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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_e 2014. 2. 12. 09:45

쉘케이스 만들기에 재미 들린 요즘, 멍하게 시간 보내기에는 손바느질이 좋다는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밤이면 열이 올라 가물가물 한 와중에 기침이 심해 잠을 설친 덕분인지 늦은 기상에 늦는다고 죄송하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오지 말라고 거부를 당했다. 덕분에 병원에 갔더니 아홉 시 반에 접수했는데도 열 명도 넘게 대기 중에, 편도선 수술 했느냐며 편도가 부었다는 이야기도 듣고, 한 시간 기다려 진료를 받고 나오니 어질어질해 집으로 돌아가 아침을 달라며 아가 새처럼 짹짹거리고 j씨를 깨워 토스트를 받아먹고 약 기운에 멍하니 잠이 들었다가 깨다가. 오후가 되니 더 자면 밤에는 잠을 못 잘 테니 거실로 나가 주섬주섬 만들다가 만 쉘케이스를 꺼내 바느질을 시작한다. TV를 틀어두고 묵혀둔 서프라이즈를 틀어두고 TV를 보는 둥 마는 둥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다 보면 시간이 어느새 훅 지나가고 잠이 들 시간. 한동안은 쉘케이스나 여러 개 만들지 싶은 게 출근하는 가방 안에도 바늘과 실을 챙겨 넣었다. 대체 이걸 어디에 쓰는가 싶지만, 온전히 손바느질로 손품 꽤나 들여야 하는 거라 아까워 남한테는 못 주지 싶기도 하고. 아.

이제 석 달 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매우 짧은 시간.

어릴 적에 했던 눈에 빤히 보이는 행동들이 가끔 떠오르면 얼굴이 불타오른다. 어쩜 그렇게 유치하고 무모하고 당당한 데다가 들키지 않을 거라고 자만했을까. 그래서 어렸던 건지, 어려서 그랬던 건지. 

무서운 감기.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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