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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중에 제일 좋은 계절을 꼽으라면 역시 겨울이겠지만, 겨울이 오면 꼭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봄이 온다면이라며 주문 걸듯 중얼거리던 때의 기억 때문일까. 날이 따뜻해지면 입을 수 있는 살랑거리는 치마들 때문일까.
친해진 (이라고 내 맘대로 써도 되는걸까 과연) 언니와 함께 devoted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하거나, 오만하고 뻔뻔해 진다는 언니가 제시하던 두가지의 반응에 내가 하나 더 덧붙였다. 믿지 않거나. 주는 사랑이 오히려 쉬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받는 사랑은 무한대로 받을 수가 없는거지.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처음부터 불편해하거나, 익숙해져 뻔뻔해지거나, 받으면서도 믿지 않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니까. 그 경우의 수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사랑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맙소사, 놀랍지 않아요? 라고 물으려다 말았다. 말 안해도 알고 있을거야 그 경이로움에 대해서는. 대신 나는 devoted 한 사랑 자체를 믿지 않는게 아니라,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없을 뿐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균형을 맞추면서 나누는 사랑만이 아슬아슬한 내 예민함을 무너뜨리지 않을거라는 걸 시간을 더해 알았으니까. 잔뜩 들이 마시기만 하는 숨에 허덕이는 과호흡 같은 사랑은 바르지 못한 사랑인걸 알고 있으니까. 한동안 괜찮았던 속 사정은 아니나 다를까 풀리던 날이 다시 추워짐과 동시에 꽁꽁 얼어붙듯이 안좋아졌다. 몇숟갈 떠먹지도 못하고 허덕이는 속에 J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다 성격이 지랄맞아서 그렇다니까. 나도 아는걸 뭐 그리 번복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같이 웃었다. 그래 겨울, 겨울이라 그래. 너무 좋아하는 것들은 감당이 안되게 커져서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다른것으로 대처해야하나 그런 기분이 들잖아. 내게는 겨울이 그런게 아닐까.
사바스카페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사람에 관계에 있어 서툰 주인공이 결국은 동화되고 마음을 열어간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그 서툼을 이해하기 때문일까, 결국은 다가오는 만남의 시간이 부러워서일까. 요 몇일전에는 사람에 관계에 있어 점점 더 서툴러지는 모양새에 너도 참 큰일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정작 나는 큰일이라고 느껴지지가 않는게 문제다. 결국 남아있을 사람은 남아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지 않다면 그게 내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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