에 5만원이라니, 그렇지만 가지고 싶다 - 라고 생각하다 제일 마음에 드는걸 클릭하니 8천엔이 넘는다. 비닐우산인데 8100엔이라니 화를 내고 싶어졌다. 나는 왜 가격을 보고도 가지고 싶은건지, ck는 한동안 일본에 못 갈텐데 구매 대행을 해야하는건가를 생각하고 있는건지. 일단 창을 닫고 내가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의 우산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왜 배너를 눌러봐서, 배너도 왜 일본 광고 배너라서, 그까짓 우산에 왜 그렇게 집착을 해서, 집에 대여섯개는 있을텐..
입 병이 생겼다. 혀 옆쪽에 잔뜩 무언가가 돋아나서 며칠째 혀뚱땡이 상태. 티는 많이 안 나지만 발음이 자꾸 씹히고 밥먹는데 불편하다. 가뜩이나 먹고싶은 것들이 그득그득한 삶인데 영 마땅치않다. 그제는 55분에 집에서 나와야하는데 일어나 시계를 보니 50분이라 에라 모르겠다며 도로 자버렸다. 분명히 주말에도 잘 쉬었고, 이번주도 약속 한번을 빼면 회사-집 만하고 있는데 피곤이 도통 가시지 않는다. 덕분인지 어쩐지 어제 오늘 꿈이 그다지 좋지 않다. 나에게는 딱히 탈이 나거나 하는 꿈은 아니지만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연인이 헤어지는 걸 목격 한다던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긴 했지만 지하철 + 건물 붕괴가 눈앞에서 이뤄진다던지. 아침에도 일어나 오늘 하루 조심해야 겠다 다짐했지만, 통근 버스에서 2차 수면을 ..
낮에는 6시간 간격, 밤에는 2시간 간격으로 보일러를 돌리는데 엊그제는 깜빡하고 2시간으로 바꾸지를 못하고 잠이 들었다. 자는 동안 두세번정도가 덜 돌아 아침에 일어나니 공기가 찼지만 바쁜 출근길에 그런걸 신경쓸 겨를은 없으니까 바로 뜨거운 물로 씻고 출근을 했다. 퇴근해서 현관문을 여는데 다른 때 같으면 다녀왔냐며 내다 볼 김크림이 보이질 않아 찾아보니 그나마 제일 따뜻한 안방에 누워 시름시름 앓고 있어서 아차 싶었다. 한때 길에서 지냈다던 김크림은 두툼한 몸과는 달리 우리집에서 가장 (심지어 나보다!) 약해서 조금만 추워지면 콧물과 침을 온사방에 뿌리고 다닌다. 덕분에 집 온도는 항상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는데 단 하루 깜빡했다고 어째서 너는, 너는, 너는. 심지어 한쪽눈이 벌겋고 감겨대는걸보니 결막..
아파서 끙끙대면 김치즈가 머리 맡이나 발 밑에서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는다. 평소 같으면 자기 왔다고 뭐라뭐라 할텐데 '언니 아파'라고 말해두고 웅크리니 별 말도 없다. 발치에서 있을때면 이불 한켠을 묵직하게, 머리맡에 있을때면 계속 나를 지켜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 눈을 감았다 슬쩍 뜨면 눈이 마주치던 지난 밤은 사실, 기운이 없는데 말을 안 듣는 고양이 놈들에게 버럭 화를 내고, 평소면 화내지 않았을걸 깨닫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화해한 다음이었다. 언니가 미안하다며, 아파서 그랬다고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고 나니 슬쩍 다가와 사과를 받는 고양이들을 보며 아프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괜한 화를 내는건 스스로의 소모도 엄청 크니까. 결국 기운이 쭉 빠져 침대에 누워있자니 치즈가 머리 맡에..
친구들 다 써본 추억의 삐삐를 건너뛰고 휴대폰부터 늦으막하니 시작한 이래로 한번도, 대리점과 약속했던 24개월을 채워보지를 못했다. 잃어버리거나 망가지거나 한 것도 아닌데, 할부기간이 한두달이 남으면 고작 몇만원을 더 내는 것 뿐이라면서 안절부절하게 된달까. 2월 20일에 꽉 찬 24개월을 기다리는 지금도 아니나 다를까 요금제를 알아보고, 할부금을 알아보고 벌써 준비가 죄다 끝났다. 들썩들썩 안절부절. 그래도 이번에는 좀 참아볼까 싶은건, 얼마전에 2014년 가계 결산을 냈기 때문일까. 한달 열흘이 그렇게 까지 어려운 시간은 아닐꺼다. 한동안 재봉에 열을 올리던 기세가 한풀 꺾인 것 같다. 너무 열심히 하긴했다. 이틀 걸러 한번은 꼭 실을 걸고 발판을 밞고, 가위질을 했다. 거실에 나와있는 미싱을 도로 ..
신년부터 추억 대 방출. ck와 토토가를 보고 슬그머니 동네로 나가 노래방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늙은이들처럼 요즘 노래는 아는 게 없다면서 최신곡을 한곡씩 부르고 대체 무얼 불러야하는 것일까 고민하다가 원타임을 선곡. 화면에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저렇게 어여쁜 오빠들이였다며 즐거워하다가 결국 전 곡을 다 부르며 뮤비를 확인했고, 들은지 엄청 오래 된 기억의 노래가 랩까지 술술술 나오는 것에 놀랬다. 대체 우린 어릴적이 얼마나 이 노래를 듣고 불렀던가. 이어서 김사랑 노래를 하는데 feeling이 시작되니 나오는 (무려) 예전의 라이브영상. 아이고 오빠의 어릴때구나, 어여쁘다 한참을 감상하고, 이어지는 노래는 이적과 패닉, 그리고 비쥬얼 락그룹 이브까지. 목이 쉬어 나오면서도 깔깔대고 나니 하루가 다 ..
올해의 목표는 단 하나. 다정한 사람. 올해의 끝을 이틀 남겨두고 과연 얼마나 다정했던가를 생각해보면 글쎄, 잘 모르겠다. 다정이라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나오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마음의 여유를 열심히 찾아보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한해를 생각해보면 한두달빼고 계속 프로젝트를 이천으로 다니면서도 공연도 나름 잘 다녔고, 여행도 몇 번 갔고, 바느질도 틈틈히 잘 했으니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을까. 연말도 연말 같지 않고, 한살 더 먹는 1월 1일도 평일의 휴일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다 나이를 먹었다며 웃었다. 대단 할 것 같았던 서른의 첫날에, 그 전과 후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내 그렇다. 평소에야 말로는 늙어서 그렇다, 나이 먹어서 그렇다 해도 정작 모두가 종이 치는 것을 기다리고..
두어달전에 한복 입는다고 빼두어 잘 싸둔 귀걸이들이 한번에 사라져서 한동안 귀걸이를 안하고 지내다, 엊그제 불현듯 집에 있는 귀걸이를 넣어보니 역시나 잘 들어가지 않는다. 보이는 앞에는 어려울 것 없이 들어가지만 뒷쪽의 구멍은 막힌건지 찾지를 못하는 건지 한참을 안에서 헤매다 겨우 밖으로 삐져나오는 귀걸이의 끝. 새빨개진 귓볼을 만지며 없어진 귀걸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 주문을 했다. 항상 해오던 것이 없어졌을 때, 다시 시도하려고 들면 잘 되던 것도 잘 될 듯 하다 결국 끝에가서 어려워지는 것이 역시나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이 든건 덤. 하루종일 Beautiful을 들었다. 가끔 한 곡에 꽂히면 그것만 듣고 싶은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 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갑자기 You are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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