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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선언

_e 2013. 12. 26. 11:38

자존심과 사명 사이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소리를 듣다가 그만 하라고, 나는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사명이 어떤건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나는 내가 가진 사명도 아니건만 그것이 얼마나 무겁고 힘들고 경외로운지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말로 설명해야 충분히 설명 할 수 없는 부분이라 남에게 이해시킬 자신이 없다. 이번에도 설명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렇지만 저쪽에선'이라는 말로 차단당했다. 원래 이쪽에 10만큼 있던 사람이 중립이라는 이유로 저쪽과 이쪽을 0으로 균형있게 맞추자면 이쪽에 -10을 해야하는건데, 이쪽에 속한 나에게 -10을 하겠다고 말하는걸 보니 속이 상했다. 화를 내봐야 조절 될 것도 아닌데, 괜히 화를 내서 나의 화만 스스로 돋굴 것 같아서 그만 뒀다. 화내기를 그만둔다는건 일종의 포기와 같다. 나는 그것을 포기했다는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이래봐야 넌 알지 못하겠지만, 아마도 넌 영영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식으로 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서 꼭 연애하면서 버릇처럼 하는 '우리 헤어져'같은 느낌이긴 하다. 잠을 잘못잤는지 왼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화가 났던 동안 울컥 눈물이 차오르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느라 축축하게 낀 눈꼽을 닦아낸다. 벌써 오전이 다 지나갔다고 말하고 있지만 하루치 체력을 다 쓴 기분. 호랑이 기운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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