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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집 고양이놈들은 유독 아픈 티를 낼 줄을 모르더라. 평소에도 꽥꽥 소리를 지르고 제 허락 없이 몸에 손대는 걸 싫어하던 김치즈라 그러려니 했더니 한밤중에 피를 뚝뚝 떨어뜨리는 걸 보고 놀라 방에 있던 j씨를 불렀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허겁지겁 캐리어에 담아 병원에 가니 아침이나 돼야 수술을 할 수 있다길래 집으로 도로 데려오니 밥부터 찾는 걸 보고서야 겨우, 그래 살 만은 하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더랬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움직이는 소리와 우는소리에 귀 기울이며 밤을 지새니 긴 밤이 지났다. 겁이 많아 낯선 곳 낯선 사람에겐 기겁을 하는 치즈를 어르고 달래 힘을 줘 진료를 보고 수술을 시키고 입원을 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김크림이 자긴 혼자 있었다며, 치즈는 어딨느냐며 동그라진 눈으로 움직일 때마다 쫓아다닌다. 방을 정리하고 점점이 떨어진 피들을 닦고 캐리어에 넣었던 배쓰타월을 빨아 건조하고 나서 뒤늦게 예매하느라 맨 뒤 뻥 뚫린 좌석의 버스 시간에 맞춰 후발대로 시댁으로 향했다.
꽉 막힌 귀경길에는 제일 먼저 병원을 찾았더니 케이지 한쪽에 웅크리고, 목소리가 들리는데도 무서워 고개도 못 돌리고 울기만 한다. 농담처럼 쭈구리로 있을 거라 하면서 왔지만 벌벌 떠는 모양새가 마음이 좋지 않아 통원치료를 결정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평소에는 그러는 법이 없는 김치즈는 아프거나 자신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온몸을 기대어 맡긴다. 자다 깨다 하며 몸을 딱 붙여 붙어있는 걸 살핀다. 그 와중에 치즈는 온 집안의 불을 끄고 이불에 누워있으면 곧잘 다가오면서도 불을 켜고 몸을 일으킬라치면 자길 또 병원에 데려간다 생각하는지 급히 도망을 가기 바쁘다. 긴긴 연휴의 끝 무렵 - 원망과 불신, 의지하는 마음들이 치즈에게 쌓여간다. 이제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관을 빼내고, 다음 토요일에는 실밥만 뽑으면 된다. 난생처음 하는 카라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걸리는 것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별로 들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 와중에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김크림은 엄지발톱이 살에 박혔다. 혼자 멀찌감치 떨어져 눈치를 보는 걸 불러다 안는데 까맣고 빨간 상처가 보였다. 집에서 하는 처치도 병원에서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지만 자신이 없어 병원에 들고 가니 생각했던 것과 같게 툭 자르고 쑥 뽑고 집에 가란다. 착하고 소심한 크림은 비명 한번 가냘프게 지르고는 집에 실려오는 내내 애웅 거렸다. 집에 내려서는 피를 온 사방에 뿌리고 다녔지만 지혈이 될 때까지 따라다니며 그루밍을 못 하게 했더니 짜증은 내도 피가 멎고 나니 멀쩡해져 사료를 우걱우걱 먹는다. 이것이 바로 짐승 같은 회복력. 병원을 갔더니 수술이 있다길래 한 시간이 살짝 넘게 기다렸지만 덕분에 크림은 누나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가지고 내내 만짐 당해서 만족한 듯하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시작될 무렵이면 김치즈가 집에 온 지 9년, 김크림이 집에 온 지 7년이 된다. 이제부터 슬슬 노묘 케어의 시작인가 싶다. 다 좋으니 부디 건강하고 또 건강하기를. 벌써 9살이나 먹은 늙은이들에게 딱 십 년만 같이 더 살자고, 해가 바뀔 때마다 부탁을 한다. 욕심인 걸 알지만 일종의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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