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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는 아직 못샀다. 이러다 못살까 싶어서, 많아도 인터넷으로 사고 청을 많이 담던가 남겨서 방향제로 쓰던가 해야겠다고 생각만. 언제나 생각만으로는 수 많은 것들을 만들고 쓰고 그린다. 심지어는 매일 운동도 엄청 열심히 한다. 현실은 그냥 얼마전부터 보일러를 돌리기 시작한 따끈한 거실 바닥. 그래도 미싱만큼은 종종 돌려서, 나는 공장 노릇을 할테니 네가 사장을 하라며 k를 부추겼다. 이것도 딱히 실현 가능성은 없겠지. 얼마전에 깨달았는데 나는 하고싶다 해야겠다 말을 하는 것들을 하는 일은 정작 적고, 결국 하고 마는 것은 입밖으로 잘 내지 않더라. 적당한 무게와 모양이 될때까지 속으로만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가 지금이다 하고 던질 타이밍을 노리는 거지. 입밖으로 내는 것들은 허공을 떠돌다 그저 없어지는 것들이고. 그렇지만 오늘도 여전히 이야기를 쉬지 않는다. 하고 싶다, 해야 한다, 할 것 이다.
며칠전에는 집에 돌아오니 화장대 위에 [송쏠랭 귀하ㅋㅋㅋ] 라고 쓰여진 봉투가 놓여있었다. 물론 송쏠랭말고 본명이 씌여있었고, ㅋ이 포인트. 결혼을 하면서 전세 대출을 받을때 의례 은행들이 그렇듯 작은 적금을 권유받았고, 크지 않은 금액이 모이거든 널 주겠노라 j씨가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잊고 지냈는데, 8월이 지나 드디어 만기가 되었다며 계속 이야기는 하는데, 딱히 줄 생각이 없어보여 '내놓고 이야기 하라' 하고 또 잊었더랬다. 그리고 그걸 오만원짜리 신권으로 넣어 두툼한 봉투를 올려둔 것이다. 분명히 낮에 했을텐데, 퇴근할때까지 말하고 싶어 입이 얼마나 근질거렸나 하고 웃었다. 서프라이즈를 못하던 j씨는 여전히 숨기거나 깜짝 선물에는 서툴지만 반나절 정도는 말하지 않을 수 있게 발전해 나가는 모양이다. 통장에 숫자로 찍혀있자면 참 얼마 안되는 돈인데 그걸 현금으로 들고 있자니 큰 돈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영 쓸데가 없을 것 같아 3등분으로 나눠 나 이만큼, j씨 이만큼, 가족 비용으로 이만큼으로 나눴다. 아마도 금액 맞춰 무언가 큼지막한걸 사진 못할테고 다람쥐 마냥 야곰야곰 작은 것들을 사 모으면서 돈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 일단의 목표는 내버려둬보자 정도다. 그나저나 j씨는 결혼 기념일이라며 식당도 찾아와 보여주며 예약도 했다고 하고. 점점 더 로맨틱 성능이 좋아진다. 오히려 줄어드는 나의 수치만큼 늘어나는 듯. 연애할때는 아무도 (나도, 본인 조차도) 몰랐던 스텟이랄까. 이래서 다들 살아봐야 안다 하는 것인가.
들여다 보이는 얄팍한 마음이 우습다. 두통과 속쓰림은 가시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늘러붙는다. 한두번만 잘라내면 상한 손톱이 끝나는데도 그새를 못참고 젤을 얹었다. 나름 그라데이션이라 떼어낼 생각말고 잘라낼 생각이긴 하다만 세상이 언제 뜻대로 됐던가. 잠은 여전히 오다말다 한다. 버스에서 너무 자서 밤에 잠이 안오는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안 자면 멀미님이 오시겠지. 부산 가는 비행기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했다. 오른쪽 새끼발톱 옆 살이 이유없이 까져서 욱신욱신해서 좀 더 편한 신발을 신고 나왔지만 딱히 소용이 없다.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뭐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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