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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제로, 영

_e 2011. 8. 24. 15:39

1. 집 컴퓨터 키보드의 왼쪽 알트키가 망가졌다. 포토샵의 자주 쓰는 단축키의 절반 정도는 쓸수가 없다. 하다못해 html의 글자 하나 고치고 확인해야하는 작업도 브라우저를 띄우기 위해 일일이 마우스로 클릭해야한다. 뒤로가기의 경우 한번이면 컨트롤+z로 끝낼 수 있지만 히스토리를 거슬러 뒤로가려면 알트까지 눌러야하는데 그것도 마땅치 않다. 만원짜리 마우스만 내내 달그락거린다. 가운데 솔이 안나오는 피아노를 치는 기분이다. 어떻게든 다른 음으로 매꿔야하는데 쉬울리가 없다. 엉망진창이다. 키보드나 사러 가야겠다.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고 키보드나 마우스에 돈을 안쓰는 편인데, 망가진거 새로 사는데 온라인 오프라인의 몇천원을 따지고 있다. 당장 불편한데 그러고 있는 꼴이 참. 간만에 이뭐병인거지.

2. 우울을 공유하는 사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양하겠지만, 우울을 감추어야 하는 사이가 과연 옳은지는 모르겠다. 내놓으면 된다지만 정작 내가 내놓으면 쉬이 여기고 하찮게 여길까봐, 그렇게 된다면 깨어지고 다시는 붙지 않을까봐, 남의 것으로 나에게 영향이 오는 것은 싫으니 혹여라도 나의 우울이 영향을 주기라도 할까봐, 내놓으면 공감해주고 달래줄거라는 기대가 생길까봐 접는다. 괜찮다고 열심히 이야기하고, 괜찮다고 여기면서 지내다 가끔은 괜찮지 않다는걸 깨닫고 혼란스러워진다. 백 중에 다섯을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은지 백을 다 이야기하는게 좋은지 고르라면 백이나 가지고 있냐며 탓할 것 같다. 백이나 만들어냈냐며 웃을 것 같다. 나에게는 숨막히는 백인데, 남에게는 찌질한 망상일테고, 별로 관심도 없을 '남의 얘기'를 늘어놓을 생각도 없다. 그러니까 백중에 다섯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마땅치 않으면 하나씩 줄이면 된다. 백 중에 다섯이나 백 중에 셋이나. 이러다 백 중에 하나도 이야기 못하면, 나는 우울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일테니 그것도 썩 나쁘진 않겠지.
 
3. 행복한건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내가 고요하면 좋겠다. 요동치지 않으면 좋겠다. 

4. 어쩌면 베이스로 깔린 남에게 주는 사랑의 기본치가 나는 0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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