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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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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던 자전거 타기를 도로 시작하고는, 쉬던 바디 로션을 도로 잘 보이는 곳으로 당겨놓는다. 아침에는 꼭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아야 한다. 덕분에 샤워를 하루에 꼬박 두번씩 챙겨하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겨울이면 건조해 어쩔줄 모르는 피부를, 생각날때 오일이나 바르며 방치해두고 있었다. 자기전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나이트용 바디 로션을 바르고, 베개에는 라벤더 오일을 두어방울 떨구고 얼굴을 묻어 잠이 들었다. 마시는 커피의 농도와 양이 늘어나고, 평균치 두통이 가실 줄을 모르던 몇 주 중 모처럼의 숙면이었다.

이도저도 다 귀찮아 운동도 그만 두던 지난 겨울엔 나도 빈둥빈둥 놀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더랬다. 시작은 그렇게나 어렵더니, 하고 나니 별 거 아니었다. 그리고는 그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지만 몸을 움직인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혹은 과하면 해가 되는 것들은 항상 그랬다. 누리는 동안에는 그저 쉬우면서도 시작이 어렵고 끝이 어렵다. 

살면서, 점점 나와 안 맞는 것들이 늘어난다. 예전에는, 열여덟 열아홉에는 예민하기 그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 사랑하고, 포용하고 안고 다닐 줄 알았었더랬다, 이렇게 이해가 안가는 것들 투성이 일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어. 이해하지 않지만 관여하지도 않는다. 한걸음 물러서 바라보는 내 시선이 비겁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어찌보면 최선의 방법을 찾은거라고 가끔 변명한다. 몇번이고 거듭되는 이야기지만, 나는 나의 20대가 지옥같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스무살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괜찮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괜찮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거고. 20대의 초반이야 형편없었지만, 그것마저도 지금에와서야 생각하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게 어디 쉬운가. 심즈를 할때 초기 설정이다시피 써넣는 치트키가 있다. motherlode. 다각다각 키보드 소리를 내는 내 옆에서 j씨가 웃었다. 돈 버는 중이야? 나는 당연하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게임에서까지 노력하며 생활하고 싶지 않아. 간단한거다, 내가 그리는 판타지나 꿈이나 욕심이 실지로 이루어질 확률은 극히 낮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와 안 맞는 것들을 뜯어 고쳐가며, 굳이 거기에 맞춰가며 지낼 필요를 못 느끼는 거다. 낮은 확률에 도전하는건 뜨거운 사람들 몇몇이면 충분하다. 나는 세상을 돌아가게 만들면서 살고 싶지 않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현실의 삶에는 치트키 입력창이 없거든.

절대 이뤄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뭔가 이루어진다면. 언젠가, 그게 빠르던 늦던, 영영 오지 않던. 내가 무슨 이유를 가졌던지간에, 아프던 시간에 아팠던 누군가, 모두가.  각자의 이유는 다를지언정 - 동시에 행복한 시간이 단 1초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세상의 끝이 아직도 오지 않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mp3의 노래를 새로 바꾸다, 태그 정리에 지쳐 앨범 아트는 전부 통일해서 넣었다. 아후, 태그 정리의 지독한 늪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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