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듯이

귀가 얇다거나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나는 요새 꽤 날이 서 예민해져 있으니까 - 무심함을 적절히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끔은 온통 둘러싸고 내리치면 그 소리가 시끄러워 견디지 못할 것 같을 때가 있다. 걷지 못하는게 아니라 걷고 싶은 생각이 없어 웅크리고 있는건데도 일어나 걸으라는 소리가 많다. 때가 되면 알아서 일어나 걷겠지 뭐 그리 다들 걱정이 많을까. 나 혼자만 걱정이 없는 것 같아 이내 또 의아해지는거지. 당신들이 나쁘다는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 성향상 내 흐름상 거기에 동조를 못해주겠다는 것 뿐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지냈었는데, 그렇게 지내지 않는 요즘이 더 편하니까. 치열해서 안락한 삶보다는 적당히 평온한 삶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장래희망을 정했다. 나는 강이 될거야. 흐르고 흘러 어디도 갇히지 않고 흐르듯이 사는 삶을 살거야. 어디에 담기든 그 모양에 맞출 줄은 알지만 실제로는 그 모양이 아닌 그저 흐르는 모양새로. 살아가고 어딘가에서 지내는데에 목적과 목표가 꼭 필요할 필요는 없잖아, 치열해야 할 필요도 없잖아. 지금 당장 정할 필요도, 이유도 없고 꼭 그렇게까지 고민하고 심각하게 생각 할 필요도 없는데 왜 다들 그렇게 살까. 아니, 왜 나에게까지 그렇게 해야한다고 말하는 걸까.

강요 받다 지쳐버린 나는 흐르고 흘러 강이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