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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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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 가서 밥을 먹는데, 대학 동기, 나는 봤던 기억이 없지만 나를 봤다는 기억이 있는 사람이랑 동석을 하게 되었다. 나와 j씨, 친구와 모르는 사람 이렇게 넷이 앉아있는데 j씨가 음식을 가지러간 사이 친구에게 '너는 나의 선물도 없이 고양이 선물만 챙기느냐'는 농담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좋게 말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나쁘게 말하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하며 '결혼한거 아니야? 애 낳을 생각은 안하고 왠 고양이'라던가 '털때문에 애한테 안 좋잖아'라던가를 이야기했다. 나에게는 모르는 사람이니 존댓말로 인사를 하던 나의 예의는 말아먹고, 나름의 친근함의 표시인지 굳이 반말로 저러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데다가 고양이 이야기로 굳이 모르는 사람과 감정의 소모를 하고 싶지 않은 나는 묵묵부답. 친구만 중간에서 당황해하며 아이를 낳으면 격리를 하던가 하지 않겠냐는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다행인건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다는 것.

나는 강아지가 너무 친근하게 달려드는 점과 자주 씻기지 않으면 냄새가 나는 점 때문에 키울 생각이 없는 것을 '나와 맞지 않다'라고 표현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기대감도 없고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삶의 일부분을 희생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불안하게 여기는 편이지만 아이를 낳아보면 달라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안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 생각은 접어두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데, 고양이를 키우라고 권하는 것도 아닌 사람에게 대체 왜 고양이를 키우는지에 대해 참견을 하는 걸까. 어제는 그래서, 저런 사람은 그저 어떤 것이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는지 판단이 안되는 사고력의 부재와, 굳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앞에서 그런 문장밖에는 구사할 줄 모르는 표현력의 부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굳혔다. 이런 표현에 션은 '관대한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일종의 이기심이다. 앞으로 평생 볼 일 없는 사람에게 상대방의 편협함을 비난하기 위해 나까지 편협하게 보일수는 없다 혹은 상대의 모자람을 굳이 지적해봐야 결코 들어먹힐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게다가 좋게 말해 저 사람은 모자라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온전한 내 입장만으로는 그저 존재가 싫으니 곁을 내어주고 싶지 않다는 거부. 

먼저 고양이를 키운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 편인데 상대방이 알게 되면 숨길일은 아니니 그렇다고 말한다. 그때 나오는 부정적인 반응들을 늘어놓자면, '남편이 반대 안해요?' 라던지 '애 낳고 키울때 문제 되지 않나요' 라던지 '고양이는 정이 없다면서요' 라던지 '털 날리는게 심하다면서요' 같은 것들이 있다. 보통은 '남편이 연애할때 데려다 준 고양이예요' 라던가 '고양이도 성격이 다 달라요' 라던가 '털 날리는건 제가 부지런해지면 되죠' 같은 답을 하는데 육아와 고양이의 이야기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상대방의 편견이 깨질 일이 없다는 것을 부모님에게서부터 느끼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고만다. 거기에 대고 '일본이나 서양 어린 애들은 죄다 아프고 죽었게요'같은 말을 할수도 없고 '애들이 건강에 문제가 생길정도로 고양이 털을 뜯어먹고 주워먹으면 그건 부모 책임이지'같은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고양이의 털이 많이 빠진 다는 것은 팩트지만 고양이의 털로 병에 걸린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적이 없다. 알러지는 제외. 저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도 고양이 털 때문에 병걸린 아이의 이야기는 들어 본적 없을 거다. 고양이 털은 콧털이 없어서 매끈한 콧털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코를 통과하지 못하니 뭉텅이가 몸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을 뿐더러,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기 때문에 입으로 들어간 것도 소화가 다 되니 인간의 위장을 의심하지 않고서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고양이 털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털때문에 아이가 큰 위험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아니 조금의 위험에도 빠지지 않는다. 한동안 톡소플라즈마때문에 고양이 기생충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거기에 했던 대답은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고양이 똥 주워먹으면 걸릴수도 있겠네요 정도. 

아이가 있는 집에서 어떻게 고양이를 키울 생각을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에게 동물이 아이들의 정서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명확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번도 '아이의 정서에 좋지 않게 왜 동물을 키우지 않느냐'고 비난한 적이 없다. 저렇게 생각한 적도 없고. 그저 선택일 뿐이다. 다른 편협한 이야기들은 차치하고, 털이 불편하다는 사실로만 이야기 하자면 그래서 그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것이고 그렇지만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인데 어째서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나의 선택은 비난해야 될 문제인걸까.

하여간 남의 인생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문제다. 아이를 안 낳으면 남의 육아 및 인생 계획은 무시하고 '아이를 왜 낳지 않아요'라고 말한다거나, 첫째가 있는 집에 '둘째는 언제'라고 말한다던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결혼 적령기의 사람에게 '결혼은 언제'라고 말한다거나. 프라이빗의 영역은 존중해주지 않는 오지랖. 다른 사람의 일상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이 애정이라고 주장하는 엇나간 사고. 거기에 덧붙여 어떤 말이 상대에게 허용이 되는 말인지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고력의 부재, 그런 말로 밖에는 자신의 생각을 내놓을 줄 모르는 표현력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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