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 길. 때마침 날도 흐려 가방속에 우산 하나 챙겨 넣고 걷는데, 회색 건물들 군데 군데 꽃이 피었다. 목련은 이미 활짝 피었고,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를 지나가니 자목련 꽃봉오리가 보이고, 벚꽃도 피기 시작했더라. 한군데 모아놓고 꽃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라 눈에 확 들어오진 않지만, 그대로 드문드문 알록달록한 봄. 싸개단추 손 몰드와 고무 망치를 구입했다. (j씨의 표현을 빌려와) 귀여운 쓰레기를 만드는 건 언제나 즐겁지. 쓸 일도 없지만 귀여운 싸개 단추를 잔뜩 만들 생각을 하며 신나했건만, 물건이 도착하기도 전에, 결제한지 24시간이 되기도 전에 고체향수 재료도 결제했다. 원래 스틱형 향수를 좋아하는데 파는데도 별로 없고, 있으면 비싸거나 디자인이 부담스럽고, 그렇지만 크림 용기형은 손톱에 끼..
친구와 사촌 동생의 임신 소식에 주위에 아가들이 늘어나는 것이 신기한 기분을 들게 한다. 주위에 구성원들의 공간은 그대로 인데, 그 공간 안의 인구밀도가 높아져 복닥거리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나랑은 먼 이야기였던 것들이 성큼 가까워지고, 언젠가는 지나갈거라 생각하니 더 신기해진다. 나이를 먹긴 먹는구나. 4월 대천, 청주 / 5월 강화, 제주(요건 반) / 6월 부산, 대마도. 플레이 리스트에는 이선희, 이규호, 이승환, 리싸. 소라 언니도 4월이고, 에피톤이랑 토이 소식도 있고. 해는 따끈하고 바람도 미지근해졌고, 오늘은 비록 미세먼지가 약간 나쁨이지만서도 멋진 봄일세. 여행들을 앞두고, 12월 생일 선물로 결정해둔 1650 렌즈를 미리 받을까 호루스벤누로 작품찍고 와야하나 고민 중. AF로도 초점은..
줄 하나를 긋기 위해 서너 시간을 날리고, 수십 번의 업로드를 하고 확인하는 중에 부장님이 옆에서 묻는다. "지치지?" 지친 것은 사실이지만 나 혼자만 지칠 것도 아니고, 티를 낼 것도 아닌데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것인지 멀었다 멀었어. 남이 작업한 것들에 덧대고 수정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끙끙. "이제 곧 끝나는데요. 뭐, 다음 주면 끝이잖아요." 하고 넘기려는 목소리도 지쳐있다고 광고하는 것 같아 덧붙이려던 말을 줄인다. 이틀이면 끝낼 수 있는 양의 일감을 일주일이 넘게 들고 있다. 아무리 우선순위 순이라지만,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닌데 당장 오픈이 내일모레인데 나는, 나는. 뾰루지인 줄 알았던 입술 옆의 돌기는 익어가는 모양새와 통증이 영락없이 구순포진이다. 어젯밤에 입술 주위가 시뻘겋게 된 것..
야근을 마치고 9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내어놓는 소리가 그득 들어차 귓가에 왕왕거린다. 급하게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음악을 재생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알콜 냄새가 나는 말들이 오고 가고, 점점 커지는 목소리는 핸드폰 넘어 사라지기가 무섭게 다시 몸집을 키워 다시 나타난다. 들고 있는 핸드폰에 얼굴을 묻고 있자면 위쪽 시야에 들어오는 다리들이 한참을 서다 사라졌다, 다른 다리로 채워지며 지하철이 달린다. 늦은 밤에도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 내리는 우리 동네 역에는 꼭 하나둘 기둥에, 벽에 기대어 있는 이들이 있다. 커다란 아저씨가 이마를 대고 비스듬히 서 있는 기둥을 조심스레 뱅 돌아 사람이 가득한 계단을 밟는다. 썰물과 밀물에 움직이는 부표처럼..
변해가는 혹은 공유한 시간들로 묶여있지만 점점 느슨해 있는 관계들을 보면서 같은 속도로 걷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같은 시기에 취업을 할 때 까지는 비슷한 속도의 걸음이었는데 각자의 사정과 속도가 달라지면서 누군가는 저만큼 앞서 나가고 누군가는 쉬어가며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다른 길의 사람들이 보이고, 몇 없더라도 나와 속도가 맞는 사람들과 걷다 보면 거리가 생긴 예전 인연보다 지금의 인연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속도와는 상관없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 속도에서 보이는 풍경 이외의 것들을 나누는 사이는 각자의 속도가 어떻든, 마주 보고 있지 않고 떨어져 있어도 마음을 나눌 수 있지만 자신의 풍경을 이야기하고 싶은게 사람의 습성이니 ..
감기가 또 왔다. 이쯤 되니 지긋지긋한 올겨울의 동반자. 3월인데 어째서 봄이 아닌가 하지만 이곳은 내내 겨울이다. 퇴근길 지하철에는 다들 하늘하늘한 봄옷인데 내 옷만 두툼하니 볼록 볼록하다. 어릴 적부터 멋 내기보다는 생존에 좀 더 치중하며 살았으니 부끄럽지는 않고, 지하철이 달리는 도중에만 덥다. 그래도 땀을 흘리는 게 낫지 덜덜 떨며 다녀봐야 감기만 길어질 뿐. 콧물이 주룩주룩 내리고, 휴지로는 코밑이 헐 테니 하루에 한 장씩 손수건을 쓴다. 나의 이 로하스 한 콧물 닦기에도 불구하고 코밑에 뾰루지가 나서 마냥 아프고 아프지만, 오자마자 병원에 들른 덕분에 먼젓번보다 짧게 지나갈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 와중에 코감기 약을 먹자면 입이 마른다. 덕분에 하루에 마시는 물만 2리터가 넘지만 물을 마시고..
남에게 선을 행하라는 말을 아침 QT에 보고 꽝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으로 그러겠노라 다짐했지만, 출근하자마자 휘몰아치는 것들에 또 갈 곳을 잃은 나의 선이 하릴없이 맴돈다. 불만이야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늘어놓아 봐야 무엇하겠나. 마음을 가다듬고 소스나 열심히 뜯어보는 수밖에. 오늘의 고비가 이주의 고비가 되고, 이달의 고비가 되었지만 그래도 하릴없이 맴도는 그놈의 선을 붙잡고 끌어다 단단히 잡고 있어봐야겠다. 그런 의미로 내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해보자. 사랑은 네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보다 앞에 두는 것이라고 올라프가 말했단다. 내가 오랫동안 열심히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말이 바로 그거였다. 저렇게 한 문장이면 될 것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먼저인 것, 내가 원하는 것이 ..
여름이 오기전에 규호 언니도 오시고, 소라 언니도 오시고, 승환옹도 오시니 5-6월 여행길에는 귀가 풍성하겠다. 많이 걷고, 많이 보면서, 많이 들어야지. 많이 만지고, 많이 읽고, 많이 만드는 것은 덧붙여보는 희망사항. 뷰민라에 가고 싶다. 특히 2주차. 술탄의 춤사위에 같이 묻히고 싶고, 윤아 누님도 또 뵙고 싶다. 하지만 다른 할 것들이 많이 기다리니까 꾹 참고 그민페를 가는걸로 다시 한번 다짐. 이랬는데 규호언니 나오신다 하면 쪼오금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올 겨울은 더운 나라 타령을 덜 하고 지나갔네. 갈 수 없다는게 확정되고 나면 하고 싶다는 말버릇조차 숨어버린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집고 나와야할텐데 - 라고 생각하기엔 나이가 먹었다. 나이에 대해서 이야기 ..
ck가 로또에 당첨되면 내게 집을 사준다고 했다. 로또가 당첨돼도 집 사줄 만큼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럼 할부로 사준다고 했(...) 마음이 갸륵해서 기록을 남겨둔다. ck의 로또가 꼭 당첨되기를. 그리고 매우 바쁘다. 바쁘다 바빠. 할 일이 산더미. 최후의 최후까지 해야 할 것을 미룬 자의 모양새는 항상 이런 식이다. 하지만 하기 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할 것이니까 더 미루게 된달까. 부디 이번 주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오늘이 최대 고비다. 아침부터 총총거리고 돌아다니고, 그새 넘어질 뻔하고,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새로 작성하면서 늘어나는 항목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오향초가 나의 위를 지켜주겠지. 자정이 넘어 일을 끝내고 자면서도 굳이 한 포 쭉 빨아먹고 잔..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이 쉽지 않다는 m에게, 쉬우면 다들 행복해지고, 그러면 그것이 행복인지 모르고 결국 투덜거리게 될 거라고 말했다. 행복을 자기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낙천적인 사람이야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언제나 행복할 테고, 보통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남들과 비교하며 남들보다 손톱만큼이라도 낫거나 적어도 남들만큼은 가져야 행복할 테니까. 보통의 사람들의 행복은 모두가 행복해지면 똑같아지니 별로 소용이 없을 것이고, 그러니 쉬운 행복을 가질 수 있는 낙천적인 사람이 되거나 어려운 행복을 위해 남들보다 노력해서 남들보다 행복한 게 맞을 것 같다. 코튼빌 댓글 이벤트 또 당첨됐다. 코튼빌은 나를 사랑하는가봉가. 나도 코튼빌이 좋음. 이번에는 댓글 이벤트에 쓴 고대로 홈웨어를 꼭 만들어서 이용 후기를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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