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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알 수 없어요

_e 2015. 1. 7. 15:13

아파서 끙끙대면 김치즈가 머리 맡이나 발 밑에서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는다. 평소 같으면 자기 왔다고 뭐라뭐라 할텐데 '언니 아파'라고 말해두고 웅크리니 별 말도 없다. 발치에서 있을때면 이불 한켠을 묵직하게, 머리맡에 있을때면 계속 나를 지켜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 눈을 감았다 슬쩍 뜨면 눈이 마주치던 지난 밤은 사실, 기운이 없는데 말을 안 듣는 고양이 놈들에게 버럭 화를 내고, 평소면 화내지 않았을걸 깨닫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화해한 다음이었다. 언니가 미안하다며, 아파서 그랬다고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고 나니 슬쩍 다가와 사과를 받는 고양이들을 보며 아프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괜한 화를 내는건 스스로의 소모도 엄청 크니까. 결국 기운이 쭉 빠져 침대에 누워있자니 치즈가 머리 맡에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다 잠이 들었다 싶었는지 내려갔다. 김크림도 아플때면 얌전히 있으려고 하기는 하는데, 누나를 너무 사랑해서 누나의 몸 어디 한군데에 자기 몸을 걸쳐야 되는 것 까진 좋지만 아픈 배에 자꾸 올라타길래 어젠 결국 쫓겨났달까 (...) 

사람 앞 날을 참 알 수가 없더라. 꽤 오래전에 알게 되었던 A와 B는 몇 년을 그냥 아는 사람으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되어 겨우 2달전에 교제를 시작했고, 3월에 결혼을 하려고 예식장을 잡았다고 한다. 눈이 그렇게나 높다던 A가 따지던 조건들은 딱히 필요없는 것이었고, 몇 년을 알고 지낸 것보다 2달의 교제가 더 큰 마음을 가지게 한 모양이다. 전혀 예상도 못했던 조합에 깜짝 놀랐지만 별로 티 안내고 어머, 하고 넘어갔던건 잠이 덜 깬 아침이라서.

비프스튜가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들통 하나 가득 끓여도 겨우 한 그릇 먹으면서, 그 한 그릇이 왜 이리 먹고 싶은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삼계죽을 먹으려고 점심에는 쇠고기 미역죽을 먹은 덕분인걸까. 오늘도 먹고 싶은 것들이 가득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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