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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법칙

_e 2015. 9. 9. 16:50

커튼을 새로 만들려고 사이즈를 재고 한참을 계산해 원단을 주문했다. 주말에 오라는 택배는 결국 오지를 않고, 천장 석고 보드에 무언가를 달아본 것이 처음이라 앙카가 필요한 줄 몰랐던지라 결국 나사를 돌려 박고 다시 빼서 메꾸는 작업을 한참 했다. 앙카를 따로 주문하고 일단 재봉을 시작할까 하면서 재단을 끝마쳤다. 큼지막하게 천을 자르고 있자면 좀 더 넓은 방과 잘 드는 가위가 가지고 싶지만, 그런 것이 있다고 내가 재단에 공을 들일 일은 없으니 됐다. 작년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데 도움이 되었던 먼젓번의 커튼들은 떼내어 빨고 얌전히 개어 두었다. 주방 커튼은 조각이 나 쿠션 커버가 되었고, 안방과 작은방의 것은 무엇을 만들까 고민 중이다.

쏠씨와 만나 내가 겪은 또라이와 지인들이 겪은 또라이, 쏠씨가 만난 또라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것은 소위 말하는 '똘끼'같은 끼가 다분한 긍정적 의미의 또라이가 아닌, 차마 쌍시옷은 입에 담을 수 없어 다른 쌍자음을 택하고자 하는 부정적 의미의 또라이이다. 가까운 곳도 먼 곳도 가리지 않고 곳곳에 있는 또라이들에 대해서는 비단 우리만이 아닌 많은 이들이 느끼는 것 같은 것이 가장 유명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인데, 슬프게도 내 주위에는 그 농도가 짙은듯 하여 슬프기 그지없다. 내가 예민해 별거 아닌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걸수도 있고, 내가 무심해 상대방을 극으로 몰아넣어 또라이를 만드는 걸수도 있고,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는 법이니 죄 나를 닮아 그럴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주위의 또라이들을 이야기해보라면 나열할 이름들이 쉽사리 튀어나오는 것은 (다시 한번) 슬프기 그지없는 것이다. 다만,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나 또한 누군가에겐 또라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듯이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또라이들 역시 아닐 거라고 굳게 믿으며 살아왔을 테니까. M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했던 이야기지만 그런 애들은 숨 조금만 쉬면 좋겠다고 산소 아깝다고 했었는데 혹시 모르니 나도 너무 큰 숨은 좀 줄이는 게 좋겠다. 본의 아니게 나도 누군가의 또라이라면 지구야 미안해, 산소를 낭비해서.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러다 말겠지 싶어 뒤척이는 밤을 보내도 제시간에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하고 마음을 가볍게 먹는다. 제시간이라는 것이 이른 시간이라 살짝 잠을 자야 하는 것에 대한 강박이 오려고 하지만, 피곤하면 잠이 언젠가는 오겠지라며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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