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지 빛 축제를 보러 가기로 결정 하고 나니 미세 먼지가 몰려오고, 병원에선 편도선염이라며 과로하지 말라고 하고, 점심을 먹고 나니 결국 귀찮기도 해서 다음 주로 미루기로 했다. 자꾸만 편도선 수술 이야기하는 의사 선생님이지만 수술한 적도 없고 수술할 생각도 없지 말임다. 오전에 잡혀있던 약속도 취소되었고 덕분에 미뤄두고 쌓아뒀던 재단을 해보자며 니트 원단 담겨있는 박스를 들고 나와 재단을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드륵드륵 재봉. 세 번째 만들어보니 이제 감이 잡히는지 입을만하다. 미싱을 바꾼 덕인지 바인딩 덕분인지 노루발 덕분인지 모두의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더 잘하게 된 걸로 해두자. 튀김류가 먹고 싶단 j씨의 말에 돈까스를 시켜먹는 중에는 ck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계란 30개가 냉장고..
마음이 꼬깃꼬깃하게 구겨지다 점점 단단하게 뭉쳐지는 종이 같았다. 상대방의 어깨를 향해 힘을 주어 던지면 아프다며 돌아볼 것 같은 모양새. 사실 냅다 던져버리고 싶어서 꽉꽉 힘을 주어 뭉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려니 하던 것들이 반복될수록 내 마음만 삐죽삐죽하게 가시가 돋았다. 내뱉지 못하고 품고 있는 가시들이 나를 찌르는 게 억울해져서 이걸 그냥 내려놓고 거들떠보지 않으면 될 걸 굳이 던지고 싶어서 던질 기회를 노리면서 품에 안고 있다. 덕분에 나는 계속 따끔따끔, 통증은 가시의 양분이 되어 무럭무럭 자란다. 버릴 수 있을까, 던져 상대방도 아프게 할 수 있을까, 그냥 이대로 안고 있어야 할까, 가시가 도로 들어가길 바라는 것이 나을까. 분명 응답에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호의로 시작된 것인데도 시간이 지날수..
아침 감기약을 먹은 지 30분도 안돼서 진통제 2알을 입에 털어 넣는다. 약 기운이 돌기까지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니 무겁게 아픈 아랫배를 조금 더 참아내야 한다. 그나마 살이 좀 붙고 난 다음에는 예전처럼 손발이 얼음장은 아니라 통증도 많이 가셨다. 엊그제부터는 오향초를 먹기 시작했다. 오향초=쇠비름. 맛이 매우 좋지 않다는 동생의 말에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요-상한 한약 맛 정도. 하루에 1-2포를 마시고 있는데 한 박스 다 먹고 난 다음에는 부디 지긋지긋한 위염이 나아지기를. 히알루론산도 챙겨 먹은 지 2-3주가 됐다. 회사에 놓고 점심 먹고 난 뒤 2알씩 챙겨 먹는데 바디로션을 아무리 발라도 저녁이면 건조하던 피부가 많이 나아졌다. 얼굴의 속 당김은 아직 그대로지만 몸쪽 피부는 눈..
쉘케이스 만들기에 재미 들린 요즘, 멍하게 시간 보내기에는 손바느질이 좋다는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밤이면 열이 올라 가물가물 한 와중에 기침이 심해 잠을 설친 덕분인지 늦은 기상에 늦는다고 죄송하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오지 말라고 거부를 당했다. 덕분에 병원에 갔더니 아홉 시 반에 접수했는데도 열 명도 넘게 대기 중에, 편도선 수술 했느냐며 편도가 부었다는 이야기도 듣고, 한 시간 기다려 진료를 받고 나오니 어질어질해 집으로 돌아가 아침을 달라며 아가 새처럼 짹짹거리고 j씨를 깨워 토스트를 받아먹고 약 기운에 멍하니 잠이 들었다가 깨다가. 오후가 되니 더 자면 밤에는 잠을 못 잘 테니 거실로 나가 주섬주섬 만들다가 만 쉘케이스를 꺼내 바느질을 시작한다. TV를 틀어두고 묵혀둔 서프라이즈를 틀어두고 TV..
타일 사이사이를 힘주어 문지르고, 건식이라 물도 잘 안 빠지는 건너편도 죄다 물을 끼얹고 쓸어 내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냈다. 쉬지 않고 손을 움직이면서 눈물도 콧물도 주룩주룩. 남김없이 깨끗하게 닦겠다고 안경을 쓰고 쪼그려 앉아 고개를 한참 숙이고 다시 들면 접싯물 마냥 안경에 고인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다시 걸린 감기에 컹컹대고 기침을 하면 왕왕하고 귀가 울리는 욕실에서, 청소를 하고 울다 다시 청소를 마치고 세수까지 싹 다 하고 나오니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시간. 오랜만에 울어 개운한 마음과 한참을 울어 멍한 머리와 열이 올라 무거운 몸으로 금방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하루를 꼬박 앓았다. 그치지 않는 기침과 내리지 않는 열에 약을 먹겠다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약을 먹고,..
닥터후 카산드라처럼 누가 따라다니면서 수시로 내 얼굴에 미스트를 뿌려주면 좋겠다. 아니면 목이나 이마에 자동 분사기를 달고 다니거나. 샤워를 마치고도, 세수를 하고도, 손을 씻고도 급하게 무언가를 찾아 바른다. 예전에는 답답하다고 생각도 못했을만큼 듬뿍. 그리고 나서야 한결 편안해지고 번들거리는 피부로 안심을 하고. 아침부터 모이스쳐라이즈 미 - 라며 카산드라를 떠올리다, 아 가끔은 마음이 좀 축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다. 매일이 장마라 한시도 마르지 않고 축축한 마음은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고, 나는 사막같은 여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단비가, 오래 갈 필요도 없이 오는 도중에만이라도 공기조차 젖어있도록. 비야 오너라. 내가 주고 싶은 것, 상대방이 갖고 싶은 것. 내가 주려는 것, 상대방이..
화장을 할 때 혹은 전반적으로 살면서 핑크보다는 코랄을 더 좋아한다. 어릴 적 외꺼풀 혹은 속 쌍꺼풀에는 천연색의 섀도우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때에도 핑크보다는 코랄을 집어들었고, 볼터치를 하지 않은 얼굴이 얼마나 허여멀건 한지를 깨달은 순간에 화장품 가게에서 집어 든 것 역시 코랄. 립 제품 역시 내가 사는 건 오렌지. 십여 년을 그렇게 살아오다 어느 날에 깨달은 거다. 아, 나에게는 핑크가 더 어울리는구나 라고. 좋아하던 것과 내게 더 좋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것이 매우 사소한 것일지라도 충격이 된다. 내가 핑크라니, 내가, 내가 핑크라니! 라고 소리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날의 밤에는 잠이 쉽게 들지 못한다. 설치는 잠에 뒤척이다 보니 얕..
방심했다. 난생 처음 늘어난 인대라 남들은 다 낫는데 오래 걸린다 했지만, 넘어지고 구르는데에 일가견이 있던 내 몸은 이것 역시 아무것도 아닌 듯 이겨 낼 줄 알았다. 아플 땐 의사 선생님 말 잘 듣는 송쏠랭은 약도 빠짐없이 먹고,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고, 피멍이 들게 인대에 주사도 맞고, 보호대도 열심히 하고 다녔지만 - 아픈게 가시고 걸을만 하자마자 모든 걸 다 잊음. 보호대를 안하고 몇 일이 지나 다시 욱씬거리기 시작한 발목에 병원을 찾으니 아침에 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던 보호대를 다시 내어 발목에 매어준다. 방심했다 방심했어. 설 지내려면 버스도 오백만년 타야하는데 이게 무슨 고생이람. 올해는 열흘에 한번은 책을 읽자고 다짐했고, 전자도서관을 열심히 활용하여 읽고 있다. 책이야 종이책이 제 맛이지..
발목이 꺾여 인대가 늘어났다. 워낙에 아무것도 없는 데서 잘 넘어지고 굴러다녀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병원에 가고, 진단을 받고, 휴가를 썼다. 삼십 년 남짓을 살아오면서 이런 건 또 처음이라 신기했다. 절뚝거리며 조퇴를 해 병원을 가고, 택시비를 이만 오천 원이나 쓰고 집으로 돌아갔다. 어유 아까워. 그 와중에 택시 기사님은 자기 아들을 소개해주겠다며 아들 이야기를 시작하다 이미 결혼했다는 이야기에 아깝다고 하셨다. j씨는 나의 자랑 아닌 자랑에 코웃음을 쳤고 (결혼만 안 했어도 연락처를 드렸을 거다 - 라고 말하기엔 안 줬을 나를 나도, j씨도 너무 잘 알아서ㅠㅠ) 주말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꼼짝을 않은데다가 어제는 폭설이라 휴가도 받은 관계로 삼일을 내리 누워지냈더니 많이 나아졌다. 역시 아플..
감기 기운이 있어 계획했던 것들 다 미루고, gta를 하는 j씨 무릎 베고 이불을 덮고 누워 간간이 참견도 해가며 구경을 한다. 2회차라 봤던 장면과 못 봤던 장면이 번갈아가며 나오는 도중에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을 쓴 마이클이 보석상을 털기 위한 사전 답사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애인에게 선물 할 것처럼 이것저것 묻는 마이클을 보다가 뜬금없이 '나도 송쏠랭 보석 사주고 싶다.'라던 j씨는 하루에 삼천 원씩 모아 반짝거리는 걸 사준다더니 금새 일년을 꼬박 모아도 백만 원이라 저런 건 못산다며 울상을 지었고, 우리 둘은 고작 그걸로 뭘 사겠냐며 깔깔거리며 같이 웃었다. 흔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사치품에는 관심도 없고 전자기기만 탐하던 여자친구는 아내가 되더니 그런 것조차 적어졌고 (없어졌다는 건 아냐)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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