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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다 써본 추억의 삐삐를 건너뛰고 휴대폰부터 늦으막하니 시작한 이래로 한번도, 대리점과 약속했던 24개월을 채워보지를 못했다. 잃어버리거나 망가지거나 한 것도 아닌데, 할부기간이 한두달이 남으면 고작 몇만원을 더 내는 것 뿐이라면서 안절부절하게 된달까. 2월 20일에 꽉 찬 24개월을 기다리는 지금도 아니나 다를까 요금제를 알아보고, 할부금을 알아보고 벌써 준비가 죄다 끝났다. 들썩들썩 안절부절. 그래도 이번에는 좀 참아볼까 싶은건, 얼마전에 2014년 가계 결산을 냈기 때문일까. 한달 열흘이 그렇게 까지 어려운 시간은 아닐꺼다.
한동안 재봉에 열을 올리던 기세가 한풀 꺾인 것 같다. 너무 열심히 하긴했다. 이틀 걸러 한번은 꼭 실을 걸고 발판을 밞고, 가위질을 했다. 거실에 나와있는 미싱을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놓고 색연필을 꺼내야겠다. 얼마만에 꺼내보는 색연필인지. 모두에게 유행인 컬러링북을 들여다보다 문득, 도안만 떠놓고 색을 칠하지 않았던 일러스트들이 떠올랐다. 이러니 돈 주고 배워 무엇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건데 - 색연필도 자격증 딴다고 막판에 밤을 새워가면서 칠해댔던 게 한동안 멀리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자발적 취미라고 하더라도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기 시작하면 시작할때의 즐거움은 딱 절반으로, 그리고 시간을 더하면 그 절반으로 점점 작아진다. 그러니 목표 없이 그냥 즐기는 걸로, 취미일 뿐인데 무리하지 않는 걸로 정해놓기로 하니 결국 '무리하지 않겠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구나.
저녁밥을 먹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먹기를 그만뒀다. 배가 부르게 먹으면 겨우 반 그릇인데 그걸 못 먹고 밥 세 숟갈 먹고 못 먹어야하는게 억울했더랬다. 퇴근 후에 이것저것 할 일들을 생각해두었는데 다 잊어버리고 뜨끈한 물주머니 안고 침대에 기대어 앉아 끙끙댔다. 명치 아래가 단단하게 아프다 괜찮다를 반복하더라. 점심 시간에는 병원을 갔더니 장이 안 움직인다고 해서 약을 받아왔다. 내장도 강제 운동이라니, 이거 왠지 기시감이 드는건 그냥 내 느낌인가, 사실인가. 점심은 죽 반 그릇. 저녁 생각도 안 들 것 같은데 약은 먹어야하니 역시나 죽을 사들고 들어가야 할테고, 배가 안 고픈게 오히려 억울한 느낌의 날이다.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할 만큼 먹는 걸 좋아하는데, 언제나 이런식으로 방해 받고는 하지. 아, 맛있는 것 먹고 싶다. 빌리엔젤 레드벨벳 먹고 싶다. 설빙 빙수 먹고 싶다. 파파이스 감자튀김 먹고 싶다. 엉엉.
쇼파르쇼 예매 완료. 올해도 작년 만큼만 작은 공연 드문드문 보러다니는 정도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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