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운동을 좀 하고, 하루에 하나씩 감사한 것들을 적어보려고 했는데 열흘이 지나도록 한번 뛰지를 않고 한자 적지를 않았다. 그것에 관해 민트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 나온 문장은 매우 심플했다. '우리의 새해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 얼른 새해가 시작돼야 할 텐데. 어제 퇴근길에 산더미 같은 근심 걱정과 속 쓰림을 안겨주었던 오늘 회의는 나름 괜찮게 끝났다. 길이 보이고 방향이 보이니까 이제 좀 살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던져놓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든'의 상황과 맞닥뜨리는 게 싫어서. 그래서 속 쓰림이 좀 가라앉았다는 이야기. 하여간 이놈의 속이 제일 정직하다. 페북은 먼 친구를 체크해 놓으면 좋아요가 안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적용해보고 성공하면 좋겠네. 범람..
나도 못 가본 오레곤에서 열흘 이상을 머물러 있던 미싱이 드디어 왔다. 연말 연초라고 연휴인지 출항이 열흘 내내 되지 않아, 옆 자리 과장님은 다시 태어난다면 오레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집 문 앞에서 기다리는 미싱 이야기를 꺼내니 선약이 있던 언니는 무려 그냥 잠시 주고 받을 것만 주고 받고 집에 가겠느냐 물어주었고, 이런 상냥함은 처음이라며 감동하고 저녁만 먹고 차는 먹지 않는 걸로 했다. 이렇게 선약에 대해 관대할 수 있는 것이 동네 친구의 매력이지. 이천에서 여섯 시에 퇴근해서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홉 시, 시간이 상냥해. 미리 비워놓은 책상에 무거운 녀석을 올려놓고, 미리 사 둔 변압기에 전원선을 꽂고 스위치를 올리니 밝게 빛난다. 일단 첫 시연은 합격. 드디어 ..
일월이 되자마자 5월 여행 계획. 예정된 것이 서너개 있는데, 일단 하나는 일행과 일정과 행선지가 정해졌다. 5월이라고 하지만 6월이랑 걸쳐져 있고 반반의 확률로 5월이 하루나 이틀이 될 수 있는 변동의 소지 있음. 모든 여행은 날짜를 정하고 나야 시작되는거라 계획 마니아는 계획을 세우느라 신이 났지. 일행을 카톡 단체방에 모아두고 알아본 것들을 죽 - 늘어놓는다. 매번 여행 계획을 세울때면 가기 몇달전에 하루이틀만에 모든 계획을 끝내고 정작 떠나는 날까지는 매우 덤덤하다. 그렇다고 계획만 좋고 실행이 싫은건 절대 아냐. 그냥 그렇다는거지. 그렇지 않으면 영영 떠나지 못하는 것이 여행자의 습성이라 '언젠가' '기회 되면' '그때 봐서'는 시작 되기가 쉽지 않아서. 여행에 필요한건 '당장' 'XX월 XX일..
핸드폰 데이터를 남김없이 탈탈 털어쓰고 1.3MB 초과하자마자 데이터 네트워크를 꺼버렸다. 어유 알뜰해. 집에 가서 와이파이랑 연결 될때까지는 네트워크와 단절이라지만 별로 걱정 근심 없는것은 평소처럼 통근버스에선 mp3 틀어두고 잠이나 자겠지 싶고, 지하철 안에서는 닥터후나 보겠지 싶어서. 네트워크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난건데 gta를 하면서 j씨가 다음에는 온라인 연결 해준다는걸 왜 그래야 하냐니까, 그럼 다른 사람들이랑 같은 거리를 다닐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줬다. 게임에서까지 살아있는 유기체들과 지내란 말이야? 라고 답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 게임에서까지 일하고 싶지 않으니 심즈는 치트키 입력으로 시작하고, 게임에서까지 함께 살아가고 싶지 않으니 엑박이나 플스는 네트워크 연동따위 하지 않는걸..
서울에는 만두만한 눈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도 나가면 눈이 오려나 싶어 우산을 챙겨 옆에 두었다. 지금의 마음상태는 내내 오락가락, 괜찮다가 안 괜찮다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애써 외면 중이다. 괜찮아지겠지, 괜찮겠지. 그러다 문득 엊그제 지나면서 봤던 자몽이 떠올랐다. 자몽 대여섯알이랑 백설탕 한봉지랑 베이킹파우더나 사들고 들어가 자몽청을 담그고 싶어졌지만 오늘은 회식이라, 내일은 퇴근길에 무거운 노란 봉투를 들고 퇴근할 것 같다. 자몽 좋아. 멍하니 있다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서둘러 빨간 자몽을 떠올린다. 새빨간 속. 쌉싸름한 과육. 그럼 다시 멍해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몽따위에 평온해지는 마음이라니. j씨에게 획득한 오만원은 데일리라이크 빅세일에 흔적도 없이 사..
자존심과 사명 사이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소리를 듣다가 그만 하라고, 나는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사명이 어떤건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나는 내가 가진 사명도 아니건만 그것이 얼마나 무겁고 힘들고 경외로운지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말로 설명해야 충분히 설명 할 수 없는 부분이라 남에게 이해시킬 자신이 없다. 이번에도 설명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렇지만 저쪽에선'이라는 말로 차단당했다. 원래 이쪽에 10만큼 있던 사람이 중립이라는 이유로 저쪽과 이쪽을 0으로 균형있게 맞추자면 이쪽에 -10을 해야하는건데, 이쪽에 속한 나에게 -10을 하겠다고 말하는걸 보니 속이 상했다. 화를 내봐야 조절 될 것도 아닌데, 괜히 화를 내서 나의 화만 스스로 돋굴 것 같아서 그만 뒀다. 화내기를 그만둔다는건 일종..
결혼식에 가서 밥을 먹는데, 대학 동기, 나는 봤던 기억이 없지만 나를 봤다는 기억이 있는 사람이랑 동석을 하게 되었다. 나와 j씨, 친구와 모르는 사람 이렇게 넷이 앉아있는데 j씨가 음식을 가지러간 사이 친구에게 '너는 나의 선물도 없이 고양이 선물만 챙기느냐'는 농담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좋게 말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나쁘게 말하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하며 '결혼한거 아니야? 애 낳을 생각은 안하고 왠 고양이'라던가 '털때문에 애한테 안 좋잖아'라던가를 이야기했다. 나에게는 모르는 사람이니 존댓말로 인사를 하던 나의 예의는 말아먹고, 나름의 친근함의 표시인지 굳이 반말로 저러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데다가 고양이 이야기로 굳이 모르는 사람과 감정의 소모를 하고 싶지 않은 나는 묵묵부답...
아침에 구운 고구마가 식을까봐 무릎 담요에 꽁꽁 싸서 가방에 넣어뒀더니 사무실에서 담요를 꺼내는데 군고구마 냄새가 풀풀. 진작에 먹어치운 고구마는 냄새만을 남기고. 그러고보니 고구마가 좀 오래되서 그런가 죄다 마르고 몇개는 썩었더라. 옛날에는 고구마같은걸 어떻게 겨우내 보관했을까. 나는 안되는데 흑. 나라를 위한다는 단체들은 젊은진보를 종북빨갱이 취급하고, 젊은 세대라는 개개인들은 젊은보수를 죄다 일베 취급한다. 멋지네 민주주의. 이유가 있으면 사랑하는 사이에 한번쯤의 폭력은 허용되고 용서되어야 한다, 라는 논리의 이유로 헤어지는게 그렇게 쉬운게 사랑이냐는 되먹지도 않은 걸 들고나오는 사람을 봤다. 폭력을 행사할 만큼의 원인을 제공하면 폭력을 행사하지 말고 헤어져야 되는 게 맞다. 그게 연애던 친구던 가..
짙은은 왜 이렇게 겨울이랑 잘 어울리는 걸까. 겹겹이 옷을 껴입고도 길을 걸으면 추워 어깨를 양껏 웅크리는 겨울에 하루종일 짙은을 돌려듣는다. 사실 처음 시작은 눈꽃씨 생각도 나고해서 재주소년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다 빠지고 짙은만. 라고 쓰는데 디쎔버가 나온다. 아,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해서 그런가봐. 주말에는 뜨거운 물 넣은 물주머니를 하나씩 안고 주방 불만 켜둔 거실에 둘이 나란히 앉아 이불을 덮고 j씨는 커피, 나는 유자차를 놓고 게임을 했다. 대체로 내가 하지만 어려운게 나오면 패드가 j씨에게 넘어가는 관계로 거의 반씩. 어깨를 맞대고 한 이불속에서 게임을 하다 늦은 낮잠도 자고 그렇게 그렇게. 그러고보니 별 일이 없는 날들이 반복되면 글을 남길만한게 없다. 별 거 없는 날들이 나에겐 가장 좋은 날..
지출이 다달이 늘어가서 11월 카드값은 최고치를 찍고 (컴퓨터 2대를 빼고도 심했다) 지출 예산을 뽑고 거기에 맞춰서 지출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금은 야박하게 예산을 잡고 내역을 던졌더니 엑셀의 달인 j씨가 그래프까지 적용해서 엑셀 파일을 만들어냈고, 지출이 있을때마다 휴대폰에 메모를 하고 집에와서 엑셀에 입력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카드를 긁고 다니다가 제약을 두면 불편할 것도 같은데 불편하지 않은건 어릴적부터 나의 제태크는 돈이 없으면 안 쓰는 거였거든. 혹은 안 쓰면 돈이 모인다 정도. 덕분에 재정담당이 j씨가 되었던거고, 나는 내가 쓸 돈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 안에서 내 맘대로 돈을 쓰니까 좋다. 제약이 있어야 행복한 소비라니. 이건 뭐 (...) 미싱을 아마존에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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