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 컴퓨터 키보드의 왼쪽 알트키가 망가졌다. 포토샵의 자주 쓰는 단축키의 절반 정도는 쓸수가 없다. 하다못해 html의 글자 하나 고치고 확인해야하는 작업도 브라우저를 띄우기 위해 일일이 마우스로 클릭해야한다. 뒤로가기의 경우 한번이면 컨트롤+z로 끝낼 수 있지만 히스토리를 거슬러 뒤로가려면 알트까지 눌러야하는데 그것도 마땅치 않다. 만원짜리 마우스만 내내 달그락거린다. 가운데 솔이 안나오는 피아노를 치는 기분이다. 어떻게든 다른 음으로 매꿔야하는데 쉬울리가 없다. 엉망진창이다. 키보드나 사러 가야겠다.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고 키보드나 마우스에 돈을 안쓰는 편인데, 망가진거 새로 사는데 온라인 오프라인의 몇천원을 따지고 있다. 당장 불편한데 그러고 있는 꼴이 참. 간만에 이뭐병인거지. 2. 우울을 공..
내가 반지의 기사가 된다면 당신을 행복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거야.
1. 집에 가니 '아삭아삭한 숙주나물 볶음'이 식탁 위에 있었다. 원하던 맛이 아니라며 울상이었지만 맛이 꽤 괜찮아 맛있다니까 '내가 맛없다고는 안했지'란다. 왠지 으쓱으쓱 하는 것 같다. 높이가 꽤 있는 반찬통이 반도 안 차있는걸 보고 아, 숨이 죽으면 줄어드는 나물의 특성을 제대로 이야기 해준적이 없었던가 하며 귀여워 속으로 웃었다. 씹히는 맛이 좋다는 말에 이제 우리도 밥상에 야채가 있어야 맛있어 할 나이라며 또 웃었다. 주말엔 이것저것 밑 반찬도 좀 해놔야지. 2. 대체 왜 폰트가 일부만 적용이 되지 않는가를 한참 고민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아예 적용이 안되면 안됐지 같은 소스에 일부분만 적용이 안되는건 이상하잖아. 머리를 부여잡고 허엉 하고 징징대니 j씨가 이리저리 살펴본다. font-famil..
1. 다수의 편의나 다수의 행복도 아니다, 그냥 단지 무관심. 내내 희생이라고 생각한 적, 단 한번도 없지만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 이상 할 수 가 없다. 그래서 안녕- 하고 인사한다. 노력이 필요한게 인연이지만, 그 노력이 불균형을 가지면 관계는 끝이다. 아마 우리는 서로에게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 그게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는 힘겹게 이어나갈 이유가 없다. 2. 제 값보다 일을 못하고 있는 건 맞다. 그게 제일 문제다. 제 값보다 일을 요구하는 것도 맞다. 그럼 서로 맞물려서 적당히가 되어야하는데, 그 적당히가 참 어렵다. 3. 아니 그러니까 왜, 사랑을 담보로 희생하라며 협박을 하고 떼를 쓰는건데. 사랑하니까 (내가 너에게) 줄게는 당연하지만 사랑하니까 (네가 나에게) 줘-는..
머해 ~ 로 시작하는 j씨의 메신저는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우리는 ~ 따위 쓰지 않는 사이다. 뭐해를 머해로 쓰지도 않는다. 어기는 맞춤법이라고는 '-네여' 라던가 '했찌' 정도. 머해 같은 낯 간지러운 말 따위. 아 왔구나 싶어, 무료한 일상에 촉촉한 비를 내릴까 싶어 나는 신났다. 어떻게 놀아야 잘 놀았다는 소문이 날까 싶었는데 때 마침 I♡GMF 티켓팅이 서버 쪽 문제로 계속해서 안되는 상태라 짜증도 약간 나있어서 망나니 남편을 둔, 의심많고 짜증나는 여자의 유리가면을 쓰고는 '자기 이번엔 또 뭔 일을 친거야? 여자야? 어제도 보냈잖아 대체 얼마?' 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한테 자기야와 미안하다 사랑하다, 이번 한번만 부탁해 등등의 구걸 드립을 치던 놈은 무슨 말만하면 '친구가 중요해 내가..
1. 꼭두새벽에 들어가도 삼십분은 운동을 해야겠다. 잠을 못자는 것도 익숙할 만한데 체력은 다 까먹었는지 늘어난 살들이 무색하게 하루종일 정신을 못차린다. 일주일에 두어번은 색연필 잡고 탁자 앞에 앉아야겠다. 주말엔 오랜만에 앉아 색칠하고 있으니 나는 좋은데 그림이 영 못났다. 똑같은 일상이라도 뭐라도 찍어야겠다며 김딧피를 충전해두었다. 비가 그치지 않는다. 내 다짐도 내내 그치지 않고 되풀이 된다. 2. 당신과 내가 있는 풍경이 전이나 지금이나 후에도 변함이 없기를 바란다. 특별한 것 없어 떠들썩하지 않고 느슨하며 여유로운 공기가 계속 되길 바란다. 세상에 단 둘만 있어도 지금과 다름이 없기를 바란다. 3. 잠이 영 깨지 않아 반 쯤 감긴 눈으로, 비오는 날씨에 습해 부해진 머리를 산발을 하고 앉아있다..
쪼꼬만 꼬맹이였던 안디는 이만큼이나 자라서 학교에 들어갔고 축구를 좋아한다. j씨는 축구공을 사주고 싶다고 했지만 컴패션은 종이말고는 선물을 보낼수가 없어 마음을 접었다. 지금보다 더 자라면 편지 말고 같이 보내주던 스티커 같은 것들을 유치하다고 싫어하게 되는건 아닐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지난달에 온 편지에는 나에게 무슨 운동을 즐겨 하느냐고 물었지만 숨쉬기 운동이라고 쓸 수 없어 잠깐 고민도 했었다. 온 편지를 읽을땐 이것도 대답해주고 저것도 대답해줘야지 하다 답장을 쓰기 시작하면 그런 것 다 까먹고 내 얘기 하기에 바쁘다. 이제 몇년만 지나면 키도 나보다 커질거고, 지금처럼 가이드에 맞춰서 몇줄만이 아니라 자기 얘기로 꽉 채워 편지도 보내주겠지. 뭐 별다르게 바라는 건 없다. 건강하게만 잘 자라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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