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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꼬깃꼬깃

_e 2014. 2. 20. 15:51

마음이 꼬깃꼬깃하게 구겨지다 점점 단단하게 뭉쳐지는 종이 같았다. 상대방의 어깨를 향해 힘을 주어 던지면 아프다며 돌아볼 것 같은 모양새. 사실 냅다 던져버리고 싶어서 꽉꽉 힘을 주어 뭉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려니 하던 것들이 반복될수록 내 마음만 삐죽삐죽하게 가시가 돋았다. 내뱉지 못하고 품고 있는 가시들이 나를 찌르는 게 억울해져서 이걸 그냥 내려놓고 거들떠보지 않으면 될 걸 굳이 던지고 싶어서 던질 기회를 노리면서 품에 안고 있다. 덕분에 나는 계속 따끔따끔, 통증은 가시의 양분이 되어 무럭무럭 자란다. 버릴 수 있을까, 던져 상대방도 아프게 할 수 있을까, 그냥 이대로 안고 있어야 할까, 가시가 도로 들어가길 바라는 것이 나을까. 분명 응답에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호의로 시작된 것인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호의가 유지되지 않는다.

- 라고 쓰다가 얼큰한 콩나물 해장국에 미니 사이즈 스프라이트까지 먹고 나니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역시 맛있는 것이 기분 전환에는 제격이지. 게다가 두통도 좀 가시고, 생리통도 좀 덜해져서 다시 케세라세라 모드에 진입한 것도 영향이 큰 것 같고.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한 법. 

요새는 장차법'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 퍼블리싱 자체를 처음에는 머리를 싸매도 꽤 재밌어하는 관계로 장차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적용하는 과정은 즐겁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명도 대비. 주황색이 메인 컬러인데 명도 대비를 3:1 이상으로 두려면 진한 주황색이 되어야 한다. '찐'주황색을 보고 있자면 흐린 마음을 가진 나는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심지어 기존 기준인 4.5:1은 주황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 그때는 나 같은 사람의 시력은 배려해주지 않았던가. 장차법의 존재 이유의 타당성도 알고, 취지도 좋고, 그걸로 IT업체들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다 좋은데 디자이너에겐 시련의 장차법. 안 선생님, 회색 - 회색이 쓰고 싶어요.

신념을 지닌 사람은 대하기 어렵다. 안 그런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신념을 모두에게 적용하려고 하니까. 그것이 '신념'인 것은 알지만, 적용의 대상이 되는 입장에서는, 그 사람만큼 행복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그냥 포기하고 방치해주면 좋겠다. 상대의 마음의 흡족함을 주기 위해 상대의 기준을 따를 만큼 주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 삶이 없는 것도 아닌데, 손짓하고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낸다. 맛있는 것 먹고 기분 좋아졌는데 기분 도로 나빠짐. 저녁에 더 맛있는걸 먹어야 할 것 같다.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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