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거리 유지

기쁜 일이 있을 때 말해주지 않는 것도, 힘든 일이 있을 때 말해주지 않는 것도 서운 하지만- 매일의 불행을 공유 당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상대의 불행에 잠식되는 기분. 그래서 한발자국 물러나면 기쁜 것도 힘든 것도 같이 오지 않아 그 거리가 매번 어렵다. 나는 다만 내가 다치지 않고 상대방을 해치지 않는 안전 거리를 유지하는 것 뿐인데, 그 거리가 유난히 다른 사람보다 먼 모양이지.

우린 사이가 참 좋아- 라고 하는 j씨에게 같이 사는데 사이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냐며 웃었다. 퇴근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더니 친하지 않은 사람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연애를 길거나 뜨겁게 해야하는 것이다. 결혼하면 친하거나 안 친한 사람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니까,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친한 사람이랑 같이 있는게 좋잖아. 결혼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로 보자면 시간을 들여 서로 더 친해지는 과정인 것 같다. 평생을 들여 친해지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친한 사이가 되는 것.

그동안 플레이 되던 배경 음악은 유투브에서 따오는 것 들이었는데, 요즘 들어 광고가 너무 많아 이어폰 끼고 암향에 들어왔다가 가끔씩 아저씨의 말소리라던가 의도치 않은 음악 등에 놀라 일단 빼 두었다. 좋아하는 음악들을 찾아 골라 넣고 가끔은 하루종일 브라우저에 띄워놓는 시간들이 참 좋았는데. 좀 더 방법을 찾아봐야지. - 라고 써놓고 웹 서핑을 하다 광고 없는 유료 유투브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망했구나 싶다.

이제 슬슬 모과철이니 모과청을 담궈야겠다. 뽀득뽀득 씻은 모과를 칼로 쪼개 씨를 빼내고 잘게 채썰어 배도 넣고 꿀이랑 설탕 넣고 비어있는 유리병들에 가득 채워야지. 초- 과식을 한 어제는 소화가 자는 동안 조금 되기를 바라며 잠들었건만, 일어나서도 위가 묵직해 바쁘고 졸린 와중에 쑥즙을 꺼내 마신다. 귀찮아 냉장고에 쟁여둔지 어언 몇달인지, 이왕 먹기 시작한 것 하루에 두번씩 빠르게 먹어 치우는 것이 목표. 한동안 욕심껏 먹어댔으니 며칠은 죽을 챙겨먹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몸에 좋은 것들을 굳이 챙겨먹는 서른 둘의 가을. 오래는 아니어도 멀쩡하게는 살아야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