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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만두만한 눈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도 나가면 눈이 오려나 싶어 우산을 챙겨 옆에 두었다. 지금의 마음상태는 내내 오락가락, 괜찮다가 안 괜찮다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애써 외면 중이다. 괜찮아지겠지, 괜찮겠지. 그러다 문득 엊그제 지나면서 봤던 자몽이 떠올랐다. 자몽 대여섯알이랑 백설탕 한봉지랑 베이킹파우더나 사들고 들어가 자몽청을 담그고 싶어졌지만 오늘은 회식이라, 내일은 퇴근길에 무거운 노란 봉투를 들고 퇴근할 것 같다. 자몽 좋아. 멍하니 있다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서둘러 빨간 자몽을 떠올린다. 새빨간 속. 쌉싸름한 과육. 그럼 다시 멍해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몽따위에 평온해지는 마음이라니. j씨에게 획득한 오만원은 데일리라이크 빅세일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일찌감치 주문한 덕분인지 당일 발송이라는 문자도 왔다. 승주언니에게 올 카드도 우체부아저씨랑 통화해서 우편함에, 아마도 공기 탈취제랑 고양이놈들 사료도 문 앞에 있을테고. 이제 미싱만 오면 되는 건가. 필요한 것들은 사실 별거 없다. 몇몇 사람, 때때로 귀찮지만 고양이놈들, 자몽청이라던지 예쁘고 빅세일중인 원단이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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