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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감기약을 먹은 지 30분도 안돼서 진통제 2알을 입에 털어 넣는다. 약 기운이 돌기까지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니 무겁게 아픈 아랫배를 조금 더 참아내야 한다. 그나마 살이 좀 붙고 난 다음에는 예전처럼 손발이 얼음장은 아니라 통증도 많이 가셨다. 엊그제부터는 오향초를 먹기 시작했다. 오향초=쇠비름. 맛이 매우 좋지 않다는 동생의 말에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요-상한 한약 맛 정도. 하루에 1-2포를 마시고 있는데 한 박스 다 먹고 난 다음에는 부디 지긋지긋한 위염이 나아지기를. 히알루론산도 챙겨 먹은 지 2-3주가 됐다. 회사에 놓고 점심 먹고 난 뒤 2알씩 챙겨 먹는데 바디로션을 아무리 발라도 저녁이면 건조하던 피부가 많이 나아졌다. 얼굴의 속 당김은 아직 그대로지만 몸쪽 피부는 눈으로 보기에도 훨씬 덜 건조해 보인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챙겨 먹어야 할 듯. 예전에는 귀찮아하던 핸드로션을 챙겨다니고, 바디로션을 일 년 내내 바르고, 보조제를 챙겨 먹는걸 보니 나이를 먹긴 먹었다. 감기도 일주일이 넘도록 낫지가 않아. 역시 새해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게 문제다. 운동을 좀 해야 할 텐데. '할 텐데'로 일 년을 다 보낼까 걱정이라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려고 마음먹다 일이 많은데다가 배도 아픈 걸 떠올리며 변명한다. 이러니까 구정이 지나도록 새해가 오질 않지. 허허허.
5월에 부산-대마도 여행 계획을 (벌써) 짜둔 걸 j씨에게 보여주고 '계획 덕후' 소리를 들었다. 인정한다. 계획 세우는 게 좋은 걸 어떻게 해! A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순식간에 A에 대한 것들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계획을 세운다. A가 내일이던, 다음 달이던 내년이던 상관이 없다. 계획의 문제점은 여행의 경우 이미 한번 다녀온 기분이 든다는 것 외에는 없다. 내가 미리 계획을 세운 것들은 시간을 쪼개 쓰는 것에 대해 맥스치에 가까운 것이라 막상 실행할 때 몇 개를 하지 못 하더라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계획들이 그렇게 이루어졌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그래 왔다. 한때는 모두의 계획을 짊어지어야 하는 것이 억울해 으름장을 놓기도 했지만, 천성인지 결국 다시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어릴 적에 그려야 했던 동그란 하루 계획표는 싫어했고, 지금도 싫다. 이벤트에 대한 것에만 적용되는 모양이다. 어쩌면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은 계획조차 세우기 싫어하는 걸지도. 하루하루 매일 똑같이 움직여야 한다니, 이미 매일 그렇게 살고 있으면서도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미묘한 기분이다.
Y언니는 내게, 같은 미싱인데 너는 참 잘 쓴다 - 라고 말해주었다. 딱히 그러려던 거라기 보단 돈 안 되는 것들을 재밌어하는 덕분이다. j씨는 내게 소일거리로 뭔가 돈을 벌거나 남에게 제공하는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던져준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좀 더 생산적이면 더 즐겁지 않느냐며 배려해주는 것. 하지만 취미가 일이 되면 싫어질 테니까 생각해주는것에 고맙지만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한다 하고 하고 말았다. 좋아하는 것이 의무가 되면 나는 분명히 도망가고 싶어질 거라서. 이상한 심보 맞다. 그러니 그냥 생산성이고 뭐고 없이 그냥 시간을 잡아먹는 취미 생활인 걸로. 이러다 보면 언젠가 j씨의 말처럼 무언가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j씨는 요리왕이 되어간다. 어제는 제육 볶음을 해준다길래 고기가 지겹다고 했더니 오징어 볶음을 해주더라. 오징어 볶음 좋아한다. 덕분에 평소보다 밥을 많이 먹었다. 요리 잘하는 남편은 옳다.
- 글을 쓰다 잠시 미팅을 하고 돌아오니 약 기운이 돌아 이제 살만하다. 감기만 떨어지면 되는데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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