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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_e 2015. 9. 15. 17:04

봄 여름 내내 셀프 젤 네일을 했더니 손톱이 말이 아니라 쉬어야지 쉬어야지 했었다. 다만, 대마도 여행을 앞두고 짐 들고 어쩌고 하다보면 얇은 손톱이 찢어질까 그 위에 젤을 또 얹어버린것이 문제. 여행 내내 무사했지만 돌아와서는 너덜너덜해진 손톱에서 조심스럽게 젤을 떼어내고 새로 사온 영양제를 덧 바르기를 2주, 조금만 힘을 줘도 꺾일만큼 얇아지고 상한 손톱은 절반 정도까지 올라왔다. 아마 상한 손톱을 죄다 잘라내고 온전한 손톱으로 다 채우고 나면 다시 색을 칠하고 한동안 혹사 시키겠지만 - 꾸준히 네일을 해오던 손톱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면서 매일 영양제를 바르는 행위가 쉽지만은 않다. 공을 들여 기다리는 기분. 그동안 내가 너무 험하게 다뤄 미안하다며,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그 무언가. 기다림의 끝이 다시 컬러링일지언정(...)

사실 손톱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요즘의 시간들이 내겐 흠집나고 찌부러진 어느 마음에 새 살이 돋고 흠집을 갈아낼 만큼 커지고 움푹 패인것들이 차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아직은 과정이라 애써 피하고는 있지만, 그 흠집을 내던 것들이 눈에 보일때면 울컥 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모자라기 때문이라 여긴다. 상처가 나는 것들을 모르는채 두터운 색으로 덮는 것이 아니었다. 쉬운 길이라 택했던 것들이 어느새 나를 자잘하게 괴롭힐때쯤에는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적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이것이었다. 아마도 맞는 일이었겠지만 나는 내가 한 결정에 후회가 없는 편이고 만족하는 편이지만 이따금, 아주 작은 것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정말 괜찮아? 라고. 그러니 기다리고 있다. 새 살이 오르고, 흠집을 갈아내고, 패인것들이 채워질 때쯤에도 이 결정에 후회가 없을지, 결국 참지못하고 손톱에 다시 할 컬러링처럼 색을 입힐지, 아니면 겨우 온전해지고 단단해진 그 마음을 위해 그저 내버려 둘 것인지.

단골 백반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앞 테이블의 중년 아줌마 아저씨들 중 하나가 옆의 사람에게 잔을 내밀며 '형님, 저희는 영원히 같이 갈 사람을 찾고 있는겁니다'라길래 - 계란말이를 입에 쏙 넣으면서 '자살동호회?'라니까 j씨가 빵 터졌다. 이마 한대 꽁 맞고 되바라진 계집이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오늘까지 웃고 있다니 이것이야 말로 로맨틱, 성공적? 아니, 그냐앙- 우리가 찾는 영원히 같이 갈 사람이라길래.

밤에 잠이 쉬이 들지 못하고 몇번이고 깨어나는 것은 그럭저럭 버틸만 한데, 사람들을 말 없이 깨우기 위한 목적인지 이 추운 아침에 에어컨을 틀어대는 통근버스에서 중간중간 잠에서 깨고 떨었더니 피곤의 절정으로 달려가는 모양이다. 거울을 보다 다크 서클에 깜짝 놀랐다. 자는데 누가 날 때린 듯 시커먼 눈 밑이라니,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가는가 싶다. 나이를 먹는게 딱히 싫은건 아니고, 건강 관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안하는 내가 문제지. 작은 기미와 다크서클에는 무엇이 좋은가를 검색하다 만다. 에라 다 귀찮다, 이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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