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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추워도 춥지 않다고 소심한 오빠들이 노래하였지만, 추운 건 추운 것. 아침에는 덜덜 떨며 일정 많고 약속 많은 올해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미세먼지니 뭐니 목도 코도 눈도 아프고 나니 맑아진 공기에 바로 비가 쏟아졌다. 당장 오늘 밤부터 매우 추울 테니 내일은 아마 겨울 자켓을 입고 나오게 되겠지. 올겨울에는 뜨개질을 하고 싶지만, 전에 장갑 하나 보고 산 책에 있는 것 중에 무어라도 하나 만들고 싶지만, 미싱을 돌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장갑이 가지고 싶은 거라 미싱을 돌려봐야 주방장갑 밖에 나오질 않건만. 눈꽃씨에게 거하게 무언가를 먹이고 일일 클래스를 받아야 하나.
한동안은 h의 주문으로 가방 공장 모드였다가 모두 끝냈고. j씨의 부탁으로 앞치마도 만들고, 막내의 부탁으로 일러스트도 하나 그리고, e언니의 부탁으로 웨딩 트리도 그렸다. 내년 달력도 만들고 있고, 틈틈이 책도 읽고, 어제오늘은 간간이 졸기도 한다. 벌써 3단계째 떠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꽤 한가하다. 언제 바빠지 모르는 상시 대기조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 틈을 타서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하는데, 그런 걸 할 리가. 그저 시간만 잘 간다.
klm 항공이 (무려) 유럽 가는 비즈니스석을 200만 원 초반대에 나에게 준다고 해서, 평생 살면서 비즈니스석 한 번쯤은..이라며 혹했지만 일정이 도무지 맞지 않다. 유럽은 아무래도 맞지 않는가 생각하다 제주도도 다시 가고 싶고, 교토도 다시 가고 싶고. 날이 추워지니 작년에 건너뛴 동남아 타령도 하게 된다. 올해도 역시 공연도 다녔고 여행도 다녔건만 뭐 그렇게 놀고 싶어 하는지. 하긴 노는데 언제는 끝이 있었나.
10기가의 핸드폰 데이터는 진작에 끝. 대체 지난달은 6기가 만으로 어떻게 버텼는가 생각해본다. 언제나 없으면 없는 대로 익숙하게 살며 불편함이 없게 지내지만 넘치면 넘치는 대로 잘 누리고 살게 된다. 하지만 부족했던 지난날을 아쉬워하거나 서러워하거나 원망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앞으로도 없는 시간들에 아무렇지 않게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위 아더 나잇의 12월 단공을 예약했는데, 왠지 김사랑 공연도 12월에 있을 것만 같아서 부디, 제발, 오 플리즈 그날 만은 아니길.
소화를 돕고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며 받아온 5일 치 약은 먹고 나면 소화가 너무 잘 돼서 금세 배가 고프다. 밥시간이 되어 몇 숟갈 뜨고 나면 얼마 전 애슐리 과식에 망가진 속이라 그런지 뇌는 배가 고프다는데 배는 안고프다 싫어한다. 이 얼마나 조금 먹기에 적합한 속인가. 그 와중에도 살은 안 빠지고 오히려 가을을 보내며 올랐다. 여름에 걱정했던 돌아오지 않던 몸무게는 겨울잠 준비에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아무래도 자라나는 작은 짐승 인양 계절을 따르는가 싶다.
작은 짐승. 그래, 이 표현을 참 좋아한다. 내가 그렇게 지칭이 되는 것도, 누군가를 그렇게 지칭하는 것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비유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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